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띵동 띵동~~~-
거실에서 마침 신문을 읽던 진우는 현관으로 뛰어 나가며 크게 외쳤다.
“누구 세요???"
"엄마다. 엄마.…. 어서 문좀 열어주렴~"
진우가 잠금 고리를 풀고 현관문을 열었다. 지숙이 한 손에는 시장바구니를 다른 한 손엔 우산을 든 채 서 있었다. 지숙은 문이 열리자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오전까지는 잠잠하더니 갑자기 무서울 정도로 많은 비가 내리는구나…… 아까는 천둥번개까지 치고 말이다……"
진우는 지숙에게서 시장바구니를 건네 받으며 말했다.
"장마철이니깐 그렇죠…… 그런데 시장에서 사신 다는 건 다 사신 거예요?"
"아니, 장마철이라 싱싱한 야채도 없고, 비싸기는 또 왜 그렇게 비싼지...... 그래서 필요한것만 조금 사왔지…….. 진우는 시장바구니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는 바구니 안에 가득 담긴 야채들을 보며 빙긋 웃었다.....”
"이게 많은 게 아닌가 보죠??? 하여간 우리 어머니 손 큰 거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깐요~~”
진우는 지숙을 힐끔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야채 다듬어서 보관하실 꺼죠? 이리 주세요…….. 제가 도와 드릴께요~~~"
지숙은 배란다 에서 우산에 묻어있는 빗방울을 툭툭 털어 내고는 활짝 펴놓은 후 대답했다.
"진우가 그래 준다면야~~ 이 엄마는 너무 너무 고맙지!!......."
진우는 신문지를 가져다가 식탁 위에 깔고 그 위에 시금치 등을 펼쳐 놓은 후 능숙하게 다듬기 시작했다. 지숙은 진우가 다듬어 놓은 야채들을 보며 빙긋 웃었다.
"와~ 진우 정말 잘하는데…….. 제법이야…… 제법~~ 이제 진우 시집가도 되겠네~~ 되겠어……."
진우는 지숙의 칭찬에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자취생활이 1년인데 이 정돈 기본이죠~~~~ 특별히 바쁘지 않으면 건강을 생각해서 이것저것 직접 해먹고 다녔으니까요……"
지숙은 짐짓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유리가 너만큼만 여자다 워도 좋을 텐데 말이야~…… 유리는 도대체 설거지 말고는 부엌일과는 거리가 멀어서 걱정이란다. 걱정….. 겨우 라면 하나가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요리라고 부를 정도니깐 알만하지 뭐……"
진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엄마 지금 제 칭찬하시는 거 맞긴 맞는 거죠???"
"그럼~~~~...! 물론이지!!!"
지숙은 애매하게 대답하고는 빙긋 웃었다. 그때 벽에 걸린 시계가 4시를 알리며 알람 소리를 울려 되자 진우는 시계를 힐끔 쳐다보고는 궁금한 듯 물었다.
"유리가 다니는 학교는 보충수업을 늦게까지 하나 봐요?? 우리 땐 오전수업만 받았던 것 같은데…….. 뭐 고 3 여름 방학 때에는 보충 수업이란걸 하지도 않았지만~~……. 유리는 보충 수업에다가 오후수업까지 계속 되나봐요…. 이래서는 방학의 의미도 없겠네요……"
지숙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유리가 다니는 학교가 사립중에서도 좀 명문소리 듣는 학교잖니…… 진학률에 엄청 열을 올리고 있어서 학생들을 많이 피곤하게 하는 모양이더라구….. 특히 유리의 경우는 학교에서도 서울대에 가기를 원하는 학생이라서 특별관리를 하고 있지…… 사립 같은 경우 특히 서울대에 몇 명이 입학했느냐고 중요하니 말이다……"
지숙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거실에서 전화벨 소리가 울려됐다. 지숙이 전화를 받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진우가 손을 들어 저지 시켰다.
