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는 수업중인 시간이라 조용한 학교 복도를 가로질러 계단을 천천히 오르고 있었다. 진우는 문득 앞서서 걸어가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서는 그 뒷통수의 주인공이 자신과 절친한 중희라는 사실에 등뒤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는 고개를 살며시 내밀어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중희의 커다란 귀구멍에 대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우악~! 하하 놀랐지?!!‚
"....................................”
"우악~~~~~!!!! “
진우는 몇 번이고 소리를 내어 중희를 깜짝 놀라게 할 생각이었지만 중희는 아무런 반등도 없이, 뒤 한번 쳐다보지 않고 계속 가던 길을 걸었다. 진우는 얼굴을 찌푸리며 불만에 가득찬 얼굴로 중희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야~! 너 귀 먹었냐???”
그때서야 중희는 고개를 돌려 진우를 바라보며 반갑게 웃어 보였다. 중희는 귀를 가리고 있는 머리칼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이어폰을 빼내며 입을 열었다.
" 아~~ 진우구나!! 오랜만이다. 그런데 좀 전에 나한텐 뭐라고 했어?? ”
진우는 중희의 손에 들린 이어폰을 어이 없는 표정으로 바라 봤다. 분명 이어폰을 의식하고 자세히 봤다면 알아 차릴 수 있었을 것이나, 얼핏 봐서는 중희가 상의에 입고 있는 옷색과 이어폰의 선 색이 같았기 때문에 알아차리기 힘들었던 것이었다. 진우는 바보 같은 자신의 행동에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 아니……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런데 지금 어디 가는 거냐? ”
중희는 mp3플레이어를 끄고 이어폰을 가방에 챙겨 넣으며 대답했다.
"어디 가긴 수업 들으러 가지!!!! 그런데 넌 오늘도 지각 이냐??”
"응, 어제 좀 흥미로운걸 발견하는 바람에 좀 무리를 했지……"
"이렇게 지각하고도 천하 태평이라니 니가 정말 부럽다 부러워….."
"일주일이나 결석한 사람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다…... 너 무슨 일 있는 거야?"
"응, 별건 아니고……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해커가 몇 놈 들어와서 설치는 바람에…… 것 좀 상대해 주느라고……"
"해커???"
"응, 요즘 게임이 잘나가니깐 여기저기서 파리새끼들이 달려들어서 좀 골치야……"
"그래서 잘 해결 된거야?"
"놈들이 날고 기어봤자지 뭐……. 근데 확실히 전보다는 잡아내는 게 많이 까다로워 졌어…아참, 그런데 이번 학기 성적표 안 갔지?"
진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성적표?"
중희는 고개를 여러번 끄덕거리며 힘있게 말했다.
"그래 성적표 말이야……"
"흠….. 그러고 보니 도착할 때가 지난 것 같은데 조용하네…... 왜 성적 안나올까 봐 걱정되냐?
그러게 나처럼 평소에 잘 했어야지!,""
중희는 어이없다는 듯 눈을 깜빡이다가 대꾸했다.
"지금 개그하는 거냐?, 나보다 공부 못하는 녀석한테 그런 말을 듣다니 내참 어이가 없어서"
중희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말을 살짝 돌렸다.
"근데 갑자기 성적표는 왜?"
"나도 아마추어 해커 녀석들 상대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건데, 걔네가 몇몇 학교를 대상으로 이상한 짓을 해 놓은 것 같아, 아마 그 몇몇 학교 중 하나가 우리학교인것 같고….. 그것 때문에 학교에서 성적표를 발송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이야? 이상한 짓이라니?"
"나도 자세한 건 모르지만 녀석들이 학교에다 장난 좀 쳐놨다기에 조금전에 학생과에 들려서 물어보고 왔는데 학생과 누나말로는 성적표 관리하는 컴퓨터가 며칠전 부터 다운되서 아직까지 복구 중이라고 하더라고…. 복구되는 대로 발송 할꺼니깐 조금만 더 기다려 보라나 뭐라나……."
진우는 피식 웃으면서도 이해가 안 된 다는 듯 물었다.
