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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글입니다>


지난 2월 세계 1위의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가 그 동안 고수해왔던 독자적인 플랫폼인 심비안을 버리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는다는 소식이 각종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는 지난해 노키아가 기업역사상 최초로 외국인 CEO 그것도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인 스티븐 엘롭이 영입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그 계약내용을 살펴보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마이크로 소프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노키아가 윈도우 폰 7을 최우선적으로 채용하기로 결정함으로써 그 동안 점유율 3%대의 부진에 빠졌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노키아는 단순히 윈도우 폰 7을 위해 단말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엔진인 빙을 채용하고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의 광고 플랫폼인 애드센터까지 지원해주기로 하였다. 그리고 노키아의 오비스토어를 MS의 마켓플레이스와 통합까지 시켜주기로 하였다.

워낙 MS에게 유리한 계약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번 제휴와 관련되어서 고개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스티브 엘롭에게 마이크로소프트가 보낸 트로이 목마가 아니냐는 질문까지 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노키아의 사정을 냉철하게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키아로서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노키아가 지금 비록 세계 1위업체이지만 각종 지표들이 추락을 하고 있다 2009년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36.4%의 시장점유을 가졌던 노키아는 2010년에는 28.9%로 하락하였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심비안의 시장점유율은 46.9%에서 37%대로 축소되었다. 2010년 4분기 결산자료에 의하면 노키아의 순이익도 21%나 감소하는 등 회사 미래에 대한 불안한 시선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가 발표되기 얼마 전 스티브 엘롭은 노키아직원들에게 우리의 플랫폼이 불 타오르고 있다면서 현재의 위기 상황을 묘사하였다. 이렇게 어려움에 처한 노키아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굴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제휴관계를 맺는 모습 속에서  필자는 현재 IT 세상을 지배하는 세가지 패러다임을 재확인 할 수 있었다. 오늘은 바로 그 세가지 패러다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애플, 구글, MS의 천하 삼분지계

 

스티브 엘롭은 노키아가 위기에 처한 이유로 애플의 아이폰과 구글의 안드로이드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엘롭은 2008년 애플이 300달러 이상의 휴대폰 시장에서 2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2010년에는 61%가 넘어섰음을 지적하면서 애플이 게임의 법칙을 바꾸었고 고가시장을 지배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안드로이드가 나타나서 중저가 시장을 잠식하면서 노키아는 더 큰 어려움에 빠졌다는 게 엘롭의 주장이었다. 휴대폰 업계의 공룡으로 시장을 지배하였던 노키아가 이동통신 시장에 뛰어든지 몇 년 되지도 않은 애플과 구글에 의해서 큰 어려움을 당하게 되었고 그들의 생명줄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선택하였다는 사실은 결국 전체 IT업계가 애플, 구글, MS의 천하삼분지계로 나뉘었음을 뜻한다.

이제 모든 IT 업체들은 애플, 구글, MS의 영향하에 있으며 기업의 흥망성쇠가 그들과의 관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노키아의 위기에서 보듯이 이제 IT기업중에서  애플, 구글, MS를 상대로 정면승부를 벌여서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애플,구글,MS와 어떤 협력관계를 맺느냐에 따라서 승자가 될수도 있고 패자가 될수 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필자는 노키아와 마이크로소프트의 협력에는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노키아의 경쟁상대중에 하나가 바로 삼성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IT 삼국지 시대를 완벽히 적응을 하였고 최대의 이익을 뽑고 있는 중이다. 삼성은 애플에게 부품을 공급하여서 큰 이익을 얻고 있다. 2011년에는 애플이 78억달러어치의 부품을 구입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애플은 소니를 제치고 삼성의 최대 고객으로 부상하게 된다. 삼성은 스마트폰 시대에 부진을 거듭하면서 한때 위기론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구글의 안드로이드 덕분에 기사회생하였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갤럭시 S는 발매 6개월여만에 천만대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고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4위에 오르는데 일등공신이 되었다.  또한 삼성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옴니아 발매당시에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스티브 발머가 직접 한국을 방문할정도로 두회사는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고 윈도우 폰 7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윈도우 폰 7이 출시될 당시 삼성의 옴니아 7은 리뷰에서 8점을 맞으면서 가장 좋은 평을 들었고 지난 11월 phonearena에서 윈도우폰 사용자 1500명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윈도우 폰이 삼성이라고 보도하였다.

애플, 구글, MS가 지배하는 IT세상에서 삼성은 기가막히게 적응을 하였고 그 달콤한 열매를 수확하고 있지만 노키아는 이들과 경쟁하다가 불타오르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애플, 구글, MS와 경쟁이 힘들다면 그 세회사들과 잘 지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노키아는 MS의 손만잡음으로써 구글과 애플의 적이 되어버리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IT삼국지 시대에는 삼성처럼 애플,구글, MS사이에서 줄을 잘타고 최고의 이익을 뽑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노키아처럼 특정회사에 올인 을 하게 되면 세회사간의 경쟁관계를 적절히 활용하는 삼성 같은 회사와의 경쟁에서도 패할수 밖에 없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지배한다.

