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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모바일 게임 짜요 짜요 타이쿤의 다운로드가 무려 400만을 돌파했다는 소식입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제가 모바일 게임 이야기를 하니 참 낯설지요? 사실 짜요짜요 타이쿤의 기획자이자 팀장이 바로 제 동생입니다. ^^;;   마침  GXG가 선정한 2008년 최고의 게임에 짜요짜요 타이쿤4가 뽑혔답니다. 이런 소식을 듣고나니 동생과 나의 엇갈린 운명과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지더군요. 왜냐하면 이 이야기속에는 게임 기획에 대한 매우 중요한 교훈(?)이 담겨져 있거든요.

때는 바야흐로 월드컵이 한창 진행되던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학 졸업반이었던 제 동생은 미래에 무엇을 뚜렷히하고자 하는 의지따위는 없었습니다. 다만 당시 PC통신에 빠져 있던 동생은 열심히 채팅을 즐기면서 각종 게시판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하이텔에 글을 올렸고 이것이 꽤 인기를 끌고 출판까지 하게 됩니다.

저는 95년부터 게임개발을 하고 있었고 2002년에도 게임회사를 다니고 있었죠. 그리고 동생에게 글쓰는 솜씨가 있으니 게임 기획자로 일 할것을 권유합니다.

동생은 사실 게임에 대해서 전혀모르는 상태에서 나의 부추김을 받고서 게임회사에 무작정 이력서를 씁니다. 이력서에는 소설 출판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게임회사에서 바로 면접을 보라고 연락이 두군데서 옵니다.

재미있는 것은 한쪽은 온라인 게임회사고 다른 하나는 모바일 게임회사였습니다.

이때 저는 모바일이 앞으로 유망한 분야가 될 것 같으니 모바일 게임회사를 추천하였고 멋도모르는 제 동생은 모바일 게임회사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2002년 당시만해도 모바일 게임회사들의 수익은 형편없었고.. 동생은 고생하면서 나를 원망했지요.

그러나 세상이라는 것은 변하잖아요.  그리고 세상은 개척하는 자의 것이죠.^^;;

2003년 짜요짜요 타이쿤이 성공하면서 동생의 인생이 활짝 폈습니다. ^^;;

제가 글을 쓰다보면 킬러 컨텐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동생이 이런저런 게임 만들어봐야 별로 달라질 것 없었지만.. 짜요짜요 타이쿤 하나 성공하니깐.. 완전히 달라지더군요.

제가 당시만 해도 8년동안 이런 저런 게임 꽤 만들었습니다.

귀천도, 리플레이2, 캠퍼스 러브스토리, 야망의 신화 그리고 몇 개의 온라인 게임..

그렇게 만들면 뭐합니까? 뭔가 제대로 성공적인 게임이 있어야 기획자로써도 뭔가 명이 서지요.

제가 당시 8년 경력자라도 짜요짜요 타이쿤 시리즈하나에 범접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책을 출판할 때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게임의 운명을 결정하는 상상력과 기획이라는 책.. 사실 제가 기획하고 많은 부분을 썼지만.. 사실 그 책의 출판이 결정될수 있었던 것은 짜요짜요 타이쿤을 개발한 1년 경력의 동생의 존재가 컸습니다.

출판사가 원한건 내가 아니라 동생이었단 이야기죠. ^^;;

그런데 저는 책을 쓰다가 책쓰는 재미에 빠져서 전문작가의 길을 선택하면서.. 게임계와 멀어지고.. 정작 나의 부추김에 게임계에서 일하기 시작한 동생은 짜요짜요 타이쿤 4까지 성공시키면서 시리즈 전제가 400만 다운로드를 넘어서고. 거기에 GXG 선정한 2008년 올해의 게임까지 뽑혔으니..

참 아이러니와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또한 미스터리는  경력도 없고 게임 지식도 전혀 없었던 동생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회사에 적응을 하고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어서 히트까지 할수 있었느냐 입니다.