"백업 시켜 놓은 파일로 일단 다른 컴퓨터에서 뽑으면 되지 고작 컴퓨터 한대가 다운됐다고 못 뽑을 건 또 뭐래??? 근데 너도 정말 대단하다. 보통 그런 걸 학교 기밀인데 그런 걸 학생과 누나한테 물어봐서 알아내다니…… 너의 그 특유의 친화력 하나는 내가 인정한다."
그때 멀리서 누군가 이들을 발견하고는 빠르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진우는 멀리서도 그의 덩치가 산만큼 크다는 사실을 보고는 한눈에 태우라는걸 알아봤다.
"지금 수업시간 아닌가? 복도에 왜 이리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거지?"
"너희 또 지각이냐? 학교를 다니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중희는 가볍게 인상을 찡그리며 대꾸했다.
"사돈 남말 하지 말자구요….. 형도 지금 자바스크립트 강의를 듣고 있어야 하지 않나요? 게다가 저번 학기에 3번이상의 결석으로 현재 재수강이잖습니까??"
태우는 중희가 자신을 짓꿏게 비꼬자 헛기침을 하고는 정색을 하며 말을 했다.
"난 학장이 불러서 잠깐 다녀오는 길이야…… 너희하고는 달라~!"
태우는 순간 비밀 얘기를 하듯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아참….. 너희 얼마 전에 학교네트워크에 해커가 침입했다는 얘기 들었어??"
진우와 중희는 한차례 서로 마주보고는 동시에 모르는 척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해…... 해커라니요?"
태우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더욱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너희 1학기 성적표 못 받았지?????"
태우는 진우와 중희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이어서 설명했다.
"누군가가 네트웍을 통해서 우리학교 서버 시스템을 정지시키는 프로그램을 흘려 보낸 후에 실행해서 학교 인터넷하고 호스트를 일시 정지 시켰데…… 거기에 정보까지 완전히 날려보냈다는 얘기도 있어…… 지금 그것 때문에 학교가 완전히 난리야 난리!"
진우와 중희는 동시에 놀라워 했다.
"네? 그게 정말이에요?? 아니 누가 그런 일을……."
중희는 가볍운 탄성을 지른후 얼굴을 찡그렸다.
"시스템 정지만 시킨게 아니고 바이러스까지 침투시켜서 시스템의 정보를 완전히 파괴시킨거에요?"
"글쎄….. 뭐….. 일단 시스템을 살려봐야 파일손상여부를 알 수 있을 테지만 지금 쩔쩔매는 분위기로 봐서는 분명 파괴시킨 게 분명해……. 그런데 대단하지 않냐? 학교 컴퓨터 전체를 하루밤 사이에 정지시켰다는 게 어떤 놈인지…... 그 놈 참 엄청난 녀석임에는 분명해..‚…”
태우는 슬쩍 진우와 중희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들 설마 1학기 성적이 엉망인걸 비관해서.?...”
태우는 진우와 중희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실력이라면 마음 먹기에 따라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진우는 조금 당황스러운 듯 더듬거렸다.
"말도 안되요!, 그리고 내 성적은 그렇게 나쁜 편이 아니라구요!!! 중희 정도의 성적이라면 한번 생각해 봤을지 모르지만 말이에요…… “
중희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대꾸했다.
"너…… 너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날 의심 하는거야???? 혹시나 해서 하는 얘기지만 난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에요……."
태우는 중희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긴….. 아직까지 시스템을 복구시키지 못하고 있는거 보면, 중희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지…."
중희는 과장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진우와 태우를 번갈아 쳐다봤다.
"연타로 날 무시하다니 너무한 거 아니야? 요?.."
중희는 진우에게는 반말을 사용하며 화를 냈고, 곧이어 "요"자를 붙여 태우에게 따졌다. 진우는 중희를 힐끗힐끗 쳐다보고는 그를 무시한 체 태우를 바라보며 말을 돌렸다.
"그럼, 지금도 학교 컴퓨터들 모두가 다운 상태인 거에요???"
