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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라이터의 IT 왕조실록 2.0 


(1화) 스티브 잡스 태어나고 버려지고 구원받다.




인류의 삶을 바꾸고 지금 현재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IT 라는 이 거대하고 웅장한 이야기의 시작을 두고서 많은 고민을 했다. 첫 번째 페이지를 쓰다 지우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나름 멋진 문장으로 포장된 단락까지 만들어냈지만 이를 포기하고 결국 스티브 잡스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스티브 잡스는 이미 수많은 매체에서 언급되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 알고 있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를 언급하는 순간 지겨움과 식상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많은 생각과 고민들을 거듭해도 결국 시작은 스티브 잡스 여야만 했다. 


IT 왕조 실록에서는 하나의 왕조를 이루었던 수많은 IT기업들을 다루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기업들을 아무런 연관 없이 쭉 나열하게 된다면 재미와 교훈을 얻기는커녕 책을 끝까지 읽는 독자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이 여러분들에게 흥미를 가지고 완독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IT 기업간의 연결고리를 찾고 소설처럼 하나의 스토리로 완결되는 구성을 갖춰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여기 스티브 잡스를 낳은 두 남녀가 있다.  남자의 이름은 압둘파타 존 잔달리(Abdulfattah John Jandali)로 정유사업 등으로 큰 돈을 번 아버지 덕분에 미국의 명문 대학교인 위스콘신으로 유학을 온 시리아 출신의 이민자였다.  잔달리는 같은 학교 학생이었던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데 그녀의 이름은 조앤 시블(Joanne Schieble Simpson) 이었다.   그녀의 부모님 역시 농장과 부동산 사업을 통해서 부를 쌓은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났다. 하지만 동갑이었던 둘은 예상치 못한 임신에 당황한다. 


잔달리는 무슬림 이었는데 천주교 신자인 조앤 시블의 아버지는 둘 사이를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1954년 스물 세 살 동갑내기인 둘은 결국 결혼을 포기하고 임신한 아이를 입양 보내기로 결정 한다.  그런데 세상은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한쪽에서는 결혼을 한지 10년이 되어도 그토록 원하던 아이를 가지지 못해 낙심하던 또 다른 부부가 있었다. 


친 부모에게 버려진 스티브 잡스를 키우게 되는 양부모는 극단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상반된 사람들이었다. 2차 세계대전 중에 해안 경비대로 복무한 폴 라인홀트 잡스(Paul Reinhold Jobs)는 샌프란시스코로 입항하면서 그곳의 풍경에 반해 버린다. 그리고 2주안에 결혼할 여자를 찾을 것이라고 친구들과 내기를 했는데 실제로 그는 클라라 해고피언(clara hagopian)을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게 된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스티브 잡스의 친부모와 다르게 폴 잡스와 클라라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살았다. 폴 잡스는 해안 경비대에서 배운 기술 덕분에 기계공으로 일했는데 근면 성실한 폴 잡스는 남는 시간에는 자동차를 수리해서 되파는 방식으로 짭짤한 부 수익을 얻게 된다. 아이를 원했지만 10년이 다 되어가도록 아이를 가지지 못하자 부부는 입양을 결심하게 된다. 


  입양할 당시 조앤 시블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에게 자신의 아이를 입양시키려 했기 때문에 부부는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를 대학까지 꼭 보내주겠다는 다짐을 한 이후에야 겨우 입양을 허락을 받게 된다. (원래 스티브 잡스는 변호사 집안에 입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딸을 원했던 부부는 스티브 잡스를 거부하게 된다.) 

여러 우연과 사건이 겹쳐 우여곡절 끝에 입양된 스티브 잡스였지만 폴과 클라라 부부는 스티브 잡스에게 최고의 부모였다.  스티브 잡스는 결코 쉬운 아이가 아니었다. 부모가 깨어나기 훨씬 전인 새벽 4시부터 일어나서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할 정도로 조금은 과한 새벽형 어린이였으며 전기 콘셉트에 머리핀을 꽂아서 감전될뻔할 정도로 호기심이 심하게 강한 아이였다. 또 한번은 바퀴벌레 약을 먹어서 죽을 뻔 한적도 있었다. 


