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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디 그로브가 인텔의 최고 경영자로 근무하면서 여러가지 실수를 경험한다. 그가 겪은 가장 큰 실수이자 위기는 펜티엄의 부동소수점 오류였다. 94년말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토마스 나이스리(Thomas Nicely)교수는 펜티엄의 부동소수점 연산에서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인터넷에 공개하자 컴퓨터 마니아들은 인텔에 전화를 걸어서 항의하기도 하였다. 인텔에서는 펜티엄의 오류를 조사했고 90억번을 연산할 때 한번 일어나는 사소한 결함으로 결론지었다. 펜티엄 컴퓨터를 이용하는 유저가 부동소수점 연산에서 오류를 직접 경험하게 될 확률은 2만 7천년간 컴퓨터를 사용해야 한번 일어나는 정도였다. 인텔의 이러한 설득에 유저들의 항의는 잠잠해졌다.

하지만 11월 22일 CNN이 펜티엄 오류소식을 특종형식으로 전세계에 보도를 하게 되자 상황은 급반전되었다. 또한 IBM에서 전격적으로 팬티엄칩을 장착한 컴퓨터를 리콜하고 당분간 판매를 정지한다고 하자 파장은 더욱 커졌다. PC라는 말 자체가 IBM에서 만들어낸 고유명사였다. 과거의 IBM이 아닐지라도 IBM의 영향력은 무시못했다. IBM의 펜티엄 판매중단 소식이 알려지자 인텔에는 수많은 항의전화가 걸려왔다. 인텔 인사이드라는 광고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치른 덕분에 브랜드의 인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는 중에 터진 사건이라 더욱 뼈아픈 순간이었다.

앤디 그로브는 이 사건을 사소한 결함으로 생각하고 너무 쉽게 봤다. 사람들에게 논리적으로 설득하면 자신들의 의견을 따르리라는 생각에 열심히 언론을 상대로 팬티엄칩의 오류를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일반사람들이 팬티엄칩을 장착한 컴퓨터를 평생 사용해도 버그로 인해서 어떤 문제도 겪지 없을 것이라고 열심히 설득하였다. 단 수학자나 물리학자처럼 중요한 수학연산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에 한해서는 교환해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앤디 그로브의 판단은 완전한 오판이었다. 사람들은 펜티엄의 버그가 얼마나 사소한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다. 어찌되었던 오류가 있다는 사실에 불쾌했던 것이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처럼 유리창이 조금이라도 깨져있으면 아무리 큰 유리창이라도 갈아껴야 하듯이 사람들은 펜티엄이 조금의 결함도 없이 완벽해지기를 바랬다. 앤디 그로브는 그런 소비자들의 심리를 사건이 터진지 한달여가 지나서야 깨달았다. 11월22일 CNN의 보도로 시작된 펜티엄 버그 문제는 12월 19일 모든 팬티엄 칩을 교체해준다는 앤디 그로브의 선언으로 겨우 일단락되었다.  인텔은 이 사건으로 5억달러의 추가 비용이 들었고 오랜시간 소비자들을 속였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앤디 그로브는 이 사건을 인텔의 CEO로 재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전세계 모든 사람들로부터 공격 당하는 기분에 무척 괴로운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를 통해서 고객의 마음을 한번 더 생각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질서를 체득할 수 있었다.

RISC와 CISC 싸움에서도 앤디 그로브는 큰 실수를 할뻔했다. RISC와 CISC는 컴퓨터 CPU를 만드는 방식의 차이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인텔은 CISC 기반으로 CPU를 만들었다. 그런데 1990년대로 들어서자 RISC 방식이 각광을 받는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게이츠도 RISC를 극찬찬하면서 미래의 CPU는 RISC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였다. 또한 IBM과 모토롤라 그리고 애플 3사는 공동으로 RISC기반의 PowerPC를 개발하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인텔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인텔도 CISC만을 고집하기에는 어려운 순간이었다. 그래서 앤디 그로브도 RISC의 유행에 동참하였다. 인텔에서도 RISC 를 적극지원하겠다는 발표까지 했다. 하지만 인텔 내부에서는 그의 생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직원중에는 앤디 그로브에게 CISC와 RISC의  차이를 명확하게 밝히고 왜 CISC인가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메일을 보내기도 하였다. 앤디 그로브는 직원들이 보내는 글들을 보고서는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CISC와 RISC에 대한 공부를 새롭게 시작하였다. 그는 최대한 많은 자료와 데이터를 분석하고 비교하면서 결론을 찾으려고 했다. 끊임없이 공부하는 그의 성향이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앤디 그로브는 CISC와 RISC를 치밀하게 검토한 끝에 인텔의 주력은 CISC 방식이여야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하마터면 인텔이 자신들의 장점과 기득권을 잃을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었지만 직원들의 고언덕분에 더 큰 실수를 막을수 있었다. 앤디 그로브는 이러한 과정에서 또 한가지를 더욱 절실히 깨달았다. 직원들은 회사의 방향에 중요한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항상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 메모리 산업에서  인텔이 잘나가고 있을 때도 아시아를 담당하는 직원한명이 일본 업체를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의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일본 업체들을 과소평가한 앤디 그로브는 그것이 신호라기보다는 잡음이라고 생각하고 무시를 했다. 나중에 메모리 산업에서 위기를 겪을 때 왜 그때 직원의 말을 듣지 않았는가에 대해서 뼈저리게 후회했다. 그래도 앤디 그로브는 결국 실수를 통해서 무엇인가를 새로 배울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가 이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회사경영에는 역시 한순간도 안심해서는 안된다는 점이었다.

87년 앤디 그로브가 회사의 CEO가 될때만해도 인텔은 2 억 5천만달러의 매출로 세계 10위권의 반도체회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가 CEO를 맡은지 불과 5년만인 92년도에 세계 반도체 회사중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한다. 그가 CEO를 그만둔 98년의 매출은 200억달러가 넘어섰으며 그는 불과 10년만에 회사를 10배나 성장 시켰다. 그는 회사의 생존을 위해 더욱 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항상 초긴장 상태를 유지하면서 회사의 변화를 끊임없이 모색했다. 그의 이러한 편집광적인 성격과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의 인텔이 존재하는 것이다.


댓글
  • 프로필사진 구차니 실수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이 멋지긴 합니다만.. 그만큼 강한 사람이라는 점이 더욱 끌리고 부럽기만 합니다 ㅠ.ㅠ 2009.07.08 16:02 신고
  • 프로필사진 멀티라이터 저도 그냥 부러울뿐입니다. 다만 나와 같이 실수도 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는 사실에.. 약간의 동질감을 느끼지만.. 사실 앤디그로브는 너무 터프하긴하죠.^^;; 2009.07.08 16:16 신고
  • 프로필사진 왼손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편집광적이고 무엇인가 끝을 봐야 하는 사람들은 일적으로는 칭찬을 하지만 일반적으로 평가할때는 좋은 평판을 받지 못하는것 같아요.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그렇잖아요~^^
    2009.07.09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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