"엄마…… 제가 가서 전화 받을게요…. 엄마는 여기 그냥 앉아 계세요…."
진우는 야채를 다듬을 때 손에 묻은 흑을 행주에 쓱쓱 문질러 닦고는 거실로 걸어나갔다. 진우는 수화기를 들며 말했다.
"여보세요~~……"
"오빠야? 나야……. 유리!~~"
전화기에선 쾌활한 유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그래 유리구나! 이 시간에 네가 웬일이야? 지금 수업중 아니니? 설마 땡땡이 친건 아니겠지????"
"땡땡이라니? 난 이래봐도 학교에서 알아주는 모범생이라고 오빠랑 같은 레벨로 보면 정말곤란해~……..”
“ 쳇, 잘도 네 입으로 그런 소릴하는구나 그런데 무슨 일이야? ”
"아! 맞다!~ 우산을 깜빡해서 말이지…… 이번 수업이 마지막 수업이니깐 지금 나오면 대충 맞을 꺼야……."
"뭘?"
“으음…… 사실 우산 좀 갖다달라구~ “
진우는 빈정거리듯 말했다.
"우산? 모범생이 장마철인데 우산도 안 갖고 다니냐?"
"모범생인 거하고 우산 갖고 다니는 거하고 무슨 상관이야? 괜히 엉뚱하게 연관시키지 말고 우산이나 갖다 줘! 설마 공주 같은 동생이 비에 홀딱 젖어 물에 빠진 생쥐 마냥 돌아다니는걸 남들에게 보이고 싶진 않겠지?"
"참나, 잘도 모범생이니 공주니 하는 말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한다. 그런 건 보통 남들이 해줘야 하는 말이라고~~……”
“상관없잖아 사실인데 뭘~~ 헤헤…..”
"오빠 지금 막 수업 시작종 친다~~ 이만 끊을께……. 그럼 조금있다가 우산 좀 부탁할께.. 좀 있다가 학교 앞에서 보자……"
전화기 속에서 시작 종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유리는 급히 말을 끝맺고는 전화를 끊었다. 지숙이 통화 내용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진우가 수화기를 내려놓자 궁금한 듯 물었다.
"유리니?"
진우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대답했다.
"예, 우산을 안 가지고 갔나 봐요……. 우산좀 갖고 학교로 마중 와달라는데요……"
"하여간 덜렁 공주라니깐……."
지숙이 투덜대며 자리에서 일어나 마중 나갈 준비를 하려 하자 진우가 저지했다.
"됐어요, 엄마 제가 다녀올게요…… 엄만 저녁 준비나 맛있게 하고 계세요……"
지숙은 평소 같지 않은 진우의 친절이 대견스운 듯 놀라했다.
"정말?, 정말 그래 줄래?"
지숙은 마침 생각난 듯 손뼉을 치며 이어서 말했다.
"아…… 맞다!, 주현씨가 오늘은 친구 만나서 한잔 할거라며 차를 놓고 갔으니 주현씨 차 타고 다녀오면 되겠네~~……"
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 했다.
"아뇨……. 먼 거리도 아닌데요 뭘…. 그냥 걸어갈게요…… 괜히 차로 태우러 갔다가 유리 친구들이 안 좋게 생각할 수도 있으니깐……."
진우는 현관에 있는 빨간색의 무늬에 노란색 곰돌이가 새겨진 우산을 들고 이리저리 살폈다.
"이게 유리가 쓰던 우산인가요? 이거 갖고 가면 되죠?"
지숙은 진우가 들고 있는 우산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유리꺼 맞어, 조심해서 다녀오너라~~……"
"예…… 그럼 다녀 올께요.. 엄마….."
진우는 대답을 하고는 현관문을 나섰다.