 학교를 다닐 때는 온갖 사건 사고를 일으켜서 정학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양부모는 혼내기는커녕 스티브 잡스의 편을 들어주었다.  클라라는 가족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잡스에게 수영을 가르치기 위해 직접 보모로 나서서 돈을 벌기도 하였다. 또한 스티브 잡스가 자신이 친부모에게 버려진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폴과 클라라 부부는 잡스에게 “우리가 너를 선택한 거야”라고 말하면서 그를 다독거려주었다. 


스티브 잡스 부모의 맹모 삼천지교


폴과 클라라 부부가 스티브 잡스에게 행한 가장 결정적이고 중요한 선택은 이사였다. 크리텐든 중학교를 다녔던 스티브 잡스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종종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잡스는 강력하게 이사를 요구했지만 문제는 돈이었다.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경제적인 사정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계속 이사를 고집하자 부모님들은 가장 좋은 학교를 알아 보고는 전 재산을 탈탈 털어서 교육하기에 가장 좋은 동네로 이사를 갔다.  이때의 결정은 맹모삼천지교에 비견되는 훌륭한 선택으로 돌아온다. 




스티브 잡스는 어린 시절부터 각종 기기들에 푹 빠져 살았다. 한때 기계공으로 일했던 아버지는 차고에서 여러 기기를 수리하거나 제작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주위를 맴돌며 기계와 친해졌다. 스티브 잡스가 다섯 살이 되자 아버지는 그를 위해 작업대를 직접 만들어 주면서 망치 같은 공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었다. 이렇게 기계에 관심이 많은 잡스에게 로스 앨토스는 최고의 동네였다. 


 스티브 잡스가 이사간 로스 앨토스 지역은 지금의 실리콘 밸리 지역으로 온갖 엔지니어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다. 동네 이곳 저곳에는 각종 전자 부품이 쓰레기로 버려질 정도로 각종 기기와 기술을 접하기에는 최고의 장소였다. 주위 환경 자체가 첨단기술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스티브 잡스 스스로가 미래 산업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처럼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과 뭉쳐 다닐 수 있도록 하였다. 잡스는 쿠퍼티노 중학교를 다니며 빌 페르난데스와 친구가 되었는데 빌 페르난데스는 애플 창업의 일등공신이자 컴퓨터 천재인 스티브 워즈니악을 잡스에게 소개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폴과 클라라가 스티브 잡스에게 행한 여러 행동 중에서 가장 짠했던 장면은 스티브 잡스를 대학 에 보낼 때 이다.  스티브 잡스는 대학을 아예 안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부모의 속을 타게 만들었다. 끈질긴 설득으로 스티브 잡스의 생각을 겨우 돌려놓자 이번에는 뜬금없이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있는 리드 대학교에 입학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폴과 클라라는 스티브 잡스가 마음을 바꾸도록 노력하였다. 부모의 고민은 단순히 집과 멀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리드대학교는 미국에서 가장 비싼 등록금을 받는 학교 중 하나였다.  학교의 등록금을 내기 위해서는 폴과 클라라가 그 동안 저축했던 모든 돈을 써야만 했다.  스티브 잡스는 리드 대학교가 아니면 대학교 진학을 아예 포기한다고 선언하자 결국 부부는 자신들이 모은 돈을 모두 대학교 등록금으로 써야만 했다.


