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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탠다드 리뷰에 2009년 10월 30일에 기고한 글입니다.>

한국에서도 늦어도 올해 안에는 한국에서 아이폰을 볼 수 있으리라고 예상된다. 한국에서의 아이폰 출시가 확실시 되면서 국내의 여러 기업들도 아이폰이 미칠 파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이폰은 한국의 스마트폰 기준을 바꿀 것
사실 아이폰이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국내에 끼칠 영향은 다각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우선 아이폰이 촉매제가 되어서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장이 열릴 것이다.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휴대폰이란 통화만 잘되면 그걸로 다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폰은 그런 통념을 깨고 손안의 컴퓨터 세상을 창조해내면서 해외에서는 ‘지저스폰(Jesus Phone)’이라는 극찬을 듣고 있다. 구글보다도 더 높은 시가총액을 기록할 정도로 애플이 최근 승승장구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아이폰의 활약 덕분이었다. 아이폰의 영향으로 다른 스마트폰 판매량도 상승했고 해외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시장=스마트폰’으로 동일시 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과 동떨어져 뒤쳐져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아직 한국 사람들만 제대로 인식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폰으로 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일들을 직접 체험해보지 못했으니 휴대폰은 그냥 통화나 하는 것이라는 사고에 갇혀있다. 그래서 아이폰 관련기사가 나오면 “통화 잘 되는 한국폰이 최고”라면서 아이폰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직접 아이폰을 쓰게 된다면 휴대폰에 대한 기대치 자체가 달라지게 될 것이다.

그 동안 한국에서 내놓은 스마트폰은 엄밀히 말하면 휴대폰에 부가기능을 추가했을 뿐이다. 애초에 컴퓨터 회사인 애플이 만든 아이폰과는 근본적으로 접근 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휴대폰에서 고작 터치와 동영상 재생만 되어도 스마트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폰을 보고 난 후에는 스마트폰에 대한 기준자체를 새롭게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높아진 눈에 들 수 있는 전략폰들을 새롭게 내놓으면서 스마트폰 시장의 크기 자체가 커질 것이다. 특히 삼성과 LG의 적극적인 마케팅 능력이 더해진다면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실제로 삼성과 LG는 올해 적극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할 예정이다. 벌써부터 언론에서는 스마트폰의 전성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터치폰만 해도 국내에 등장한지는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재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할 정도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역동적인 한국시장에서 아이폰 발매 이후 스마트폰의 보급 역시 빠르게 보급될 확률이 크다.

아이폰 도입 이후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 되면 무선요금 역시 떨어질 것이다. 실제로 아이폰 발매와 함께 KT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위한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하는 한편 전국에 있는 무선통신(WI-FI)망까지 무료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강력한 인터넷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과 저렴해진 무선 인터넷 요금이 합쳐지면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 서비스도 등장할 것이다. 국내외에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트위터는 아이폰의 인기와 더불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룰 수 있었다. 트위터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서비스의 결합을 통해서 얼마든지 새로운 서비스가 새롭게 창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트위터가 140자의 짧은 메시지만을 남길 수 있는 것도 사실 스마트폰을 염두에 둔 것일 정도로 트위터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서비스다. 앞으로 트위터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의 기능을 극대화한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의 탄생이 기대된다.

아이폰 도입 후 뜨는 사업, 지는 사업
개인적으로 눈 여겨 보는 분야는 아이폰의 GPS기능을 활용한 서비스다. 필자의 지인 중 하나가 처음으로 바로셀로나를 방문했는데 아이폰의 GPS기능 때문에 전혀 헤매지 않고 관광을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만약 GPS에 맛집이나 상점 같은 정보가 결합된다면 어떨까? 이를 통해서 새로운 광고 시장이 열릴 것이다.