학교 정문 앞에는 한 손에 우산을 든 아줌마들과 차 안에서 자식들을 기다리는 아줌마들, 그리고 하교길인 학생들이 한 대 어우러지고 뒤섞여 혼잡을 이루고 있었다. 진우는 교문을 막 벗어난 무리 중에 친구들과 한 우산을 같이 쓰고 나오는 유리를 보고는 손짓을 하며 가볍게 불렀다. 유리도 진우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며 반가워했다.
"오빠~!"
진우는 한 손에서 쉬고 있는 우산을 친절하게 펴서 유리에게 건넸다.
"여기 우산!"
유리는 손을 뻗어 우산을 건내 받으며 말했다.
"응! 땡큐~~"
유리의 친구들로 보이는 여학생들이 진우를 확인하고는 예의 바르게 허리를 굽혀 동시에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내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라버니!"
"아 그래, 안녕! 부족한 유리와 어울려 다니느라 수고들 한다……."
순간 유리가 휙 고개를 돌리며 진우를 날카롭게 쳐다봤다. 만화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눈에서 빔이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강렬한 눈빛이었다. 바람에 날아가는 낙엽에도 웃음을 참지 못한다는 나이답게 유리와 반대로 친구들은 진우의 썰렁한 농담에도 여고생의 특유한 웃음소리를 내며 웃어됐다.
유리는 진우의 농담에 친구들이 반응하자 친구들과 진우를 번갈아 가며 무섭게 째려보자 진우와 친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흠칫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니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유리는 이들의 행동에 피식 웃고는 친구들에게 다가가 들릴 듯 말 듯 한 작은 소리로 못 다한 얘기를 나누며 키득거렸다. 진우는 수다를 떨고있는 그녀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유리의 친구들도 결코 못생긴 외모는 아니었지만, 아니 오히려 귀엽고 미소녀적인 미모를 소유하고 있는 그들이었지만, 확실히 유리와 비교해서는 얼굴에서 뿜어지는 광채의 수준이 달랐다.
유리의 외모는 그들 사이에서도 확연히 빛이 났다. 진우는 눈에 띄는 유리의 외모에 왠지 모르게 자신의 일처럼 우월감을 느꼈다. 그녀들은 한참을 떠들다 마침내 손을 흔들어 보이며 작별인사를 했다.
"유리야 안녕~"
"그래 잘 가! 내일 학교에서 보자!"
유리는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나눈 후 진우의 옆으로 바짝 다가오며 말했다.
"오빠 우리도 가자!"
유리는 진우를 올려다보며 궁금한 듯 물었다.
"근데 왜 오빠가 온 거야? 엄마는?"
진우는 어의 없다는 듯 내려다 보며 말했다.
"왜라니? 니가 전화로 나보고 오라고 직접 말했잖아!"
유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전화로 했던 말을 떠올려 보고는 피식 웃었다.
"헤~, 그건 그냥 해본 소린데 동생 말도 잘 듣고 착한 오빠네~~~"
유리는 귀여운 동생을 상대하듯 진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진우는 유리의 손을 머리에 얹은 상태로 유리를 날카롭게 째려봤다.
"설마 진짜로 네가 오라고 해서 이 몸이 나선 것이겠냐? 엄마는 저녁준비 하느라 바쁘시고 마침 시장에서 장봐 오셨는데, 또 나가시려면 귀찮잖아 그래서 전화 받은 내가 직접 행차하신 거지…….."
유리는 기특하다는 듯 진우의 머리 위에 있던 손을 위아래로 쓰다듬으며 착한 아이에게 떡하나 주며 달래듯 콧소리를 냈다.
"어이구~~~ 우리 오빠께서 1년동 동안 객지 생활을 하더니 효자가 돼서 돌아오셨네 아이구 장하다 장해!......."
진우는 귀찮다는 듯 고개를 흔들어 유리의 손을 털어 내고는 말했다.
"나의 어른 존경하는 마음을 보았다면 한 살밖에 차이 안 난다고 앵기는 짓을 반성하고 그만두기 바란다! 너도 아직 늦진 않았다~"
"호호 그래서 지금 나보고 오빠를 존경하라는 얘기야?"
