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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때 게임기획에는 일정한 법칙과 프로세스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법칙에 따라서 일정한 양식대로 기획서를 작성하고 규격화된 프로세스에 따라서 일을 진행시키면 게임 개발은 척척 완성될 줄 알았다. 그래서 끊임없이 문서작업에 메달렸다. 나 홀로 책상에 앉아 서 게임 제작의 모든 부분에서 정확하고 자세하게 서술하기 위하여 방대한 게임 기획자료들을 개발팀원에게 쏟아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진정한 대화의 방법은 자신의 말 보다는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를 아는 것이라 했다. 내가 비록 완벽한 구성과 양식으로 기획서를 작성해도 상대방이 이해를 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또한 실제 개발자들이 원하는 기획서는 각자의 취향과 포지션에 따라서 요구하는 것이 달라지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래픽 디자이너를 예로 든다면 외모설정에 대해서 구체적인 예로 정리해달라는 사람이 있고 또 어떤 디자이너는 오히려 너무 자세한 설정에 대해서 자신의 창의력이 발휘 될 수 없다며 자존심 상하기도 한다. 


팀원의 성격과 취향 그리고 작업방식에 대한 이해 아래서 기획서의 양식 내용은 변할 수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각 팀원의 성격과 취향에 맞는 맞춤식 게임기획으로 프로그래머, 그래픽디자이너간에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해야만 팀워크를 이룰 수 있다. 그런데 팀워크라는게 무척 달고도 씁쓸한 그 무엇인가가 있는 오묘한 존재이다. 분명히 형 동생하면서 친한 척은 다하더니 어느새 뒤돌아 서서 으르렁거리기도 하는 게 바로 게임 개발팀이다. 


여기서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은 게임 개발팀은 그 어떤 조직 보다 자유분방하고 개성적인 집단인 동시에 자존심 강하고 예민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개발 팀원의 특성으로 인해서 게임 개발과정에서 예상치 못 한 돌출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말 한마디 때문에 그렇게 개발팀원 서로 간에 원수가 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평소부터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인간적인 신뢰까지 쌓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 정도는 못하더라도 함께 일하면 결국 계획했던 데로 게임이 완성될 것이라는 믿음 정도는 제시해줄 수 있는 게임 기획자가 되도록 하자. 왜냐하면 사실 아무리 형 동생 하여도 게임 개발이 완성되지 못하면 결국 서로에게 안 좋은 기억만이 남게 되어서 결국 힘든 관계 될뿐이다. 개발자들에게 경력사항은 절대로 무시 못 할 일이다. 


실패로 끝난 프로젝트는 기획자뿐만 아니라 모든 개발자들에게 엄청난 타격이다. 개발 이력서에 실패프로젝트가 있다면 계속해서 큰 족쇄로 남게 된다. 그래서 개발자들은 공통적으로 게임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게임 프로젝트 완성이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그들은 본능적으로 갈등한다. 떠나야 하는가? 남아야 하는가? 바로 이러한 생각을 게임 개발 팀원 중에 누구 하나가 가지게 된다면 바로 그 순간부터는 게임 프로젝트의 장래가 위험해지고 팀웍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결국 이러한 팀웍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어떤 사람은 워크숍을 하면서 인간적으로 친해지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앞에서 논하였듯이 아무리 사적으로 친해봐야 일이 잘 안 풀리면 결국 그들의 관계도 끝장난다. 일로 생긴 갈등이라면 일로 풀어가는 것이 순리이다. 결국 팀원간에 사적으로 친해지도록 온갖 술자리와 이벤트를 만드는 것보다는 서로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이다.  게임 프로젝트가 잘되는 경우는 팀원들간에 커뮤케이션이 잘될 때이다. 사실 의사소통이 잘되면 그 자체로써 신바람이 나서 게임 개발이 재미있어진다. 하지만 대화는 항상 논쟁으로 발전할 소지가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고 개발자들간에 논쟁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개발 기간에 논쟁하는 것이 싫어서 상황만 모면하려고 대화자체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논쟁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논쟁이 비록 격렬하더라고 그 상황을 감정적인 것이 아닌 논리적으로만 풀어가면 논쟁은 서로를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된다. 게임개발의 갈등은 대개 순간적으로 폭발하지만 그것은 대부분 해묵은 오해와 반목들이 쌓이고 쌓인 결과다. 이것은 팀원들간에 올바른 대화를 못했기 때문이다. 게임기획자는 게임 개발팀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소신껏 피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서 그때 그때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가도록 유도하자. 그것이 논쟁으로 발전하여도 내 의견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 옳은 의견은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개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러한 개방적인 자세는 기획서를 보면 알 수 있다.  기획서가 너무 처음부터 모든 것이 명확하게 결정이 나서 변경의 여지가 있을 수 없는  꽉막힌 기획서들이 있다. 그 반면에 게임 개발 과정이 진행됨에 따라서 추가되거나 수정할 수 있고 삭제할 수 있는 개방적인 기획서가 있다. 


사실 게임 기획은 개발 과정에서 변화할 수 있으며 기획서는 이러한 변경사항을 언제든지 반영할 수 있는 유동적인 기획서여야 한다. 개방적인 기획서는 팀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기획서를 개선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리 결정된 사항을 팀원들에게 통보만 한다는 생각을 주어서는 안된다. 처음부터 완벽한 기획서보다는 모든 것에는 팀원들의 참여에 의해서 변화의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일정한 틈이 있는 것이 바로 개방적인 기획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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