아이폰의 자랑인 풀 터치 기능은 신문사업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오래 전부터 IT업계는 종이신문의 종말을 예고했다.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스티브 발머는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10년 안에 종이로 된 신문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으며 구글의 에릭 슈미츠는 “종이신문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단언했다. 필자 역시 종이신문 역시 언젠가는 분명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만 그게 언제냐의 문제였는데 아이폰은 이를 더욱 가속화 시켜줄 것이라고 본다. 요즘 전철을 타면 매우 재미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종이신문을 읽지만 젊은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TV를 시청하거나 닌텐도DS로 게임을 한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면 인터넷을 하는 사람도 늘어날 테고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컨텐츠인 뉴스 서비스가 인기가 많을 것이다. 전철에서 신문대신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뉴스를 검색하는 사람들이 증가 하면 종이신문 시장은 역시 그만큼 축소될 것이다. 가판대 신문뿐만 아니라 집에서 보는 신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른들이 신문을 읽는 건 일종의 습관이다. 어른들은 식사를 기다리면서 배달된 신문을 읽는다. 아침에는 출근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데스크탑 컴퓨터를 켜기에 애매한 시간대다. 게다가 기계에 익숙하지 못한 어른들은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는데 불편함을 느낀다. 하지만 아이폰은 누구나 편리하고 쉽게 쓸 수 있는 데다가 그동안 가독성에 문제가 있던 모바일 기기의 한계까지 극복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팟터치로 뉴스를 보고 식사를 하면서도 인터넷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결국 종이신문의 몰락을 더욱 부채질 할 것이다. 애플의 성공은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켜왔다. 애플2 컴퓨터를 통해서 사람들이 종이 위에 문서를 작성하던 일을 컴퓨터로 하게 됐다. 애플은 또한 음악을 듣는 수단을 CD에서 MP3 파일로 대체했다. 아이폰 역시 인간의 근본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한 변화 중에 하나는 종이를 디지털로 바꾸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미디어 업체들 역시 시대의 흐름에 잘 적응해야 한다.

아이폰은 현재 전자책(E-BOOK) 시장에서도 큰 활약을 하고 있다. 아이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컨텐츠는 게임이지만 2위는 전자책이다. 특히 2009년 5월에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전자책은 전년분기 285%가 넘을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 중이다. 현재 이러한 사실에 고무된 출판업체들은 전자책 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종이책 대신 전자책 이용자가 늘어나는 모습을 우리는 스마트폰의 활성화를 통해서 한국에서 직접 목격하게 될 것이다.

아이폰으로 수업도 한다
아이폰은 교육시장에서도 효용성을 발휘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7000여 종에 이르는 교과서를 아이폰을 통해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또한 일본에서는 아이폰을 이용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폰을 통해서 출석관리는 물론이거니와 수업자료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며 시험도 볼 수가 있다. 이미 닌텐도에서는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를 활용한 모바일 러닝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본의 몇몇 학교에서 닌텐도DS를 활용한 영어수업을 진행했는데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지자 이제는 대학에서도 닌텐도 DS를 수업에 이용할 정도다. 이에 닌텐도는 닌텐도DS교실이라는 원대한 사업을 진행 중인데 닌텐도 DS의 활약을 본다면 아이폰 역시 모바일 러닝 시장에서 크게 활약할 수 있는 기기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꼭 아이폰이 아니라도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러닝 시장이 한국에서도 새롭게 열릴 가능성이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 소비자들이 함께 좋을 생태계
아이폰의 한국 발매로 인해서 가장 영향을 끼칠 분야는 역시 개발자 생태계이다. 아이폰의 성공은 개발자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온라인으로 팔 수 있게 해주는 앱스토어의 역할이 컸다. 앱스토어는 매달 100명의 개발자를 백만장자로 만들어주는 꿈과 희망의 공간이기도 하다. 앱스토어는 개발자 생태계의 중요함을 일깨워주었다. 덕분에 한국의 이동통신 업체들 역시 개발자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SK는 티스토어를, KT는 쇼 앱스토어를 통해서 본격적인 개발자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과거에는 이동통신사에서 정한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컨텐츠만을 휴대폰으로 판매할 수 있었다. 때문에 회사가 아닌 독립 개발자들이 온라인으로 컨텐츠를 판매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티스토어와 쇼 앱스토어는 개인 개발자들에게도 시장을 전면 개방했다. 아직 티스토어와 쇼 앱스토어는 애플의 앱스토어에 비해서는 여러 가지로 미약하다. 하지만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앱스토어 경쟁이 펼쳐질 것이다. 앱스토어 경쟁의 핵심은 결국 얼마나 더 많은 개발자들을 자사의 앱스토어로 끌어들이냐에 달렸다. 그래서 개발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 이동통신사들은 좀더 힘을 쏟을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개발자들은 과거와는 다른 위상을 가질 수 있다. 그 동안 개발자들은 회사에 소속된 직원이었다. 하지만 앱스토어의 인기 컨텐츠들은 회사보다는 개인에게 유리한 곳이다. 왜냐하면 앱스토어는 소품종을 대량생산 하기 보다는 다품종을 소량생산해야 수익이 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앱스토어는 덩치가 큰 공룡이 살아가기는 힘들지만 작은 포유류가 살기에 장점이 많은 공간이다. 그러므로 앱스토어의 활성화는 한국에서도 수많은 독립 개발자들을 탄생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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