태우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네트워크 연결된 컴퓨터들은...... 아마도 당분간은 컴퓨터로 실습하는 과목들 대부분이 휴강하거나, 이론수업을 앞당겨서 하게 될걸……"
"으 흠….. 그런 일이 있었군요....."
중희는 진우의 얼굴을 바라 보며 물었다.
"해커잡아내는 거면 네 전문이잖아…… 어쩔래???"
진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 요즘은 좀 한가하긴 한데…….."
태우는 진우의 대답소리에 순간 놀라며 펄쩍 뛰었다.
"얘…... 얘가 쓸대없는 소리를……."
"왜요.. 진우 정도면……"
진우는 태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근데 이번일 상금 같은 것도 있어요?
"
태우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하, 학교에 무슨 돈이 있다고.... 그.. 그런 거 없어…... 아참 중희는 수업 끝나면 동아리실로 바로 좀 와라…. 긴히 할 이야기가 있으니깐 말이야…… 진우도 나중에 한번 같이 식사나 같이 하자고~~~"
자바스크립트를 가르치는 교수는 수업시간에 설명한 내용들에 대해서 몇 가지 중요한 것들을 다시 한번 요약해 준 후 수업을 끝냈다. 선생은 교실을 빠져나가려다 멈칫 서서는 고개를 돌려 못 마땅한 듯 혀를 찼다. 선생은 자신에 손에 들린 분필을 잠시 내려 보다가 어디론가 휙 하고 강하게 던지고는 분필이 목표물에 닿는걸 확인하지도 않고 교실을 빠져나갔다.
"타악!!!"
"아야!!!! 도대체 어떤 놈이야~~~!!"
중희는 달콤한 잠에 빠져 있다가, 머리에 가벼운 충격이 가해지자 벌떡 몸을 일으켰다. 중희는 불만에 가득 찬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는 사방을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 스르륵거리며 다시 그 자리에 엎어져 고개를 파묻었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진우는 그런 중희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 다시 고개를 책상에 묻어 버린 중희를 흔들어 깨웠다.
"야 임마! 수업 이미 끝났어~~ 그만 일어나라!! 점심시간이야, 점심시… 얼른 밥이나 먹으러 가자!!"
중희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다시 한번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중희는 힘겹게 눈을 비비며 멍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어? 벌써 수업 끝난거야???"
진우는 한심하다는 듯 가볍게 혀를 차며 말했다.
"수업시간에 자는 것도 눈치 좀 봐 가면서 자라…… 이게 벌써 며칠째냐??? 저 순하디 순한 선생이 분필을 던질 정도라니, 좀 정도 것 해야 할 것 아이냐~~~"
중희는 책상 위에 널려 있는 수업 관련서적을 가방에 집어 넣으며 하품을 했다.
"어쩔 수 없어, 요즘엔 동아리에서 매일 밤을 새다 싶이 하고 있으니깐……."
진우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며칠째 수업시간 내내 계속 잠을 자는 거야?? 무슨 공모전에라도 나가는 거야? 마감 내에 출품작을 만들기 위해서 밤샘 작업이라도 하고 있는거냐구? 그러보니 전에 보니깐 유진이 서점에서 프로그래밍 언어 책을 한 보따리 싸가던데"
중희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으며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런 건 아니구…….. 음…... 하여간 넌 몰라도 돼!, 괜한 일에 끼어들려고 하지말아라, 아 근데 너 유진이 만났었냐?"
"응, 며칠전에 서점에서……"
"아… 그렇구나….. 아참. 밥이나 먹으러 가자……."
중희는 몸에 힘이 없던지 진우에게 거의 반 기대다 싶이 하여 교실을 나왔다. 중희는 식당으로 향하다가 순간 걸음을 멈추어 서서는 진우를 향해 힘 없이 말했다.
"아, 맞다. 맞어!! 우리 동아리실에 잠시 좀 들렸다 가자…..."
"동아리실은 갑자기 왜??"
"나 동아리실 케비넷에 책 놓고 다니잖아…… 지금 들고 있는 책도 넣어 놓을 겸….. 뭐 다음 수업시간 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으니깐 들렸다가자??"