동생이 회사를 다닐 때 저는  병역특례업체에서 힘들게 일하던 관계로 동생을 전혀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그리고 저는 경력없는 개발자들이 게임회사에 적응하기가 무척힘들고 잘못하다간 개발자들에게 왕따까지 당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는데..  첫번째 직장에서 8년을 넘게 다니는건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동생은 회사에서 어떻게 그리 빨리 인정받고 자신의 프로젝트를 가질수 있었을까요?

그건 바로 동생에게는 시나리오 작성에 확실한 강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게임에서 기획의 역할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런데 기획의 업무는 그 역할과 포지션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존재감을 가지기가 힘들고 이런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좌절합니다.

그런데 동생은 출판작가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덕분에 시나리오에서 쉽게 인정을 받았습니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모바일 버전을 만들면서 게임 시나리오를 책임졌는데 이때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본 소프트맥스가 동생에게 창세기전의 모바일 게임제작을 의뢰하게 되면서 회사에서 더 인정을 받게 된 것 같더군요.

게임시나리오에서 확실한 강점을 인정받으면서 회사에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이 명확해졌고 기획도 보다 편안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 기획자들을 보면 순수하게 게임 기획으로 시작한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미야모토 시게루(젤다의 전설, 마리오)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시작했고 윌 라이트(심시티,심즈)는 프로그래머로 그리고 빌 로퍼(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는 사운드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닌텐도 같은 경우 순수 게임기획자를 별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우선 프로그래밍이든 그래픽처럼 특정 기술을 가지고 게임 개발에 참여한 후 나중에 기획자라고 할수 있는 디렉터나 프로듀서의 위치에 올려줍니다.

미야모토 시게루가 이끄는 개발본부는 산하에 다섯개의 팀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팀장은  기획자라고 할수 있는 디렉터와 프로듀서라는 직책으로 게임 개발에 참여합니다. 그런데 다섯명중에 4명이 예능계 대학을 나와서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을 하다가 기획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나머지 한명 히데키 콘노는 정보처리학과를 나와서 프로그래머로 게임 개발을 시작했는데 이 사람은 그림도 잘그려서 그래픽 디자인도 겸직했습니다.

요즘 처럼 온라인 게임 하나에 수십명의 기획자가 붙는 현실에서 저의 견해가 맞지 않을수도 있지만…  아무런 경력도 없는 게임기획자가 그런 틈바구니속에서 인정받기는 더욱 힘들죠.

그럴때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특별한 능력을 하나 가지는게 중요합니다.  프로그래머로써 인정을 받은 후 기획자가 되면 프로그래밍의 관점에서 기획을 하니 여러강점이 있고 또 그래픽 디자이너 역시 그림을 통해서 게임을 설명할 수 있으니 강점이 있습니다. 동생 처럼 게임 시나리오 역시 강점이 될수 있는거죠.  어쩌면 제가 게임 기획을 그만두고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바로 게임 개발에서 나만의 강점이 부족하다고 여겼기 때문일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저와 제동생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인 차이라고 생각되네요.

사실 게임 기획자는 다른 개발자들에게 눈치를 많이 받습니다. 즉 게임 개발은 하고 싶은데 프로그래밍도 못하고 그림도 못그리니 게임기획자가 된거 아니냐면 그런 무시를 받기 쉽상입니다.

결국 그런 편견을 벗어나는건 자신의 능력인데… 그 능력이라는게 게임개발이 완성되기전까지는 인정받기가 힘듭니다.

히트게임을 경력으로 가지면 그 다음부터는 편해지는데.. 그전에는 마음고생이 힘든게 게임 기획자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게임 기획을 지망하는 분들에게 처음부터 순수 게임 기획자로 시작하기 보다는 다른 제작 분야에서 확실히 인정받은후 기획자로 자리를 옮기는게 좋다는 충고를 합니다.

확실한 히트작을 가지지 않은 기획자는 팀내에서 권위와 말발이 잘 통하지 않는 냉정한 현실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선 남들이 가지지 못한 확실한 기술하나를 가지고 다른 개발팀원들에 인정받으면서 기획으로 분야를 넓혀 가는 게 좋습니다.

실제로 프로그래머나 그래픽 하시는 많은 분들이… 경험을 쌓으면 기획을 하겠다는 분들도 많은게 현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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