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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게임이라 하면 여가시간에 즐기는 유희의 수단 정도로 인식되어 왔다. 물론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게임의 의미들에 대해서 여러 가지 설명들이 곁들어져 있지만 결국 생업과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남는 시간을 소비하기 위한 오락거리 정도가 가장 일반적인 설명으로 보인다. 어떤 사람들은 게임이란 인생에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 쓸데 없는 행위로 간주하여서 놀이자체를 죄악시까지 할 정도로 부정적인 의미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게임이라는 단어는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들의 사치스런 행동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그 의미가 광범위하면서도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정치인들에게 권력싸움을 파워게임이라고 칭하는데 과연 그 정치인들이 본업에 상관없이 여유 시간에 놀이 삼아서 하는 장난도 아닐텐데 우리는 파워게임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노벨 경제학상까지 받은 게임이론을 보고 있자면 게임은 단순히 오락의 수단이 아니라 이 세상이 돌아가는 규칙과 법칙을 뜻하는 것으로까지 여겨진다. 게임 이론은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함에 있어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로 가정하여 사람들의 모든 경제적인 행동과 행위전체를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분석해내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냈다.

 실제 게임의 의미를 재해석하여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은 요한 호이징하(,네덜란드,1872∼1945)는 우리가 생각한 이상의 것들이 게임속에 담겨있다고 주장한다. 호이징하는 그의 저서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유희에서의 문화의 기원(1938년 발표)에서 인간이란 생각을 하는 존재 즉 호모 사피엔스인 동시에 놀이를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호모루덴스라고 밝힌다. 호이징하는 게임을 단순히 재해석한 것이 아니라 게임에 신성함과 숭고함을 부여하였다. 즉 진지함과는 거리가 먼 여가시간의 유흥 정도로 인식되었던 게임속에 숨겨진 위대하고도 놀라운 힘을 발견한 것이다. 게임은 우리 인간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법률, 문학, 예술, 종교, 철학이 창조되는데 깊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요한 호이징하의 주장이다. 호이징하는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던 1938년도에 가택 연금 상태였다. 전쟁을 예감한 호이징하는 인류의 발전과 평화를 위해서 지켜야 할 질서가 무엇인지를 고민했고 그것을 바로 게임에서 찾았다.  전쟁을 통해서 호이징하는 인간의 야만성을 목격하였고 인간의 그런 포악함과 잔인함은 게임을 통해서 치유를 받고 구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즉 게임이라는 것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게임에 참가하는 모든 참여자들이 게임의 규칙을 준수하고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승리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데 그러한 모습이 바로 인간의 참모습이고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질서이고 도덕적 근본이라고 본 것이었다.