진우는 급하게 서둘 만한 일도 없었고, 밥 먹고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진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짧게 대답했다.
"그러든가….."
진우는 게임즈동아리실 앞에 이르러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중희를 향해 말했다.
"난 동아리 회원도 아니니깐 그냥 여기서 기다릴게~~~......"
중희는 상관없다는 듯 진우를 어깨를 잡고 끌어당기듯 안으로 들어왔다.
"괜찮아, 대외비를 취급하는 곳도 아닌데 뭐 어때서 그러냐? 어서 들어와….."
진우와 중희가 동아리실에 들어서자 그 안은 컴퓨터 하드 돌아가는 소리만 빼면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진우는 안으로 좀 더 들어가자 사각 회의용 탁자를 중심으로 한쪽켠에 의자로 침대 받침대를 만들어 누군가 잠들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진우는 힐끗 한번 쳐다 보고서도 의자 위에서 잠을 자고 있는 사람이 태우라는걸 알아 볼 수 있었다. 중희는 의자를 침대삼아 잠들어 있는 광경에도 마치 일상인 것처럼, 별거 아니라는 듯 본 듯 못 본척 자기 할 일만 했다.
중희는 자신의 케비넷에서 자바스크립트 책을 꺼내고는 다시 가방에 있는 모든 책을 꺼내 케비넷안에 차곡차곡 넣었다. 중희는 케비넷 문을 닫으려다 순간 멈쳐서는, 다시 케비넷에 손을 집어 넣어 우측에 걸려 있는 수건을 꺼내어 들었다.
"진우야 나 잠 좀 깨게 시원한 물로 세수좀 하고 올테니깐!! 넌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라……"
중희는 자다 일어나 눈이 부은 상태였고, 정신이 아직 몽롱한 상태였기 때문에 정신을 차리기 위해선 세수를 하는 게 좋을 듯 싶었다. 진우는 중희의 부은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기다릴테니깐 어여 갔다 와!......"
중희는 가볍게 손을 흔들고는 동아리실을 빠져나갔다. 진우는 중희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동아리 문이 닫히고 사라지자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동아리실에 있는 회의용 탁자에 붙어 있는 의자는 이미 태우가 다 차지하고 있었고, 남은 의자라고는 두 대의 컴퓨터 앞에 놓여 있는 의자 뿐이 였기 때문에 진우는 서서 기다리던가 컴퓨터용 의자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진우는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게 왠지 어색하게 느껴져 컴퓨터용 의자를 하나 빼내어서 그 위에 앉았다.
진우는 의자에 앉아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며 동아리방의 분위기를 살폈다.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깔끔하게 잘 정리가 되어 있었고, 태우와 기영이 동아리 한복판에서 잠들어 있는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게, 코끝에서 은은한 향기도 감돌았다. 또한 벽에 걸려 있는 여러 장식품들도 깔끔한 것이 품위마저 느껴지게 할 정도 였다.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며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진우는 문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중희일 것이라고만 생각하고는 얼굴도 확인 안하고는 문이 열리는 도중에 작은 소리로 물었다.
"왜 뭐 놓고 간거라도 있어??......"
어라? 진우 잖아?! 진우가 여긴 웬일이야? 내가 동아리실을 잘못 찾은 건 아니지?"
진우도 유진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가볍게 미소 지었다.
"아니 제대로 찾아왔어"
유진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반갑게 웃었다.
"에? 그럼 혹시 진우 우리 동아리에 가입하려고 온 거야??"
진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아.. 아니야, 나 지금 중희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유진은 고개를 갸웃 하며 되물었다.
"중희???"
"응, 중희가 책 좀 갖고 갈게 있다고 해서 같이 왔다가, 잠시 세수하러 갔거든…. 그래서 잠시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거지……."
유진은 진우의 설명에 다소 아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희미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흐흠… 그렇구나……"
"그런데 점심은 먹었니??"
"응, 지금 친구들이랑 먹고 오는 길이야……"
유진은 막 생각 났는지 고개를 돌려 태우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가볍게 내 저었다.
"으..,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깐!"
