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는 천천히 유진과 있었던 고등학교때의 일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진우는 반 친구인 중희와 점심을 먹기 위해 매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진우는 이미 2교시가 끝나고 점심도시락을 먹어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햄버거라도 사서 먹을 생각이었다.
“빨리 가자 햄버거 다 팔리면 또 그 맛없는 우동을 먹어야 된다구”
그때 T자로 갈린 복도 끝에서 누군가 갑자기 튀어 나왔다. 진우는 중희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는지라 고개가 옆으로 돌아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발견즉시 몸을 뒤로 날렸지만 충격을 조금 줄 일 수 있을 정도일 뿐 충돌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쿵!"
상대는 몸이 왜소한 여자였던 덕에 진우에게 큰 충격을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여자 본인은 부딪히자 마자 순간 멈칫한 진우와는 달리 뒤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져서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눈살을 찡그렸다.
“으…… 아프다……”
진우는 급히 손을 내밀어 자신에게 밀려 넘어진 여자를 일으켜 주고는 사과를 했다.
“저…… 괜찮으세요?”
여자는 충돌의 충격이 컸던지 심하게 아픈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린채 진우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다.
“흐잉……. 정말 아프네……”
“저…… 죄송합니다…… 제가 한눈을 파는 바람에……”
여자는 여전히 찡그린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고는 엉덩이를 툭툭 털며 대답했다.
“아뇨, 나야말로 죄송해요, 좁은 실내에서 뛰어다니면 안되는거였는데, 내가 너무 급해서……”
여자는 고개를 숙여 진심으로 사과 했다. 옆에서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중희가 여자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빙긋 웃었다.
“어라? 유진이네..”
여자는 중희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다소 안심한 듯 빙긋 웃었다.
“아, 중희구나…… 안녕~!”
중희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유진이라 불리는 여자의 얼굴에 눈빛을 고정시킨채 물었다.
“정말 괜찮지? 이 녀석이 운동을 좋아 하는 녀석이라 은근히 통뼈야…… 다시 살펴봐봐 정말 괜찮은 거야???”
유진은 이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응 난 괜찮아 정말……”
진우는 중희를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
“아는 사이야?”
중희는 진우의 물음에도 눈길을 유진의 얼굴에서 때지 않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응, 같은 동아리 친구”
유진은 뭔가 급한 일이 있는 듯 시계를 힐끔거린 후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사라져 버렸다.
“정말 죄송했어요, 급한일이 있어서…… 중희야 나 먼저 갈께 이따 보자~!”
중희는 사라져가는 유진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손을 살며시 흔들어 주었다. 진우는 그런 중희를 바라보며 이상하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저렇게 이쁜 애를 내가 왜 모르고 있었지? 정말 우리학교 학생 맞어? 그것도 우리랑 같은 학년?”
“잘 기억해 보면 너도 본 기억이 있을 꺼야…… 1학년 초에는 우리학교 다니다가 아버지 일 때문에 미국 가서 몇 년 살다가 일주일전에 돌아 온거야~”
진우는 감탄 어린 시선으로 중희를 바라봤다.
“고수는 고수네 전학 온지 1주일 밖에 안됐는데 벌써 그렇게나 많이 알고 있다니……”
“같은 동아리니깐 동아리에 들어올 때 자기 소개하잖어 그때 들은 거야.. 근데 혹시나 하는 얘기지만 괜히 넘보지 마라…… 이미 내가 찜했다!! 전학 온지 일주일도 안됐는데 벌써 경쟁자가 운동장 한 바퀴다. 너까지 합류하면 내가 피곤해진다.“
“운동장 한 바퀴??”
“유진이한테 반한 남학생들을 늘어 놓으면 그 정도는 될꺼라구…… “
“아.., 그얘기였냐? 근데……벌써 그렇게 인기인이 된 거야? 하긴.. 이쁘긴 이쁘더라……”
“난 괜히 여자 하나 놓고 친구랑 싸우기 싫으니깐 내 말 잘 알겠지?”