게임에 대한 이러한 그의 주장은 초기만 해도 허무맹랑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많은 사람들의 비웃음과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만 했다. 또한 호이징하가 쓴 호모 루덴스라는 책을 읽지 않은 일부 독자들 역시 게임이 모든 인간 문화의 기원이라고 얘기하는 그의 주장이 지난친 논리의 비약으로 느껴지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도 그 책에 대한 소개글을 읽을 때만해도 호이징하의 주장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곧 호모 루덴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내려가며 비로서 그의 놀라운 지식에 경외감을 느꼈지만 사실 한편으로는 그의 주장에 논리적 비약과 함께 여러가지 무리가 따른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어느 날 국가 대표팀의 축구경기를 지켜보며 그의 논리에 동조할 수 있게 되었다. 축구는 하나의 공놀이에 불과하지만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을 고려해본다면 문화 전반에 어떻게 창조적인 영감을 제공했는지 쉽게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현대 축구는 19세기에 영국에서 정립되었다. 하지만 공놀이라는 개념으로 많은 인간들이 재미있게 즐겼을 원시 시대로 상상력을 한번 옮겨 가보자.  사람들은 처음에 동물의 내장이나 가죽에 머리카락을 넣어서 공을 만들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골대의 개념도 없이 무작정 공을 뻥뻥차면서 그 자체로 재미를 느끼기도 하였을 것이다. 실제로 축구 경기 자체를 모르는 유아기 시절의 애들에게 축구공을 던져 주면 아이들은 무작정 서로 먼저 공을 차려고 달려나가면서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어린아이들은 골인이라는 개념도 없이 단순히 공을 차는 그 자체에 큰 만족을 느낀다.  유럽에서 축구의 기원을 찾아보면 초기에는 축구에 운동장의 개념은 없고 마을과 마을간에 공하나를 가지는 쟁탈전형식으로 게임을 진행했다고 한다. 일종의 대항전의 성격을 뛴 이 게임은 마을 대표들이 게임에 참가해서 먼저 공을 가지고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 중앙 광장으로 가져오는 팀이 승리하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공을 발로만 차는 것이 아니라 미식축구처럼 손으로 들고 다닐 수가 있었으며 공을 빼앗기 위해서 태클은 예사이고 공을 먼저 차지 위해서 각종 몸싸움들이 용인되었다  게임을 통해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마을사람들의 이러한 혈투는  대단히 위험하여서 게임을 참여하는 사람간에 부상자는 물론이고 사망하는 사람이 생겼을 정도로 과격하였다. 이렇게 위험한 게임을 사람들이 그냥 놔둘 리가 없었다. 사람들은 사람들이 부상을 당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만족 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게임 규칙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간에는 게임에 여러 가지 규칙을 통해서 게임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규정하여 놓고 규칙을 어기는 반칙행위에 대해서는 그만큼의 벌칙을 부과하였는데 이러한 과정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국가에서 법률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유사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의 규칙은 결국 참가자들이 게임을 참여하면서 더 큰 만족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였을 것이고 법률 역시 사회 구성원들의 공통적인 이익을 추구한다. 게임에서 규칙을 위반한자에게 예외 없이 그 만큼의 벌칙을 가하듯이 법이라는 것도 범법자를 엄격하게 처벌한다.  또한 게임의 규칙을 토대로 해서 게임의 조정자 역할을 하는 심판의 모습은 법원이라는 기관의 판사라는 직업에 직접적인 영감을 제공하여 주었을 것이다. 때때로 잘못된 판정들은 게임이 끝난 후 주최측에 호소하여서 구제받았을 테고 이러한 모습은 법률에 기인한 소송제도와 사법제도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예술에게는 또 어떠한 영향을 주었을지 생각해보자. 선수들이 경기를 잘하도록 관중들은 각종 악기를 사용해서 연주를 하고 응원가를 불렀을 테니 이것이 음악으로 발전하였고 뛰어난 육체미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은 화가들이 창작하는데 좋은 영감을 제시하였다. 실제로 세계 미술사에서 가장 혁명적인 사건으로 기록되는 폴리클레이토스(Polykleitos)의 조각들은 운동선수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고대 그리스의 예술가인 폴리클레이토스는 기원전 450년전 쯤 기존의 조각작품들에 회의감을 느끼고 이상적인 신체비율에 대해서 연구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조각 작품들은 인간의 모습을 똑같이 만드는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미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폴리클레이토스는 인간이 가장 아름다워하는 이상적인 모습에 대해서 연구를 하였다. 마침내 그는 게임을 하는 운동선수의 동적인 모습에서 완벽한 신체비율을 찾아내었다. 폴리클레이토스 이후 모든 그리스의 조각상들은 게임을 하는 운동선수의 완벽한 몸매와 신체를 기준으로 제작되었다. 또한 올림픽 대회에서 게임을 하는 선수의 모습은 제우스와 같은 신상다음으로 가장 많이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였다. 이렇듯 게임의 승리를 위해서 땀을 흘리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의 모습은 미술가들에게 창작의욕을 불태우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존재한다.

