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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선덕여왕을 참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백제와의 전투 이후 선덕 여왕 전개가 매우 느려지면서 재미가 반감되는 중이었는데 그동안 숨겨놓은 카드였던 비담의 등장 이후 극 자체가 매우 흥미로워 졌습니다.  특히 11일 밤에 방송되는 24회에는 선덕여왕에서 매우 중요한 이야기들이 예고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담의 등장은 선덕여왕의 장르를 바꿀 만큼 매우 중요한 변화로 여겨집니다. 즉 선덕 여왕은 사극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현실성이 중요하였고 역사적 사실성과 작가의 창작사이에서 균형을 이루어야만 했지요.  이미 선덕 여왕은 역사적 사실들과는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선덕여왕은 사극이라는 이유로 작가의 상상력이 들어간 부분에 대해서 비난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담이 10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한번에 제압하는 장면을 보고나니 그런 논의들이 이제 무의미하게 느껴지더군요. 작가는 역사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는데 괜히 이런저런 트집을 잡을 필요가 없지요

저 같은 경우 22회 마지막 부분에서 비담이 사람위를 날라다닐 때 오히려 쾌재를 불렀습니다. 한국적 무협 환타지의 세계가 열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사극 선덕여왕이 아니라 무협 사극 선덕여왕이라고나 할까요.

 유명한 무협작가인 김용의 경우 실제 역사를 토대로 하여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용의 무협지를 보고서 누가 역사적 사실과 틀리다고 이것저것 따집니까? 하물며 삼국지만 해도 역사적 사실과는 아주 거리가 멀죠.

그런데 선덕 여왕은 매우 절묘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한국적 무협 환타지를 그리고 있습니다. 즉 김용의 무협소설속 주인공은 너무나 강력해서 근본적으로 허무맹랑함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서 선덕 여왕은 그래도 웬지 모르게 현실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강력한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거죠. 사실성으로 치자면 소설 삼국지보다도 더욱 리얼리티가 있는데 제가 선덕여왕을 보니 어린 시절 무협지를 보는것처럼 박진감과 호쾌함이 느껴졌거든요.

비담이 활약하는 장면을 보면 무협지처럼 장대한 스케일은 아니지만 오히려 감정 이입은 훨씬 더 잘 되더군요. 마치 내가 싸움의 현장에 있는듯한 기분인데요. 중국의 무협영화에 비해서 좀더 세밀하고 아기자기한 맛에 감탄할수 밖에 없더군요. 덕분에 선덕여왕 22회는 스토리상 별 내용이 없어도 몰입감 하나는 최고였습니다. 이런걸 잘 살린다면 선덕여왕은 한국적 무협환타지의 선구적인 작품으로 등극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까지 들더군요.

저는 오래전부터 아더왕의 전설을 보면서 한국에도 그런 환타지가 탄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더왕은 실존인물인지에 대한 애매함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실제 있었던 왕을 모델로 해서 아더왕의 전설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면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주몽을 기대하면서 봤습니다. 초반에는 한국판 아더왕이 탄생하지 않을까 기대를 했습니다만 나중에 실망스러운 스토리가 되어버렸는데요.

주몽은 나라를 세운다는 장대한 스토리였던데 비해서 제작비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던걸로 보입니다. 이에 비해서 선덕 여왕은 주몽처럼 군대간의 전투를 펼칠 필요 없이 정치세력간의 암투이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간의 무술이 더욱 극대화 될수 있는 장면이 더욱 빈번히 등장할것으로 기대됩니다.

벌써부터 김유신이 각성을 해서 비담만큼의 무술 실력가로 거듭날테고. 여기에 화랑의 전설인 문노와 칠숙까지 돌아왔기 때문에 이들간의 박진감 넘치는 대결도 기대가 됩니다.

선덕여왕은 그야말로 짬뽕드라마 같습니다. 주몽 같은 정치이야기와 대장금 같은 성공기등이 담겨져 있는데 비담이 등장하면서 무협에도 슬쩍 한발을 담근듯 한데요.

그런데 저는 선덕여왕을 보면서 8월 4일에 방송된 22회가 가장 재미있었고.. 시청률도 그동안 지지부진하더니 22회에서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지요. 지금 드라마인물 검색 순위를 보니 선덕여왕의 비담과 문노가 1위와 4위를 기록중이더군요.

무협적인 측면이 드라마에 활기를 주고 있을뿐만 아니라 선덕여왕이 다른 사극과는 차별화를 주고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기왕 이렇게 된거 작가분들이 한국적인 무협 환타지의 탄생을 목표로 이쪽 시나리오좀 보강해주었으면 좋겠네요. 그래야 매주 방송될때마다 역사왜곡이니 아니니 하면서 일어나는 논쟁도 줄어들테고 말이죠.

삼국지보다는 조금 더 과장되지만 김용의 소설보다는 사실적인 위치에 있는 그런 드라마만 되도 선덕 여왕은 한국적 무협환타지의 새장을 연 작품으로 오랜시간 극찬을 들 수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22회를 보면서 10대시절 읽었던 무협지들이 떠올라서 너무나 재미있었고 묘한 흥분감이 느껴졌습니다. 무협 매니아로써 한국드라마에서 이런 긴장감과 박진감을 느끼는것에 선덕여왕 제작진에 박수를 칠수 밖에 없더군요. 앞으로도 선덕여왕이 지금과 같은 무협 요소가 등장한다면  과거 무협매니아였던 저로써는 정말 감개무량할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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