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생으로 스퀘어에 들어간 사카구치 히로노부는 처음으로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프로그래밍 실력에 확신이 없었고 엄연한 초보였다. 그래서 그는 뛰어난 프로그래밍 능력이 필요한 슈팅이나 액션게임은 처음부터 포기하고 만들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텍스트 기반의 어드벤쳐 게임을 개발하기로 결정한다. 당시에는 트랜실바니아라는 어드벤쳐 게임이 인기가 있었는데 그는 그것을 참고로 해서 게임을 개발한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그의 첫번째 게임은 데쓰 트랩이었다. 그는 자신의 처녀작임에도 불구하고 9800엔이라는 고액으로 게임 판매를 시작하였고 겨우 3천개 정도를 파는데 그친다. 사실상의 실패였다. 그는 다시 데쓰트랙의 후속작 2탄을 개발하고 이번에는 가격을 30%이상 내린 6800엔으로 게임을 팔았다. 이번에는 다행히 적자는 면하게 된다.
이 덕분에 사카구치는 전격적으로 정직원으로 승격되고 개발팀의 팀장이 된다. 스퀘어는 이와 함께 다른 여러 게임들이 연속적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아름다운 그래픽이 강점인 회사로 점차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다. 고수익을 바탕으로 동경 중심부에 사무실을 얻었고 직원 수는 100명이 넘어갈 정도로 성장을 거듭한다. 하지만 쉽게 달아오른 불은 쉽게 식는다고 하듯이 스퀘어도 얼마 못 가서 쇠락의 길을 걷고야 만다.
스퀘어의 게임들이 시장에서 계속해서 실패를 거듭 하게 되자 100명이었던 직원은 어느덧 반 이상을 해고시켜야만 했고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급기야 회사의 사무실도 동경의 변두리로 이전해야마 했다. 사카구치도 킹스나이트, 튀어나와라 대작전, 하이웨이 스타등을 개발했지만 회사의 몰락을 더욱 부채질 했을 뿐이었다. 결국 그는 연속되는 실패로 이때부터 자신은 게임 개발에 소질이 없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다시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한다. 하지만 그냥 게임 계를 떠나기에는 너무나 아쉬웠다. 이대로 끝내기에는 너무 억울했다. 뭔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혼을 다 받쳐서 제대로 된 게임 하나를 완성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꿈과 염원을 담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그는 마침 드래곤 퀘스트를 접하게 된것이다.
드래곤 퀘스트는 그가 처음 컴퓨터세상에 빠지도록 만든 애플2를 처음 보았을 때와 같은 깊은 충격을 선사 해준다. 당시로써는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던 획기적인 그래픽과 감동적인 스토리를 보면서 그는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 지 확실 하게 알 수 있었다.
드래곤 퀘스트를 능가할 수 없지만 2등은 할 수 있을꺼야!
그래 스토리가 있는 게임이어야 해! 그는 자신의 강점은 레이싱이나 액션게임이 아니라 스토리로 감동을 주는 게임에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자신이 생각으로 만했고 실제로 패밀리 게임기로는 불가능한 것들 것이라고 봤던 것을 드래곤 퀘스트가 그대로 구현한 것을 보고서 이제 자신이 나아 갈은 확실히 정해졌다고 생각했다. 사카구치는 드래곤 퀘스트를 수십 번 반복해서 엔딩을 보면서 게임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래곤 퀘스트와 같은 게임을 만들지 못하면 자신은 다시 대학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마지노선까지 그었다. 그는 후회 없이 게임을 개발해서 드래곤 퀘스트의 뒤를 이어가는 2등이 되어보자고 결심하였다.
처음 파이널 판타지 제작이 시작됐을 때 게임 제목은 정하지 않고 영어 약자로 FF라는 프로젝트 이름만 있었다. 개발자들과 의논하면서 판타지(Fantasy)세계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판타지의 F는 꼭 들어가기로 협의가 된 정도였다. 그리고 며칠간의 고민 끝에 사카구치는 이 게임에 마지막으로 나의 모든 것을 바친다고 해서 파이널(Final)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낸다. 결국 파이널 판타지라는 게임 타이틀은 사카구치의 게임개발에 대한 마지막 환상과 꿈을 담았다는 뜻을 가진 게임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파이널 판타지는 드래곤 퀘스트를 참고로 하되 철저한 차별화 전략을 통해서 새로운 차원의 롤플레잉 게임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게임의 세계관에서부터 스토리 그리고 전투 방식까지 드래곤 퀘스트와 다른 것을 추구했다. 드래곤 퀘스트의 아류 작이라고 비난을 당해도 상관없지만 파이널 판타지는 뭔가 신선하고 독창적이었다는 소리는 나오게 하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나중에 절대로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머리 속에 있는 모든 아이디어를 한가지도 남기지 않고 게임 속에 모두 구현하고자 마음먹었다. 그는 게임 개발팀에게 드래곤 퀘스트가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국민 게임이라면 파이널 판타지는 좀 더 세련됨을 추구해서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자고 하였다. 이것은 항상 1등인 코카콜라와 그것을 따라가는 펩시가 여러 이슈를 만들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과 비슷한 전략이었다.