진우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롬고롬..., 당연히 존경해야하고 말고~"
진우는 마침 생각난 듯 금새 흐물거리는 눈으로 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어쩌냐?"
"응? 뭐가?"
"친구들이 이 오라버니를 봤으니 내일부터 귀찮아 질 꺼 아니야?"
유리는 진우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귀찮아 지다니? 왜?"
진우는 가슴을 앞으로 내 밀며 거만하게 말했다.
"친구들이 미남 오라버니를 봤으니 소개시켜달라며 널 귀찮게 할게 뻔하잖냐~~!, 정말 이오라버니는 심히 걱정이 돼지만 니가 어쩔 수 없이 친구와의 우정을 위해서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시켜 줘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 온다면, 그 왼쪽에 서 있던 머리 묶은 그 귀여운 친구있잖냐…… 아무래도 그 애가 좋을 것 같다."
유리는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멍하니 벌리고 있다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쳇, 웃겨서 정말.. 못생겼다고나 안 하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야~~~"
진우는 유리가 자신을 무시하는 말을 서슴없이 해버리자 못마땅한 듯 눈을 게슴츠레하게 떠보였다. 진우는 유리를 째려보다 순간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커다란 눈을 굴렸다. 진우는 곧 우산을 빙글빙글 돌려 빗방울을 튀기기 위해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눈치가 빠른 유리는 이미 낌새를 느꼈는지 옆으로 비웃으며 진우 보다 한발 빠른 행동을 보였다. 유리는 자세를 낮추어 우산을 빠르게 빙글빙글 돌려 빗방울을 이용한 선제 공격을 했다. 진우는 얼굴에 튀는 차가운 빗방울 세례를 받고는 깜짝 놀라며 뒤로 주춤거렸다.
“앗…… 차거!~~~”
유리는 자신의 공격이 성공하여 많은 빗방울이 진우의 얼굴을 적시자 기분 좋게 웃으며 신속하게 앞으로 도망을 쳤다. 진우는 분한 듯 외치며 유리의 뒤를 쫓아갔다.
"제길, 선수를 빼앗기다니!"
둘은 한참을 뛰어 다니며 옥신각신 하다가 유리가 숨이 찼던지 헥헥 거리며 젖은 옷을 내려다보고는 탓하듯 말했다.
"오빠 때문에 옷 다 젖었잖아, 이게 무슨 짓이야? 어린애도 아니고 말이야~~!!!"
진우는 유리가 데려 화를 내자 기가 막히다는 듯 헛 바람을 내쉬었다.
"지금 누가 먼저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거냐???"
유리는 순식간에 얼굴 표정을 바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헤헤~, 그건 내가 먼저 했지~~"
유리는 말을 하며 갑자기 우산을 접더니 진우의 우산 속으로 뛰어 들었다.
"같이 쓰자…… 오빠!"
진우는 젖은 교복 사이로 유리의 브레이지어 차림의 몸이 드러나자 얼굴을 붉혔다.
"...... 어...... 어딜 들어와 좁아서 비 다 맞잖아?"
유리는 별거 아니라는 듯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뭐 어때? 어차피 다 젖었는데……."
"남들이 이상한 눈으로 보잖아?"
"뭐 어때? 남의 눈 따위..,…."
유리는 잠시 뜸을 들인 후 힘 없이 말했다.
"그리고......어차피 다른 사람 보기에는 우린 사이 좋은 오누이로 밖에 안보일텐데 뭘~~~"
유리는 말을 하고는 얼굴 전체에 쓸쓸한 표정이 번져 갔다.
"………………."
진우는 유리의 풀이 죽은 표정을 잠시 살피다 분위기를 살리려는 듯 크게 헛기침을 하고는 힘 주어 말했다.
"그나 저나 정말 다행이다!!"
