반전 운동, 우드스탁(Wood stock), 그리고 장발조차도 모두 잊어버려라! 60년대의 유산은 컴퓨터 혁명이다.  

‐ 스튜어트 브랜드, ‘We Owe it all to the Hippies’, 1995년 <타임>




애플처럼 창조한다는 것 (18)



애플의 성공은 단순히 하나의 기업이 성공했음을 뜻하지 않는다. 미국의 서부경제가 이제 동부경제와 당당히 경쟁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원래 미국 서부에는 대학졸업생들이 다닐 만한 회사가 거의 없을 정도로 동부지역에 기업이 몰려 있었다. 서부지역을 대표하는 명문 스탠퍼드대학교를 졸업해도 학생들은 일자리를 찾아서 동부로 떠나야만 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프레드릭 터먼(Fredrick Terman) 교수는 우수한 인재들이 졸업하자마자 직업을 구하기 위해서 고향을 등지고 동부지역으로 떠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터먼 교수는 스탠퍼드대학교 주변에 연구시설을 마련해서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젊은이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창업하여, 훌륭한 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했다. 

그의 도움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드다. 사실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드도 진학과 취직을 위해서 동부로 떠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 둘이 동부에서 서부로 돌아오자 평소 그들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던 터먼 교수는 휴렛과 팩커드가 창업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다. 회사 이름은 동전 던지기를 통해서 결정했다. 동전 던지기는 휴렛의 승리였고, 회사 이름은 휴렛&팩커드 즉 HP가 되었다. 차고에서 두 명의 젊은이가 538달러의 자본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현재 개인용 컴퓨터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랐고, 오늘날 실리콘밸리의 시작으로 칭송받고 있다.

하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의 경제 주도권은 IBM과 AT&T 같은 대기업이 몰려 있던 동부지역에 치우쳐 있었다. IBM이 거인이었다면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꼬맹이들에 불과했다. 그런 상황에서 애플이 IBM과 당당히 경쟁한다는 것은 그동안 뒤쳐졌던 서부의 반격과도 같은 것이다. 두 회사의 문화를 보면 더 근본적인 차이를 알 수 있다. 동부지역의 기업들은 유럽과 교역을 하면서 발전했기 때문에 역사도 깊고 전통과 규율 같은 관습을 중요시 여기지만 서부는 달랐다. 오히려 서부지역은 보수 문화에 반기를 든 저항적인 히피문화의 탄생지로서 전통 관습 같은 것에 얽매이기를 싫어했다. 

이는 IBM과 애플의 복장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IBM은 복장도 엄격해서 무조건 하얀 셔츠에 넥타이를 한 양복을 입고 출근해야 했다. 이에 비해 애플은 스티브 잡스처럼 청바지에 운동화가 일상 복장이다. 애플에서 양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마케팅 담당자나 외부의 방문객 등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양복을 일상복으로 입고 다니면 촌스런 사람처럼 보이기 쉽다. 동부지역에 있던 펩시를 다녔던 존 스컬리가 애플에 와서 가장 먼저 겪어야 했던 실수는 혼자만 양복을 입음으로써 스스로를 애플과 다른 이질적인 존재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복장의 차이는 단순히 옷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문화 전체를 지배하는 사상의 차이다.

IBM은 그야말로 어른의 회사이며 점잖고, 예의 바르고, 격식을 차리는 회사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답답하고, 권위주의적이며, 관료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회사를 ‘캠퍼스’라고 부르는 애플은 그야말로 대학생들의 회사다. 애플 캠퍼스에는 여전히 대학생처럼 풋풋하고 활기차며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생기발랄함이 남아 있다. 그러나 팀워크를 생각하기보다는 개인주의로 흘러 무례하기 쉽고, 서부 개척시대의 무법자처럼 과격한 공격성을 드러낸다는 문제가 있다. 애플 일본의 지사장을 맡았던 하라다 에이코는 애플과 IBM의 차이를 로큰롤과 교향곡의 차이로 비교한다. IBM 직원들이 하모니를 소중히 여기는 교향곡 연주자라면, 애플은 자기 퍼포먼스를 생각하는 로큰롤 연주자라는 것이다. 하라다 에이코는 로큰롤 연주자가 모래알처럼 흩어지기 쉬운 위험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팀플레이를 통해서는 개인의 이노베이션이 일어나기 어렵다고 전했다.

애플과 IBM의 차이는 스티브 잡스가 주창한 해적 문화에서 더 극명한 차이를 가지게 된다. 스티브 잡스는 IBM PC에 대항하는 매킨토시를 만들면서 팀원들에게 ‘해적이 되자!’고 외쳤다. 이는 다른 기업과 애플의 정체성을 그대로 표현해 주는 구호였다. 해군은 기존에 있는 사물과 관습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지만, 해적은 끊임없이 이를 파괴하면서 살아간다. 해적이 됨으로써 단순히 IBM과 맞서 싸우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이뤄낸 업적마저도 파괴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였다. 매킨토시팀은 사실 애플 내에서 이단아 같은 존재였다. 스티브 잡스가 의도적으로 다른 팀을 배제시켰기 때문이다. 애플을 먹여 살렸던 애플2 컴퓨터팀마저도 무시했다. 이로 인해 애플2 컴퓨터팀과 매킨토시팀 간에는 라이벌 의식이 생겼고, 나중에는 사사건건 대립하게 된다. 이러한 갈등은 스티브 워즈니악이 회사를 떠나는 중요한 이유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이를 창조를 위한 필연적인 고통으로 보았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2 컴퓨터마저도 파괴하고 매킨토시로 새로운 세상을 열고 싶었다. 말 그대로 ‘창조적 파괴’였다. 

애플과 IBM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창조를 위해서 자신도 파괴하는 것이 애플이다. 창조적 파괴는 현재의 애플에게는 숙명이다. 애플은 매년 새로운 아이폰을 내놓는다. 그런데 아이폰의 최고 라이벌은 다른 회사의 제품이 아니라 그들이 1년 전에 만들어서 발표한 구형 아이폰이다. 아이폰은 결국 자신의 과거를 스스로 파괴하고 죽일 수 있어야 빛난다. 애플은 1년 전에 위대한 제품을 만들었다고 자만했다가는 바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회사다. 애플은 항상 스스로를 뛰어넘어야 한다. 애플에게 과거는 이제 극복해야 할 대상이며, 그들에게는 반드시 끊어버려야 하는 사슬과 같은 존재다. 그러니 해군처럼 안정된 직장에서 무엇인가를 지키기 위한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 애플은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자신이 이뤄낸 업적마저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뺏기 위해서 망망대해의 바다를 찾아 떠나는 해적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졌다. 애플의 이런 해적 정신은 Think Different로 구체화되었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자는 염원이 담긴 Think Different는 원래 문법대로 하면 Thinking Different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문법이 파괴된 애플의 슬로건은 오히려 창조적 파괴를 추구하는 애플의 정신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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