유진은 손에 들린 종이봉투를 사각회의용 탁자 위에 오려 놓고는 태우를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태우 오빠….. 어서 일어나서 빵 먹어..! 오빠!! "
"음냐..., 쿠~"
"오빠! 빵이라도 먹고 자던가 해요…. 오빠들 정말 계속 이러면 몸이 못 배겨 내다구요……"
유진의 귀청 떨어지는 외침에 태우는 기분 좋게 빙글 고개를 뒤척이며 눈을 살며시 떴다.
".........응?"
"지금 1시가 넘었어요, 빵 사왔으니깐 먹고 자던가 해요 아무리 상금이 좋다지만 이러다......"
"쿠…….--"
유진의 장황한 설명에 태우는 알겠다는 듯 싱긋 웃었지만, 태우의 눈은 웃음과는 달리 다시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진우는 유진이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일어날 생각은 않고 귀찮은 듯 몸을 뒤척이는 태우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유진은 얼굴을 귀엽게 찡그리며 팔을 허리에 올려놓고 째려보듯 태우를 내려다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때 갑자기 컴퓨터에서 삑삑 소리를 내며 모니터에 작은 메시지 박스를 하나 출력했다. 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눈이 컴퓨터 모니터로 향해 출력된 문장을 읽었다.
" 암호를 풀 수 없습니다. "
진우는 뒤쪽에서 코를 골며 잠들어 있는 태우의 얼굴을 쳐다보며 중얼 거렸다.
"크랙 프로그램을 돌려놓은 건가?"
보통 컴퓨터를 이용한 전통적인 암호 해독법은 코드 자동입력 소프트웨어를 써서 각가지 경우의 수를 빠른 속도로 무작위 입력시켜 보는 것이 일반적으로 쓰이는 방법이었다. 진우는 출력된 문장을 보고는 한눈에 태우가 크랙 프로그램을 돌려놓고 잠을 청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크랙프로그램이 한번 돌아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됐고, 또 그 사이에 외부에서 따로 입력해야하는 작업이 없었기 때문에 그 시간을 이용해서 태우와 기영이 잠깐 눈을 붙인 거이라 생각했다. 유진은 진우의 중얼거림에 천천히 다가오더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마 그럴 꺼야…… 요즘 매일 그 프로그램을 돌려 놓는 것 같더라고……"
유진의 대답소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한번 컴퓨터에서 가벼운 경고음을 들리더니 이번에 좀더 긴 문장의 메시지가 모니터에 출력했다.
"아서라 아서, 바이러스 잠금 암호기능에 60억8천2백78만5천4백29개의 숫자를 조합해 만든 것이란다. 너희 3류대학 수준으로는 백년이상 걸려도 풀지 못할걸, 괜한 헛 수고 하지말고, 감염된 하드는 그만 포기하고 새로 사다 갈아 끼우는게 더 이익일 거다……"
진우는 뒤이어 출력된 자동반응 문장을 보고는 얼굴을 가볍게 찌푸렸다.
"대단한 자신감이군, 대체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유진도 출력된 문장을 보더니 신기 할게 없다는 듯 진우의 말을 자르며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쳇, 웃겨! 정말……"
유진은 말을 하며 천진한 여중생처럼 모니터를 향해 귀엽게 혀를 내밀어 보였다. 유진은 다시 몸을 돌려 태우를 깨우기 시작했다.
"오빠 어서 일어나요, 맛있는 빵들만 골라서 사왔으니깐 먹고 자던가 하라니깐!"
진우는 가만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가 힐끗 고개를 돌려 아미를 살짝 찌푸리며 태우와 기영을 깨우느라 정신이 없는 유진을 바라보았다. 진우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시 몸을 돌려 모니터 정면을 바라보며 마우스를 움직여 c언어를 실행시켰다. 진우는 잠시 코를 만지며 무언가 생각하는가 싶더니 순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손을 빠르게 움직여 키보드를 조작해 코딩을 하기 짜기 시작했다.