 음악과 미술뿐만 아니라 문학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고대 그리스의 그 수많은 야외극장은 스포츠 경기를 위해 만들어 졌고 그 혜택은 고스란히 연극이 이어 받았다. 소재의 측면에서도 연극의 내용은 올림픽 우승자들의 이야기들이 인기였다. 시에서도 올림픽 우승자들의 찬양하는 시들이 많았는데 고대 그리스의 3대 시인으로 뽑히는 핀다로스는 올림픽과 관련된 호쾌하고 웅장한 작품들을 많이 발표하여 사랑을 받았다. 그 밖에 게임은 의학발전에도 많은 영감을 제시 했을 것이다. 게임선수들의 훈련법 그 자체는 건강한 신체를 만들고 가꾸는데 필요한 노하우들이 되어서 의학발전에 공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필자의 과장된 생각일까?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운동선수의 

신체 단련법은 전쟁과 전투 기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병사들의 전투기술을 향상 시키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 현재의 격투 스포츠들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있다. 하지만 축구도 병사들의 군사훈련을 위해서 권장 되었다는 사실은 의외로 받아 드려질 것이다. 사실 서양에서 축구의 기원으로 가장 권위를 인정 받은 학설중에 하나는 그리스 로마시대의 군인들의 훈련을 위해 고안된 군사 스포츠로 보고 있다.
 2002년 세계 축구 협회 피파(FIFA)에서는 기원전 3세기 한나라 시대때의 문서를 근거로 해서 축구의 발상지로 중국을 공인해주었는데  중국 역시 축구가 군인들의 전투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서 많은 지역에서 권장되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중국은 기원전 3세기전부터 축구경기 결과를 놓고서 많은 관람객들이  내기를 걸었다는 점이다. 도박과 게임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이 느껴진다. 사실 프로 스포츠가 활성화 되는 계기를 살펴 보면 돈 있는 사람들이 게임에 직접 참가 하기 보다는 자신이 선호하는 특정선수에게 게임 결과를 두고 내기를 거는 도박이 발전하면서 프로 선수들이 생겨난 것이다.

진지함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 게임이 종교에 끼친 영향을 따져보면 더욱 놀라운 점들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왜냐하면 과거의 게임은 그 자체로 성스러운 예배 행위였기 때문이다. 잉카 제국에도 현재의 축구와 비슷한 공놀이가 존재하였는데 그들은 그 놀이 자체를 신들에게 드리는 제사의식으로 여겼다. 공은 우주 속 천체의 움직임을 상징하는 것으로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 자체로 용맹함을 인정받고 성스러운 존재로 추앙 받았다. 올림픽의 기원 역시 신에게 드리는 예배의식으로 시작되었다. 인간이 신에게 드릴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 그 자체로 여겼기 때문이다. 고대 올림픽에 참가한 그리스의 선수들은 게임이 끝난 후에 땀방울과 때를 모아서 신전에 바쳤는데 이는 인간이 신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예물로 여겨졌다.



 축제라는 것도 결국 게임이 열리기 전의 오프닝 행사의 하나로 시작됐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게임 그 자체가 축제의 메인이벤트이자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가장 매력적인 요소였음은 너무나 자명하다. 지금까지 필자는 게임이 법률,음악,문학,의학,군사,도박,예배,축제등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간단하게 이야기 하였다.

물론 필자의 게임 예찬론은 호이징하의 그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호이징하는 훨씬 폭넓고 깊은 의미에서 게임이 인간의 문화에 기원이 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조금은 소극적인 측면에서 게임이 다른 문화영역에 창조적 영감을 제시하는 광경들을 얘기하였다.  호이징하의 호모루덴스가 인문과학의 기념비적인 명저가 된 것은 게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 했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 중 여러 가지가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는 기존 게임에 대해 좋지 못했던 선입관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으며 게임에 생명력과 존엄성을 부여하였다는 점이다. 그는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위대하고 훌륭한 일을 해냈다. 그리고 필자 역시 게임이 사람의 상상력과 창조력을 자극하여 다른 문화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 것에 절대적으로 동의 한다.

 


안녕하세요. 작가 김정남입니다. 저의 블로그에서는 게임이 왜 재미있는지에 대한 글을 연재중입니다. 아래글을 참고하시고 관심있는 분의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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