드래곤 퀘스트는 기존의 게임시스템을 승계하면서 정통성을 유지하지만 파이널 판타지는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면서 게임 팬들에게 그 존재를 알리자는 전략이었다. 그는 파이널 판타지 게임 개발에 정말 모든 것을 다 받쳤다. 각고의 노력끝에 드디어 게임을 완성시킨 그는 다시는 자기 힘으로 이런 멋지고 환상적인 게임을 만들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이는 곧 엄청난 자신감으로 발전해서 그는 회사에 파이널 판타지 게임 롬팩의 선 주문을 최대한 많이 하자고 요구하였다.
이미 스퀘어에서도 내부적으로 파이널 판타지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지 무려 20만장이나 되는 게임롬을 제작하라고 주문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까지 히트작이 없었던 사카구치 히로노부는 회사에다가 20만개도 적다면서 40만장을 찍어야 한다고 생떼를 부렸던 것이다. 자기가 게임을 개발했지만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막상 파이널 판타지가 시장에 나오자 게임유저들의 반응은 정말 조용했다. 드래곤 퀘스트와는 정말 비교가 되지 않는 반응이었다.
좋은 게임은 결국 팔리고 만다.!
드래곤 퀘스트의 놀라운 성공의 뒷 배경에는 사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드래곤 퀘스트는 발매 4개월 전부터 기대되는 게임 1위였다. 드래곤 퀘스트를 개발중인 에닉스는 무명의 회사였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었을까? 그것은 일본 최고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만화잡지인 소년점프에서 밀어주는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드래곤 퀘스트의 아버지 호리이 유이지는 소년점프에서 원고를 기고하는 사람이었다. 그 덕분에 소년점프 편집부 사람들과는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마침 소년점프에서는 게임 관련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자 호리이 유이지에게 지금 만들고 있는 드래곤 퀘스트의 게임 제작 과정을 원고로 써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서 호리이 유이지는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드래곤 퀘스트의 게임 제작과 관련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매주 소년점프에 기고하였다. 소년점프 편집부는 이 원고가 반응이 좋자 상부 상조의 정신으로 드래곤 퀘스트를 적극 홍보를 해준다.
최고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소년점프의 파괴력은 정말 대단했다. 무명의 게임 제작사에서 만드는 드래곤 퀘스트는 나오기 전부터 이미 기대 순위1위를 기록할 정도로 최고의 화제를 뿌렸던 것이다. 사실 드래곤 볼의 작가인 토리야마 아키라가 드래곤 퀘스트의 캐릭터를 그려준 것도 소년점프의 편집부에서 강력하게 추천을 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소년 점프가 밀어준 덕분에 드래곤 퀘스트는 발매와 동시에 매진에 매진을 거듭하여 당시로써는 상상하기도 힘든 숫자인 15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다 할 홍보도 없는 상태에서 발매를 시작한 파이널 판타지가 처음부터 잘 팔릴 것이라고 생각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조용했던 시장 반응은 실제 게임을 플레이 했던 사람들이 모이는 중고시장을 중심으로 파이널 판타지에 대한 입 소문이 서서히 돌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파이널 판타지는 52만장이라는 판매고를 올리면서 사카구치가 약속 했던 드래곤 퀘스트 다음의 2등이라는 목표는 달성하게 된다. 결국 게임의 성공으로 인해서 사카구치의 학력은 영원히 대학 중퇴로 남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파이널 판타지가 성공을 하자 대학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게임개발에 전념하게 된다. 그는 이런 기세를 몰아서 1년 후 1988년에 파이널 판타지2를 발매하며 76만장을 판매하더니 1990년 4월에 발매한 파이널 환티지3는 140만장을 판매하며 밀리언 셀러에 등극하게 된다. 이제 파이널 판타지는 명실공히 최고의 게임 시리즈가 되면서 드래곤 퀘스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었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시리즈가 거듭할수록 인기에 가속도를 붙어온 게임이다. 패미컴 시절에 100만장에서 슈퍼 패미콤 시절에는 200만장을 그리고 플레이 스테이션에서는 드디어 300백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한다. 이미 언급하였다시피 특히 플레이 스테이션에서는 게임의 역사를 바꿀 정도로 영향력 있는 게임이 되었다. 파이널 판타지7는 킬러소프트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가를 보여주는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게임역사에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