더욱 무심한 것은 스티브 잡스가 입학을 하기 위해 리드 대학교의 캠퍼스에 도착하던 날이었다.  부모는 직접 차를 몰고서 포틀랜드까지 스티브 잡스를 데려다 주었건만 이 무심한 아들은 부모의 마음은 알아주지도 않고 학교 캠퍼스에는 들어가보지도 못하게 하고 매정하게 집으로 돌려 보냈다. 훗날 스티브 잡스는 이때를 자신 인생에서 가장 부끄러웠던 순간 중 하나라고 말할 정도이다.  


사고뭉치에다가 자기만 아는 성격에다가 이렇게 잔정까지 없는 스티브 잡스였건만 그 후에도 부모의 넘치는 사랑은 계속 된다.  부모와 아무런 상의도 안하고 자퇴를 결행한 스티브 잡스를 다시 집에 데려와서 돌보아 주었으며 애플 컴퓨터를 창업할 때는 집을 사무실로 쓰게 했다. 이뿐 만이 아니다. 폴은 중고 자동차를 구입한 후에 부품을 교체해서 비싸게 파는 일을 부업으로 삼았는데 작업장소는 차고였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애플 컴퓨터를 조립하기 위한 작업장으로 차고를 써야 한다고 하자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결국 스티브잡스가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폴은 차고를 넘겨준 후에는 자신의 부업을 그만두어야만 했는데도 말이다.  


클라라 역시 아들의 성공을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내하였다.  애플이 차고에서 창업을 할 때 클라는 담낭수술을 받고 집에서 요양을 하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의 친구들이 수시로 드나 들면서   집에 온갖 쓰레기를 만들어 놓았다. 클라라는 이를 조용히 치어주었고 행여나 일에 방해가 될까 봐 오히려 조용히 사람들을 피해 다녔다.  전화가 오면 비서처럼 메시지를 전달해주었고 손님이 오면 커피를 대접하였다.  애플의 동료들이 싸우기라도 하면 폴과 클라라가 나서서 화해를 시켜주기도 하였다.


IT 왕조를 이루는 중요 인물들의 성공을 잘 살펴보면 부모들의 올바른 교육과 사랑 그리고 헌신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스티브 잡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는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양부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브 잡스에게 보여주는 모습에는 나도 모르게 큰 감동이 느껴진다. 스티브 잡스 역시 폴과 클라라에게 정말 감사했던 마음을 가졌다. 주변에서 폴과 클라라가 양부모로 부르기라도 하면 이를 바로 수정하고 1000퍼센트 자신의 부모라고 강조하였다고 한다. 만약 필자가 스티브 잡스에게 어떤 호의나 그를 좀더 좋게 보고 있다면 그 지분의 절대적인 부분은 폴과 클라라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그야말로 사회에 동화되기 보다는 이단아이고 풍운아로써 그야말로 거친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런데 1997년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아버지가 제게 했던 것처럼 자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어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저는 제 삶의 모든 날마다 그것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친부모와 똑같이 23살의 나이에 자신의 친 딸을 외면하고 모른척하던 사람이 위와 같은 말을 했다니 믿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스티브 잡스의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폴과 클라라가 스티브 잡스를 어떻게 키웠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의 성공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의 이야기를 하면 하게 될수록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 절감이 된다.  그 것도 피 한방을 안 섞인 부모의 이야기라면 감동은 더욱 크게 다가오지 않는가? 나는 폴과 클라라의 그 위대한 사랑을 가능한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 필자가 스티브 잡스 이야기에 더 신이 나고 흥이 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것은 사실 스티브 잡스 양부모님의 위대함을 알리고 싶다는 의지가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IT 왕조실록 4권에서 결혼 한 이후 달라진 스티브 잡스의 모습을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한때 자신이 아이라고 아니라고 강변하였던 리사 역시 결혼 한 이후 집으로 데려와서 잡스가 직접 키우게 된다.)



멀티라이터의 IT 왕조실록 2.0이 전자책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여러분의 후원부탁드립니다. 책 가격이 전자책 치고는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11권 분량의 책이 한권에 들어가 있습니다. 저의 IT 작가 11년 생활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습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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