 

애플, 구글, MS의 공통점은 운영체제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IT 세상은 결국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지배하는 곳이다. 어떤 사람들은 하드웨어가 없으면 소프트웨어도 무용지물이 되니지니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평등한 관계라고 주장한다. 마치 인간의 몸과 마음처럼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사이라고 말한다.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은 절대로 분리되어서 생각 할 수 없지만 소프트웨어 업체와 하드웨어 업체는 별개의 존재들이다. 소프트웨어 업체와 하드웨어 업체는 왕과 신하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나라에 왕이 있으려면 신하가 필요하듯이 신하에게는 그들이 모셔야 할 왕이 있어야 한다. IT세상은 소프트웨어 업체가 왕으로 군림하고 하드웨어 업체는 소프트웨어 업체에 복종하는 곳이다. 안드로이드라는 나라에서 구글이 왕이고 하드웨어 업체들은 구글의 법에 따른 통치를 받는 것이다. 윈도우폰 7 나라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왕이고 윈도우폰 7을 채택한 업체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법을 따를 수 밖에 없다.

노키아는 1998년에 휴대폰 업계 1위에 올랐으며 1999년에는 시가총액이 2700억달러에 이르며 유럽에서 시가총액 1위의 기업이었다. 2000년에도 시가 총액은 2,500억달러였는데 비해서 당시 애플의 시가 총액은 200억달러에 불과했던 시절이었다. 한편 구글은 차고에서 창업을 한지 불과 2년밖에 안되던 때이다. 그런데 그 거대했던 기업이 애플과 구글에 의해서 위태해진 것은 결국 소프트웨어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노키아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손을 잡은것도 결국은 소프트웨어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최후수단이었다. 이러한 노키아의 몰락은 결국 소프트웨어업체가 하드웨어업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IT업계의 패러다임을 재확인 시켜주는 좋은 사례이다.

 차이완 기업이 몰려온다.

 노키아가 위험에 빠진 이유중에는 중국업체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100달러 이하의 초저가 시장에서 최근 중국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2010년 5180만대를 판매한 중국의 ZTE는 전세계 휴대폰 업체중 판매 4위에 오르며 사람들을 깜짝 놀래켰다. 특히 주목해야할 점은 2010년 그들의 성장률이 무려 94%였다는 점이다. 이미 통신장비 시작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화훼이는 휴대폰에서도 지난해 3000만대를 판매하면서 업계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ZTE와 화훼이는 이제부터 해외시장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기 때문에 이들의 놀라운 성장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중국업체의 활약을 보면 앞으로 휴대폰 업체가 현재의 PC업체처럼 재편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PC 업계는 이미 중국과 대만의 차이완 업체들이 장악을 해버렸다. 전세계 시장에서 1위 HP, 2위 델, 3위 에이서, 4위 레노보가 차지하고 있다. 에이서와 레노보가 대만과 중국기업이고 HP와 델이 미국기업이지만 사실 에이서, HP, 델 모두 대부분의 생산을 중국에서 하고 있다. 애플의 컴퓨터 역시 중국에서 대부분 제조가 되고 있다.

 PC 업계를 보면 생산지가 처음에는 미국이었으나 나중에는 일본으로 넘어갔고 한때 한국이 강세를 보이다가 지금은 아예 대만과 중국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이제 에이서와 레노보에서 보듯이 PC분야에서 차이완 기업들은 단순한 생산기지를 넘어서서 시장의 강자로 우뚝서고 있다. 휴대폰 시장도 PC 시장처럼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하드웨어기술은 처음에는 격차가 커보여도 시간이 갈수록 쉽게 평준화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하드웨어 업계는 1위 업체가 가격경쟁으로 승부하는 후발업체들에게 쉽게 추격당한다. 1위였던 IBM이 컴팩에 그자리를 물려주었고 컴팩은 델 에게 패하였다. 델은 또다시 HP에게 밀려버렸다.

중국업체들의 활약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그 1위 자리를 중국기업이 물려받게 될것이다. 기술이 평준화되면 결국 인권비가 싼 중국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PC업계처럼 휴대폰 업계에서도 중국기업의 존재감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이미 ZTE와 화훼이가 그 선봉에 서있고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노키아의 몰락에는 고급폰 시장에서의 아이폰 중저가 시장에서의 안드로이드 폰 그리고 초처가 시장에서 중국기업에게 밀리면서 시작된 것이다. 문제는 노키아의 몰락이 남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지금 당장은 노키아의 위기가 한국에게는 큰 기회이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IT삼국지 시대를 잘 이용하고 있는 삼성은 노키아의 몰락에 가장 큰 수혜를 받게 될 기업이다. 하지만 중국기업의 성장이 계속되면 한국 역시 노키아처럼 샌드위치 신세에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무료로 제공되는 안드로이드는 상대적으로 자본이 부족한대신 인력이 풍부한 중국기업에게는 최고의 축복이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가 지금은 한국에 큰 혜택을 주고 있지만 중국기업에게는 더 큰 기회이다. 

노키아의 교훈은 아무리 위대했던 기업도 언제든지 쉽게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기업세계의 냉혹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애플, 구글, MS처럼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 못한다면 하드웨어 업체들간의 치열한 경쟁속에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그 경쟁은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업체의 습격에 얼마나 버텨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비록 한국업체가 지금은 잘 나갈지라도 노키아 처럼 얼마든지 위기를 겪을 수 있다. 하드웨어 중심인 한국기업들은 지금의 노키아의 모습에 교훈 삼아 명품전략을 사용하는 아이폰과 강력한 가격경쟁력으로 공습해 올 중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자신이 있는지 한번씩 자문자답을 하고 대비책을 마련 해야 할 때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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