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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닌텐도와 노키아의 부진, 그 이유는?

멀티라이터 2010. 11. 29. 08:22



2010년은 IT업계에 매우 중요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었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돌풍으로 요약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인터넷의 새로운 2막을 열었다. 여기에 IT 시대의 패권을 차지한 애플과 구글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제 그들의 전쟁터를 거실로까지 확장하며 미래를 준비 중이다.
 
노키아와 닌텐도의 갑작스러운 부진

그런데 이 시점에서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노키아와 닌텐도의 부진이다. 노키아는 1992년 GMS폰을 출시한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어냈고 1998년에는 휴대폰 업계 1위에 등극했다. 2000년 시가총액이 25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시장점유율이 40%를 오르내리며 전체 휴대폰 시장을 주도하던 노키아는 올해 들어서 예전의 그 위용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시장점유율은 30%내외로 추락했고, 시가 총액 역시 300억 달러대로 주저 앉았다. 갈수록 떨어지는 이익률로 인해 위기론이 퍼졌고 급기야 노키아는 기업 역사상 최초로 자국 사람이 아닌 해외 출신의 CEO를 영입하기에 이르렀다.

닌텐도 역시 사정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2008년 닌텐도는 매출 1조 8386억엔에 순이익 2790억엔을 벌어들였고, 2009년에는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기업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닌텐도의 활약이 더욱 값진 것은 자신들보다 몇 배나 더 큰 규모를 자랑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를 상대로 거둔 승리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2009년 11월 닌텐도는 전년 동기 대비 52%나 순이익이 급감하더니 2010년 7월에는 252억엔의 적자를 발표하는 충격을 던져주었다.
 
선택과 집중 전략, 시대 따라 명암 달라졌나?
북유럽의 작은 나라를 기반으로 하는 노키아, 그리고 소규모 화투회사에서 시작한 닌텐도, 이들의 성공신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어주는 좋은 모델이었다. 특히 경영업계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던 “선택과 집중”의 훌륭한 사례이기도 했다. 과거 인텔이 메모리사업을 포기하고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집중함으로써 위기를 벗어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라는 한 우물만 팜으로써 IBM과 애플이라는 두 거인을 쓰러뜨리며 IT업계의 황제로 등극하게 되자 “선택과 집중”이란 것은 기업의 세계를 지배하는 절대적인 성공법칙으로 군림했었다.

하지만 노키아와 닌텐도의 부진은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돼 버렸다. 이들이 어려움에 처한 이유는 과거 자신들과는 전혀 상관없었던 컴퓨터 기반 업체들의 활약 때문이다.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던 애플과 인터넷 검색 업체였던 구글이 스마트폰 업체에 진출하면서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에 직격탄을 날렸고, 스마트폰이 휴대용 게임기로서 각광을 받게 됨으로써 게임 전문업체인 닌텐도 역시 영향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노키아와 닌텐도는 각각의 전문분야에서 최고를 이룬 업체이고 여전히 그들의 시장 점유율은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적신호가 켜진 이유는 그들이 과연 미래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이러한 의문의 핵심에는 ‘미래는 하나의 기능에 전문화된 기기보다 여러 기능을 통합적으로 구현해내는 기기가 결국 시장의 강자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과거 휴대폰은 전화통화만 잘되면 그것으로 끝났던 시대였다. 하지만 이제 휴대폰은 손안의 컴퓨터로 발전하였고, 전화통화 이외에도 다양한 기능들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다. 노키아는 여전히 통화 중심으로, 과거 기준으로 보면 최고의 회사지만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 업계에서 발전해 온 애플과 구글에 비하면 통합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닌텐도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 하나만을 보면 닌텐도는 세계 최고의 회사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그들의 사업분야인 게임이 하나의 단일 기기가 아니라 스마트폰이라는 통합된 기기와 경쟁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게임만 할 수 있는 닌텐도 DS보다 전화도 되고 게임도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을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은 당연지사. 더군다나 스마트폰은 앱 시장 덕분에 수많은 게임 개발자의 무대가 됐고 그 결과 스마트폰의 게임 컨텐츠는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닌텐도가 아무리 게임을 잘 만든다고 해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통합의 시대, 필살 생존능력은?
통합의 시대는 하나의 뛰어난 능력보다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하나로 조합시키는 연금술사와 같은 능력이 필요하다. 애플과 구글은 개인용 컴퓨터와 검색으로 시작한 회사였지만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으로 스스로의 영역을 정해놓기 보다는 문어발처럼 끊임없이 영토를 확장해왔다. 그들의 휴대폰 시장 진출은 어느 날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다가 필연적으로 뛰어들게 된 것이다. 개인용 컴퓨터 회사였던 애플은 아이팟으로 MP3플레이어 시장에 진출해서 이미 고유의 사업분야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었고 애플 TV를 통해서 거실에도 침투했다. 애플이 스마트폰 사업을 벌인 것은 휴대폰에 MP3기능이 추가되면 아이팟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위기 의식에 따른 결과였다. 애플은 휴대폰과 MP3 플레이어는 별개의 기기이지만 결국은 통합될 것이라는 미래를 예견하고 선제적인 조치로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구글 역시 마찬가지다. 검색회사로 시작한 구글은 유투브, 지메일, 애드센스, 오르컷, 구글어스 등으로 사업분야를 확장해 왔다. 자동차와 전기사업에도 진출할 정도로 구글의 사업분야는  애초에 제약이 없었다. 구글의 스마트폰사업 진출 또한 애플이 스마트폰 시대를 주도하면 자사의 다른 사업영역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에서 이뤄진 것이다.

애플과 구글은 이미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통합 능력을 축적해왔고 그들의 이런 능력이 스마트폰 사업을 통해 다시 한번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은 애플과 구글의 통합적 능력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고 닌텐도는 스마트폰에 의해서 자사의 고유 영토에 불똥이 튀는 상황인 것이다.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
이제 고유의 사업분야가 없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만 해도 스스로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을 표방(사명에조차 “소프트”가 들어가 있다)해 왔지만 MP3플레이어인 준(Zune), 휴대폰 킨(Kin), 게임기 XBOX360을 만들고 있다. 앞서 소개한 인텔 역시 마이크로프로세서만이 아니라 휴대폰에 들어가는 통신칩 시장에 진출했고 최근에는 운영체제까지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하나의 사업에 올인했다가는 통합능력을 가진 다른 업체에 의해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은 시대가 됐다. 한국의 수많은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애플에게 밀려난 것처럼 말이다. 애플은 MP3플레이어에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합함으로써 다른 기기들을 압도했다. 통합의 능력이 곧 기업의 운명을 결정한다. 이제 통합의 측면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바라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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