“걱정마라……”
“근데 너 무슨 동아리였지??”
“관심 끊으랬지!”
“농담 농담……! 어서 가자 햄버거 다 팔리고 우동밖에 안 남겠다……”
진우는 몸을 돌려 매점으로 향하려다 발밑에 떨어진 검은 사각형의 물채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숙여 짚었다.
“이…… 디스켓…… 혹시 좀 전에 부딪힐 때 떨어트린건가?”
중희는 디스켓을 살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은데…… 뒤에 보니 유진의 이름이 써있네……”
진우는 디스켓을 중희에게 건냈다.
“이따 써클에서 만나면 전해줘”
중희는 디스켓을 건내받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좀 전에 바쁘다고 하지 않았냐? 음.. 이거와 관련된 거면 어쩌지?”
“그럼 지금 갖다 주던가~~~”
중희는 진우의 옷깃을 잡아 끌며 말했다.
“같이 가자!!!!”
“어딜?”
“디스켓 돌려주러……”
진우는 중희에게 잡힌 옷깃을 때어내며 강경하게 말했다.
“내가 왜 가~~~~~.. 혼자 갔다 와~~~~”
중희는 혼자만 굶기엔 억울 한 듯 웅얼거렸다.
“그럼 점심시간 다 지나잖아~~~”
“그러니깐 나라도 먹어야지~~~”
“굶어도 같이 굶고 먹어도 같이 먹는다 자던 친구의 맹세를 잊은건 아니겠지?”
“그런 거 한적 없다~!”
“정말 같이 안 갈꺼냐?”
“응”
진우는 중희를 뒤로 남긴채 매점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때 멀리서 중희의 나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얼마 전에 우리 반 여학우의 체육복 갈아 입는걸 몰래 지켜보던 치한의 모습을 디카로 찍은 적이 있었지……”
진우는 걸음을 순간 멈추고는 뒷걸음질 쳐서 중희에게 다가왔다.
“분명히 말했지만 그건 오해라고 했지 그때 나는……”
진우는 걸음을 순간 멈추고는 뒷걸음질 쳐서 중희에게 다가왔다.
“분명히 말했지만 그건 오해라고 했지 그때 나는……”
“디카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뭐 사진을 본 사람들이 알아서 판단하겠지…… 그럼 난……”
진우는 중희를 잡아먹을 듯 인상을 찌푸렸다.
“진짜 너…… “
“응? 나 뭐?”
“아…… 아냐…… 컴퓨터실 갈 꺼지? 내가 앞장선다구……”
컴퓨터실습실에 들어서서 유진을 찾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니 들어서자 마자 그녀의 모습은 한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 속에 유진이 섞여 있다 해도 그녀를 찾아 내는건 어렵지 않았다. 그녀의 주위에선 빛이 났고, 그녀와 그녀의 주변 기류는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격차가 심했다. 많은 남학생들의 시선이 뜨거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중희는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중희는 줄서있는 유진에게 다가가 디스켓을 건냈다. 유진은 쑥스러운듯 머리를 긁적이며 입술을 삐죽였다.
“어머!!! 고마워…… 내가 디스켓도 없이 여기 왜 서 있던거지…… 요즘 덜렁되서 큰일이라니깐”
중희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궁금한듯 유진에게 물었다.
“유진아 근데 줄은 왜 서고 있는 거야? 저쪽에 비어있는 컴퓨터들 많이 있잖아??”
유진은 시계와 길게 늘어선 줄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내가 지금 숙제 때문에 프린트를 뽑아야 하거든…… 그런데 프린터와 연결된 컴퓨터는 이것밖에 없어서 말이야…… 그나저나 정말 큰일이네…… 점심시간 끝나기 전까지는 뽑아가야 하는데 말이야……”
중희는 걱정스러워 하는 유진을 바라보며 마치 자기 일처럼 고민을 했다.
