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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Blizzard) 는 1991년도에 마이크 모하임과 앨런 애드햄, 프랭크 스피어스 의해서 창업되었다. 처음 회사를 만들 때만 해도 회사의 이름은 실리콘 & 시냅스였고 컴퓨터 게임 보다는 팬앤 페이퍼(Pen &Paper) 방식의 롤플레잉(Role playing)용 보드 게임을 주로 제작 하였다. 레이싱과 로스트 바이킹스와 같은 콘솔용 게임을 개발 하였으나 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회사의 재정은 급속도로 악화되었고 빚은 늘어만 가고 있었다. 결국 회사는 데이비슨 앤 어소시에트에 인수 되었지만 블리자드라는 이름과 경영진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회사자금에 다시 여유를 가지게 된 블리자드는 PC 용 게임인 액션게임 블랙쏜(Blackthorne)을 인터플레이를 통해서 발매하며 처음 성공이라는 것을 거두게 된다. 그리고 블랙쏜의 음악을 담당했던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이번 9장의 주인공인 빌로퍼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색스폰을 연주하면서 음악의 매력에 빠지고 장래에 뮤지션이 될 것을 결심하였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의 상업 음악학과에 진학하여 성악을 전공하였다. 대학에 입학한 후 재즈와 락에 심취한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더욱 불타오르게 된다. 결국 그는 대학 졸업을 포기하고 전문적인 뮤지션이 되기 위해서 대학을 중퇴한다.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지만 미국 역시 무명의 뮤지션은 경제 적으로 궁핍 하게 살 수 밖에 없었다. 트럭 운전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그는 블리자드의 음악을 우연한 기회로 하청 받게 된다. 이렇게 그는 정식직원이 아닌 파트타임으로 게임계에 입문하게 된다. 사실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게임기획자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비록 어린 시절 던전앤 드래곤스와 같은 펜앤 페이퍼 방식의 롤플레잉 게임을 즐겨 했지만 그 정도는 일반 미국 청소년들이라면 한번씩 가져본 취미였던 것이다. 하지만 특유의 호기심과 낙천적인 성격이 발휘되면서 개발팀에게 인정을 받고 94년도에 블리자드의 정식직원이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블리자드의 개발팀원들은 그를 못마땅하게 여겼다고 한다. 게임 개발 경력도 없는 풋내기이면서 일개 음악 계약직 직원인 사람이 개발팀원들에게 일일이 찾아가서 게임의 궁금함을 끊임없이 물어보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늘어 놓으니 얼마나 귀찮았겠는가? 하지만 특유의 넉살과 수다로 개발자들을 사로잡은 그는 곧 블리자드의 정식직원이 될 수 있었다.


사람들을 사로 잡는 넉살의 소유자 빌로퍼


 지금도 기자가 물어보는 한가지 질문에 미리 세가지 대답을 한꺼번에 해주기로 유명한 그의 수다가 개발팀에게 인정받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화이다. 필자는 이 교훈을 통해서 기획자는 내성적이기보다는 팀과 잘 융화되고 외향적인 성격이 게임 크리에이터에게 적합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원래 창조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은 조금은 내성적이고 괴팍한 성격이 있어서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선입관을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게임 크리에이터도 그래야 하지 않는가 싶었다. 하지만 게임개발은 엄연히 공동작업이다. 팀내에서 다른 팀원들과 관계가 나쁘다면 좋은 작품은 절대로 나올 수가 없다. 우선 팀원들과 불화가 있다면 게임은 커녕 회사에 남아 있기도 힘들다. 


그리고 게임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었던 빌 로퍼가 갑자기 정식 직원이 되고나서 개발팀의 리더가 되는데 1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1년 안에 무슨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면서 인정을 받은 것이 아니다. 게임에 대한 열정과 개발 팀에 대한 헌신을 보고서 그가 그렇게 초고속 승진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또한 빌 로퍼는 개발팀과 경영진과의 사이에서 훌륭하게 중간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인정을 받았다. 사실 게임 개발 팀원들은 그의 말발이라면 경영진들에게 자신들의 생각을 효율적으로 전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게다가 그의 목소리는 워 크래프트의 나래이션을 맡을 정도로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졌으니 개발팀의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총대를 메고 빌로퍼가 경영진에 할말을 다하는 모습에서 팀원들은 더욱 그를 신임하게 되었다. 이러한 빌로퍼의 매력적인 목소리와 말발은 회사의 경영진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매체와 유저들과의 모임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현업에 종사하는 게임 기획자로써 그의 넉살은 정말 부러운 성격중의 하나이다. 사실 게임 기획자는 많은 개발자들과 여러 의견에서 충돌을 빚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많은 아이디어는 삭제되기 마련이다. 이럴 때면 사람은 주눅들 수 밖에 없고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간다. 하지만 빌 로퍼는 어떤가?  게임경력도 미천한 계약직 음악 담당자였던 빌 로퍼는 주눅 드는 법이 없이 개발 팀원에게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주장하고 토론하였다고 한다. 게임 제작 환경을 모르는 일반 사람들은 그게 뭐 대단한가 싶을 것 같지만 실상 개발 현장에서는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빌 로퍼가 개발팀에게 이것저것 게임에 요구했던 것은 군대에서 이병이 병장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과도 흡사한 광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개발팀원들이 빌 로퍼를 못마땅하게 여긴 것이었다. 하지만 그 특유의 유머와 넉살이 발휘되었기 때문에 개발팀원의 사랑을 받는 존재로 거듭날 수가 있었다. 


그의 넉살을 보여주는 또 다른 일화가 있다. 2002년 6월 워크래프트3를 홍보하기 위해서  빌 로퍼가 한국을 직접 방문하였다. 마침 그날은 미국과 한국이 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날이었다. 빌 로퍼와 한국의 기자들은 축구경기를 보면서 호프집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때 축구경기를 보던 그가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신의 쇼맨쉽을 발휘하며 미국 국가를 열창하였다고 한다. 성악을 전공한 그답게 우렁찬 목소리가 호프집 전체에 울려 퍼지자 많은 사람들이 빌로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당시 월드컵 경기가 열릴 때 만해도 오노 사건으로 인해서 반미감정이 극심하였던 지라 미국 국가를 부르는 그를 바라보는 손님들의 시선이 무척 따가웠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미국 국가를 끝까지 불렀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넉살을 보면서 같이 웃고 박수까지 쳐주었다고 한다. 이러한 넉살이 있었기에 계약직 직원에서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할 수 있었으리라.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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