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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의 모든 것은 결국 창조로 귀결된다. 그들은 창조적일 때 빛났고 창조적이지 못했을 때 그들은 어려웠던 시기를 보냈다. 닌텐도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창조를 통해 부활한 만큼 그 어떤 회사보다 창조적인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기 때문에 창조를 주제로 닌텐도를 바라보면 그들의 모든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창조는 기존의 것과 다른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과거의 기준으로 평가를 하면 창조의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그래서 과거에 이랬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함부로 단정 짓지 않는 닌텐도는 마케팅 자료로 상품을 평가하지 않는다. 실제로 패미컴과 포켓몬스터가 미국에 진출할 때에도 닌텐도는 마케팅 자료를 참고하지 않았다. 만약 그들이 마케팅 자료를 참고했다면 미국에서 패미컴과 포켓몬스터를 감히 팔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창조적인 상품이 시장에서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만약 성공을 이루게 하는 엄청난 법칙을 알고 있다고 자만한다면, 절대로 성공에 이를 수 없을 것이다.  성공을 경험했다고 해서 자만한다면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 닌텐도는 이러한 자만을 철저하게 경계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 성공이라는 단어를 금기시하는 것이다.

야마우치 히로시는 게임 산업은 천국 아니면 지옥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창조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창조 역시 성공하면 엄청난 이익이 따라오지만 실패하면 회사에 큰 타격을 입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닌텐도는 항상 실패를 대비하면서 회사를 운영한다. 그들은 평소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는 절약정신이 몸에 배어 있으며, 필요한 곳에 돈을 쓰지 않고 있다.

닌텐도와 다른 회사들의 근본적인 차이는 실패를 받아들이는 자세이다. 많은 회사들이 창조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상은 거창한 구호에 불과하다. 창조를 외치는 대부분의 회사들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한다. 실패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해야만 비로소 창조다운 창조를 할 수 있다. 닌텐도는 무조건 창조를 외치는 대신 우선 남들과 다른 새롭고 독창적인 것을 시도하는 행위 자체를 서로 칭찬하고 실패에도 관대하다.

닌텐도가 상품을 만드는 방식인 끊임없는 실험과 검증은 사실 수많은 실패를 반복하면서 최종적인 제품으로 완성해가는 시스템이다. 닌텐도 위의 컨트롤러를 만들 때 닌텐도 본사 복도에는 실패한 시제품이 여기저기에 쌓여 있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성공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했기에 조금의 위축도 없이 계속해서 도전했고, 결국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게임 컨트롤러를 완성할 수 있었다. 닌텐도의 전매특허인 밥상 뒤집기 역시 엄밀히 말하면 스스로 실패를 인정하고 새롭게 다시 만드는 것이다.

또한 닌텐도 내부에서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겨우 상품을 시장에 출시했지만 정작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개발자들이 문책당하고 벌을 받지는 않는다. 게임 하나가 히트한다고 해서 성과급을 주거나 특별대우를 하지 않듯이 실패한다고 해서 개발자들을 벌하지 않는다. 닌텐도 DS의 개발 책임자인 오카다 사토루는 직원들에게 닌텐도의 전통을 설명하면서 실패가 경험이 되는 것이니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실패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닌텐도의 사고방식이야말로 겉으로만 창조를 외치는 다른 회사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업문화를 살펴보아도 닌텐도는 필연적으로 창조를 위한 회사임을 알 수 있다. 닌텐도는 직원들에게 경쟁심을 가지지 말라고 한다. 닌텐도는 직원 사이에서뿐만이 아니라 다른 회사와의 관계에서도 경쟁심을 갖지 않는다. 이는 라이벌 회사에 대한 경쟁심을 적극 활용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대비된다. 경쟁심을 없앤 닌텐도는 블루오션의 개척자가 된 반면에 승부욕을 강조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레드오션의 최강자가 되었다. 사실 이는 필연적 결과이기도 하다. 레드오션은 수많은 경쟁자들이 싸우고 있는 곳이다. 승부욕이 강한 기업이 수많은 경쟁자들을 싸워 물리치는 것이 레드오션의 숙명인 것이다. 반면에 닌텐도는 경쟁보다는 남들이 하지 못한 새로운 것에 도전하니 결국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시장인 블루오션을 창조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닌텐도의 창조는 단순히 게임 안에서의 혁신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패러다임까지 파괴하면서 게임의 틀 자체를 바꾸어버렸다. 이와타 사토루는 게임이란 사람이 무엇인가를 입력하면 이에 대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 같은 정의를 따른다면 세상에 게임이 아닌 것은 없다. 닌텐도는 과거 기준으로 보면 게임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위대한 밥상이나 영어 삼매경 같은 소프트웨어를 발매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오사카 전기통신대학은 닌텐도 DS를 활용해 영어 수업을 진행했는데 성적이 대폭 향상되자 다른 과목에서도 닌텐도 DS를 활용하고 있다. 이렇듯 닌텐도는 게임의 틀을 확장시킴으로써 회사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있다.

닌텐도의 기업 역사와 문화, 그리고 철학은 모두 창조를 향해 있고 그들의 생존과 성공은 모두 창조 덕분이었다. 닌텐도라는 기업은 그 자체로 창조의 위대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닌텐도의 창조성은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매우 중요한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닌텐도는 자신들보다 훨씬 규모가 큰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당당히 승리를 거두었다. 이는 압도적인 기술력을 가진 선진국의 초일류 기업들과 값싼 노동력이 무기인 중국 기업 사이에서 고전하는 우리나라의 여러 기업들이 지금 당장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다. 

만약 우리가 단순히 초일류 기업을 흉내만 낸다면 자금과 기술이 뛰어난 기업에게 패배할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수많은 중국 기업들에게 우리의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다. 샌드위치 신세가 된 우리에게 닌텐도야말로 매우 훌륭한 성공모델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기업은 세계시장에서 기대 이상으로 매우 선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유독 미국의 애플이나 일본의 닌텐도 같은 기업이 없다. 우리가 한 단계 진보하기 위해서는 애플이나 닌텐도 같은 기업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애플은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한계가 있는 롤모델이다. 미국 실리콘 밸리에 있는 애플은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인재들을 고용해 스톡옵션과 같은 성과급으로 보상하고 있으며 직원들은 자유롭게 이직할 수 있다. 마치 전세계 야구선수가 메이저리그로  모이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연봉을 받고 있듯이 말이다. 이에 비해 닌텐도는 일본 사람 그것도 교토 지역 사람들 위주로 인력을 공급받고 있음에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성과급보다는 고용안정을 통해 인재들을 붙잡고 있다. 사실 일본의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우리나라와 대만의 업체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닌텐도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들도 일본 기업들처럼 중국 기업들에 의해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우리나라에도 닌텐도 같은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기업들이 탄생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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