유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궁금한 듯 물었다.
"뭐가???"
진우는 유리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화가 좀 풀린 것 같아서 말이야~~!! ........"
유리는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
"화라니? 무슨 화?......"
유리가 최근 진우에게 화를 풀어야 하는 카테고리에 속해 있는 사건은 한가지 무단 키스 말고는 없었다. 유리는 그때서야 자신이 진우에게 토라져 있는 중이라는 걸 인식했는지 얼굴색을 바꿨다.
"흥….... 누구 맘대로 화를 풀어!~~~"
진우는 유리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씁쓸히 미소를 지었다. 유리는 화가 다시 솟아난 것 같았지만 우산 속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둘은 아무 말 없이 한참을 걸었다. 먼저 입을 연건 진우였다.
"유리야??"
유리는 너무도 태연스럽고 상낭한 진우의 부름에 눈을 깜빡이며 진우를 올려다봤다.
"응? 왜?"
유리는 상냥하게 대답을 하고 나서야 자신은 진우의 부름을 무시로써 받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듯 했지만 때는 늦었다. 진우는 당연한 반응이라는 듯 유리와 눈을 맞추지도 않고 정면만을 응시한 채 담담히 말했다.
"우리 이번주 금요일에 같이 영화나 같이 볼래?"
"영화?"
"응, 전설의 프론티어라는 환타지 에니메이션이 이번주 금요일에 전국에서 개봉한다는데 너 애니메이션 좋아하잖아??"
"칫……. 괜히 미안하니깐……."
"싫음 뭐 관두고~~~~"
"누가 싫다고 했어! 주말에 영화 좋아! 무조건 결정!!!!!"
진우는 피식 웃으며 미소를 짓고는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사태에 대비해 확인 사격을 했다.
"그런데 영화 한편 만이다…… 다이아몬드 반지라던가 다른 비싼 건 없어~~~~"
"걱정하지마 대신..... 전설의 프론티어 말고 다른거 보자! 나, 보고 싶은 영화 있었거든!"
유리는 심중을 들킬까봐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진우는 유리의 행동과 유리의 아동틱 한 성향이 강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밀려오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보고 싶은 영화?"
"응"
"제목이 뭔데???"
유리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골똘히 생각하다가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유리는 가식적인 웃음을 보이며 대답했다.
"....흐음.., 갑자기 제목이 생각이 안 나네.. 좀 전까지 분명 머릿속에 있었는데.. 그게 뭐였더라..... 음.. 뭐 였지….."
진우는 유리의 행동이 미심쩍었지만 유리의 화를 풀어 주는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담담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그럼! 네가 보고 싶은거 보지 뭐"
"정말?"
진우의 대답이 떨어지자 유리의 얼굴이 더욱 밝아졌다. 유리는 굉장히 기쁜 얼굴로 진우에게 더욱 바짝 달라붙었다. 진우는 유리의 가슴이 자신의 팔뚝에 와 닿아 압력을 가하자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저…… 저.. 유리야?"
"응?......"
"..... 너….너무 달라붙지마!"
"어쩔수가 없잖아! 붙지 않으면 비에 젖어버리는걸…….."
유리는 말을 하며 얼굴에 미소를 지을 뿐 진우의 몸에서 떨어지려고 하진 않았다. 진우는 유리의 몸에서 풍겨지는 묘한 향기와 팔뚝에서 전해오는 뭉클한 느낌에 정신이 몽롱해짐을 느꼈다. 어느새 현관문에 이르러 진우가 우산에 묻은 빗방울을 털어 내고 있을 때 유리가 초인종을 눌렀다.
"엄마 저희들 왔어요~~~……"
지숙이 기다렸다는 듯 뛰쳐나와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문 안 잠궜는데…...."
지숙은 유독 진우의 오른쪽 어깨가 흠뻑 젖어 있는걸 발견하고는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우산에 구멍이라도 났니? "
<다음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