“그러면 우리 써클실에서 뽑는 건 어때?? 서클실에 프린터 있잖아?”
“지금 막 갔다 왔어…… 서클실에 가 봤는데 이미 태우오빠가 무협소설 600장짜리를 프린터 하고 있더라고…… 그거 다 뽑을때까지 기다리면 점심시간이 넘어버릴 것 같아서 여기로 뛰어 왔던건데…… 여기도 사람이 많네…… 이러다가는 선생님한테 숙제 못했다고 혼나겠어……”
중희는 턱을 몇 번인가 쓰다듬고는 말했다.
“할 수 없네…… 줘봐!!! 내가 피씨방에라도 가서 뽑아 올께……”
“피씨방? 그렇지만 밖에 나가려면 선생님한테 허락을 받은 외출증이 있어야 되는데……”
“그냥 월담 하면 되니깐…… 그런 건 걱정하지 말고…… 얼렁 줘……”
“그렇지만……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너무 폐 끼치고 싶지 않은데……”
유진이 망설이자 중희는 유진의 손에 들린 디스켓을 낚어채 듯 뺏었다.
“괜찮아…… 나의 이 민첩한 순발력이라면잠시만 기다려 금방 갔다 올테니깐.........”
그때 진우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잠시 턱을 만지작 거리더니 중희를 불러 세우고는 유진에게 말했다.
“저기~ 디스켓에 있는 내용을 프린트하기만 하면 되는거에요?”
유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진우는 중희에게서 디스켓을 빼았어 앞장섰다.
“이리줘 봐 내게 방법이 하나 있어……”
중희는 진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해 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진우야 그쪽은 선생들만 사용하는 네트워크 실이야,”
유진과 중희는 서로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다가 진우의 뒤를 따랐다. 진우는 선생들만 사용 할 수 있게끔 지정된 컴퓨터 앞으로가 컴퓨터를 부팅 시켰다. 보람고등학교의 컴퓨터실은 하나였으나 선생들과 학생들이 사용 할 수 있는 컴퓨터는 각각 지정되어져 있었고 이를 칸막이 하나로 나누어 놓았었다. 유진은 진우의 행동에 걱정스러운듯 말했다.
“저기........ 거기있는 컴퓨터는 선생님들 전용이라 암호가 걸려 있어서 사용 못할꺼에요”
중희는 머리를 긁적이며 진우 대신 대답했다.
“뭔가 방법이 있을 꺼야…… 얘가 우리학교에서 최고로 알아주는 컴퓨터 도사거든……”
중희는 진우의 컴퓨터 실력에 대해 익히 알고 있던 터라, 지금 진우가 무엇을 하려는지는 몰랐지만 나름대로 방법이 있을 것 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진우는 시스템 환경 설정모드로 들어가게끔 키보드를 조작한후, 환경설정 메뉴에서 다시 도스모드로 부팅을 시켰다. 진우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부팅되고 있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유진에게 설명했다.
“패스워드만 살짝 바꿔서 사용하려구요……”
유진은 놀라은 듯 입을 살짝 벌리며 말했다.
“암호를 모르는 상태에서 그런게 가능해요?”
진우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주 간단하게 사용할 수가 있어요! 윈도우에는 암호를 관리해 주는 화일이 하나 있는데 이걸 지워주게 되면, 암호가 초기화가 되어서 암호 없이 들어갈 수 있게 되어져 있어요……”
유진은 조금 걱정스러운 듯 머뭇거리며 물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나중에 선생님들이 사용할 때……”
진우는 빙긋 웃으며 유진의 말을 잘랐다.