중희는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는 깔끔하게 대변까지 본 후에 동아리실로 느긋하게 되돌아오고 있었다. 중희는 진우가 책상 앞에 앉아서 탁탁 거리는 키보드 소음을 내며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진우의 등뒤로 다가오다가 유진을 발견하고는 손을 들어 반갑게 인사했다.
"어?? 유진이잖아?"
유진은 태우와 기영을 깨우다가 중희의 외침을 듣고는 고개를 돌려 빙긋 웃으며 인사했다.
"중희 왔구나!!'
중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태우의 팔을 잡고 늘어지고 있는 유진의 모습에 조금 당황한 듯 물었다.
"지.. 지금 뭐하는 거야?”
유진은 태우의 팔을 놓아주고는 아래로 내려다 보며 대답했다.
"응, 오빠들 줄려고 빵 사왔는데, 아무리 깨워도 안일어 나네….."
중희는 사각회의용 테이블에 놓여진 종이 봉지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다급하게 말했다.
"그…... 그냥 놔두지!!!!, 어제도 밤샌 것 같은데….. 자다가 일어나면 알아서 먹겠지 뭐 어짜피 극한 상황이 아니면 식욕보다 수면욕이 더 앞서는 게 당연 한거니깐……. 깨워도 소용 없을꺼야……"
중희는 말을 하며 정신 없이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진우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의미를 알 수 없는 야릇한 웃음을 흘리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이놈은 여기서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중희는 진우의 집중력이 깨질까 봐… 두려운 듯 작은 소리로 말했지만 유진에게는 들렸던지 태우를 깨우는데 정신이 팔려 있다가 중희의 말소리에 퍼뜩 고개를 돌려 진우를 살폈다. 진우는 자판을 두드리며 무언가 하고 있는걸 발견하고는 눈을 깜빡이며 천천히 다가 왔다.
중희와 유진은 서로 한번 쳐다보고는 멍하니 진우의 등뒤에서 모니터를 지켜봤다. 진우는 한참동안 쉴새없이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뭔가 막히는게 있었던지 손가락을 키보드에서 때면서 턱을 쓰다듬었다. 진우는 손바닥을 키보드 받침대에 짚고 있다가 손가락을 이용해 톡톡 소리를 내더니 다시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유진은 요 며칠 동안 태우가 프로그래머 파트가 아닌 사람은 동아리 컴퓨터를 함부로 만질 수 없게끔 접근 거부 시켜 놓은 상태라는 사실과, 얼마 전 동아리 동기가 실수로 컴퓨터를 만졌다가 태우에게 엄청난 화를 당했던 사실을 동시에 떠 올렸다. 유진은 진우가 컴퓨터를 만지작 거리자 중희가 당연히 말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뒤에서 넋 놓고 진우가 하는 냥을 지켜만 보고 있자 이해 할 수 없다는 듯 중희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가, 혹시라도 태우가 잠에서 깨어서 이 광경을 보고는 진우에게 윽박 지를걸 두려워한 나머지 급히 손을 내밀어 진우를 말리려 했다.
그때 동시에 두 개의 손이 다급하게 날아와 뻗어 나가는 손의 진행을 막았다. 유진은 의아해 하며 고개를 돌려보니 하나는 중희의 손이었고 다른 하나는 태우의 손으로 언제 일어났는지, 가볍게 고개를 흔들어 방해하지 말라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 유진은 태우가 유령처럼 갑자기 얼굴을 들이 밀자 깜짝 놀라 가볍게 소리를 질렀다.
"아악!......"
태우는 깜짝 놀라며 급히 유진의 입을 막으려고 달려 들었다. 진우는 유진의 갑작스러운 비명에 깜짝 놀라 집중력이 분산됐다. 진우는 그제야 중희와 태우, 그리고 유진이 자신의 등뒤에 바짝 다가와 알 수 없는 동작을 취한체 멈쳐서서는 어색하게 웃고 있자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우는 멋적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태우를 향해 말했다.
"아, 죄송해요 나도 모르게 그만......."
태우는 퉁퉁 부은 눈가에 웃음을 지어 보이며 바보처럼 헤헤 거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괜찮아…… 상관없어….. 그런데 뭘 만지고 있었던 거냐?"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