“그냥 막 지워버리면 나중에 암호가 바뀌어서 우리가 사용한게 들통나니깐 확장자명만 살짝 바꾸던가 경로만 잠깐 바꿔 두어서 윈도우시스템에서 인식하지 못 하도록 해 두었다가 나중에 컴퓨터를 다 쓰고 새로 생긴 암호화일 위로만 덮어 주면 되요……”
진우는 설명을 하면서 화일 하나를 다른 폴더에 옮겨 놓고는 윈도우폴더에 있던 암호를 관리하는 화일을 살짝 바꿔놓은 후 다시 재부팅 했다. 진우는 윈도우 초기 화면에서 새롭게 이용자 이름과 암호를 등록하고는 디스켓을 드라이브에 꽂은 후 유진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유진은 활짝 웃으면서도 신기하다는 듯 감탄했다.
“우와~ 정말 대단하네요!!‚”
유진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진우는 몇 가지 설명을 덧 붙였다.
“프린트 뽑고 나면 알려드린 확장자를 검색해서 윈도우 폴더로 옮겨 놓으세요…… 그럼 원래 저장된 패스워드로 돌아가니깐, 선생들이 모를 꺼에요 할 수 있겠죠?? “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빙긋 웃었다.
“그 정도라면 할 수 있지요…… 정말 고마웠어요!‚”
중희는 뭔가 아쉬운 듯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응... 그래..”
진우는 유진과의 옛 생각이 떠오르자 더욱 친숙한 기분이 들었고 둘은 커피숍에 들어가 많은 얘기를 나눴다. 진우는 유진이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한 동네에 살았다는 것과 자신이 유진과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며, 도와주었던 일을 들었을 땐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유진과 초등학교 시절에 같은 동네에 살았던 사실에 반가운 한편 이상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런데 왜 한번도 마주치지 않았는지 신기하네요 바로 곁에 살았으면서……."
"어쩌면 마주쳤을지도 모르죠, 워낙 어렸을 때니깐 마주쳤다고 한들 지금에 와서는 알아 볼 수가 없는 것 일수도,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까요……"
"하긴... 기껏 채 3년이 지난 일도 기억 못하고 있었으니깐….."
유진은 진우를 탓하기라도 하듯 말하고는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진우는 어색하게 웃으며, 같은 동네에 살았었다는 사실에 왠지 가깝게 느껴져 제안을 했다.
"저기 우리 서로 말놓으면 안될까? 같은 학년에 같은 나이니깐 서로 손해 볼 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리고 우리 같은 고등학교까지 나왔는데…. 너무 공손하고.. 너무 어색한 것 같아…… "
유진도 진우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터라 흔쾌히 승낙했다.
"물론 난 좋아…… 그럼 앞으론 날 그냥 유진이라고 불러, 뭐 진이라고 불러도 상관 없어, 씨만 빼고 편한대로 부르도록……"
진우는 담담히 웃으며 유진의 목소리를 흉내냈다.
"난 진우라고 불러도 좋고 우라고 불리는 건 별로야……"
진우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자신의 목소리로 되돌아와 이어서 말했다.
"고등학교때 워낙 놀리는 녀석들이 많아서 우라고 불리는 건 별로 안내키지만 뭐 지금은 크게 신경 쓰지 않으니깐 진이가 부르고 싶다면 부르고 싶은 데로 편한 게 불러도 좋아……."
유진은 의아해 하며 궁금했는지 물었다.
"놀리다니??"
진우는 피식 웃으며 나훈아의 모창을 흉내내며 말했다.
"그거 있잖아 우........울지 마라 울긴 왜 울어.. 이런 식으로 부르는 척 하면서 쳐다보면 트로트 메들리~~~~~"
유진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빙긋 웃었다.
"우......."
진우는 유진이 자신을 부르자 고개를 들어 쳐다봤다. 유진은 진우의 시선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우.......울지 마라 울긴 왜 울어 이런 식???"
유진은 좀 전에 자신의 목소리를 흉내 낸 진우에게 복수라도 하듯 놀리는 말을 하고는 환하게 웃었다. 진우는 유진의 웃는 얼굴에 넋이 나가 화내는 것조차 잃어버렸는지 마주보며 껄껄 됐다.
<다음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