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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발매 연기 끝에 1998년도에 출시된 스타크래프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의 실망을 생생히 기억한다. 다른 게임들이 3D효과를 내세워서 강력한 그래픽을 자랑했지만 스타 크래프트는 고작 256색의 2D 그래픽에 불과 했기 때문이다. 당시의 유행을 선도하는 그래픽에 비해서 스타 크래프트의 그래픽은 왠지 모르게 촌스러웠다. 초기의 반응은 듄2의 아류작이라면서 비난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렇지 않아도 블리자드는 웨스트 우드의 커맨드 앤  퀀커를 흉내 내고 있다면서 원색적인 비난을 들었던 때이다. 이러한 비난은 스타크래프트가 발매되기 전 참가했던 E3쇼에서부터 예견됐었다. 뭔가 표현할 수는 없지만 어설픔이 느껴지는 게임 스크린 샷으로 인해서 전세계의 게임 마니아들의 불만이 쌓여 가고 있던 터였다. 


그리고 스타 크래프트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도 구체적인 계획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워 크래프트는 환타지가 배경이었으니 이제 스타워즈처럼 우주를 배경으로 한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던 일이다. 그러니 왠지 모르게 블리자드가 미덥지 못한 마음까지 생겼다.


 그리고 4D BOXING과 하드볼로 유명한 게임 크리에이터인 크리스 타일러가 제작에 참가한 최초의 3D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토탈 어니힐레이션의 등장으로 스타크래프트는 카운터 펀치를 맞고 만다. 토탈 어니힐레이션이 발매되자 스타 크래프트 제작진은 큰 충격에 빠진다. 블리자드의 내부 개발진들은 게임 제작의 의욕을 잃을 정도 였다. 자신들이 만드는 게임은 결국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들은 그때까지 만들고 있던 게임을 확 뒤집어 엎어 버리는 결단을 내리고 만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한국 게임계에는 축복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덕분에 오늘날의 스타 크래프트가 등장 할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어찌됐든 이를 통해서 빌로퍼의 결단력도 높이 사야 할 것 같다. 게임을 뒤집어 엎는 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용기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들고 있는 게임을 버려야 할 때 못마땅한 것은 회사 경영진만이 아니다. 회사의 개발자들 역시 강한 반발심을 가지기 마련이다. 자기가 지금까지 쏟아 부었던 노력들이 일순간에 거품들이 되어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 버추어 파이터의 게임 크리에이터인 스즈키 유가 어쩔 수 없이 만들고 있던 게임을 한번 뒤 집었던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자 몇몇 개발자들은 회사를 그만두고 심지어는 스즈키 유 앞에서 욕도 했고 실제 치고 박고 싸울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까지 했다고 한다. 그것을 빌로퍼가 했다고 하는데 당시에 팀원들과의 문제는 별로 없었다고 한다. 팀원자체가 자신들이 진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완성도 높은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는 사명의식을 가지고 있기도 했지만 따지고 보면 토탈 어니힐레이션의 충격파가 그만큼 컸던 것이기도 하다. 

해외 판매량만 놓고 보면 토탈 어니힐 레이션이 월등했다. 토탈 어니힐레이션의 해외 판매량은 무려 500만장이 넘었다. 스타 크래프트는 이에 비해서 230여 만장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375만장을 판매 했기 때문에 스타 크래프트가 그나마 자존심을 지킨 것이지 한국을 제외한 해외에서의 판매량은 제작비를 고려해보면 평작 수준에 불과했다. 어찌됐든 토탈 어니힐레이션이 나오기 전에 만들었던 스타 크래프트와 이후에 나온 스타 크래프트에는 엄청난 혹은 놀라운 변화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토탈 어니힐 레이션 덕분에 게임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훨씬 진보하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비록 스타 크래프트가 시대에 뒤떨어진 그래픽으로 초기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지만 게임의 진정한 게임성은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진정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스타 크래프트의 진정한 재미는 싱글플레이가 아니라 네트워크 플레이에 있었던 것이다. 스타 크래프트는 종족간의 밸런스 완벽하게 잡힌 최초의 게임이었다. 기존까지 만해도 종족이라는 개념은 그래픽적인 차이였을 뿐 스타 크래프트처럼 완벽하게 종족에 따라 차별화가 되고 상성을 이루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스타 크래프트는 프로토스, 테란, 저그 이 세 종족이 게임 플레이 방식 자체를 달리해야 할 정도로 완전히 다른 게임이었다. 


이러한 차별점은 싱글이 아니라 멀티플레이를 통해서 진가가 발휘되는 것이었다. 스타 크래프트 덕분에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이 발전할 수 있었고 이 덕분에 스타 크래프트는 꾸준한 생명력을 유지하게 되었다. 해외에서 스타크래프트가 한국만큼 인기가 없었던 것은 어쩌면 한국처럼 초고속 인터넷이 활성화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네트워크 플레이야 말로 스타 크래프트의 참 맛인데 다른 해외의 유저들은 그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지 못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과의 네트워크 플레이가 제공되는 초고속 인터넷이 한국처럼 보급되었다면 분명 스타 크래프트는 지금보다도 더 해외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을 것이다.

 스타 크래프트 성공 이후 한국 게임시장에서 스타 크래프트 킬러임을 내세우며 많은 게임들이 발매되었지만 결국 실패하였다. 그리고 스타 크래프트는 7년이 넘게 황제의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이를 시장의 선점효과라고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종족간의 밸런싱으로 표현되는 완성도이다. 아무리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해도 게임의 밸런싱이 무너지면 졸작으로 평가 받을 수밖에 없다. 7년이 넘어서도 게임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은 게임을 할 때마다 새로운 전략과 전술을 가능하게 하는 게임의 완성도로 평가되는 밸런싱이 뒷받침 되기 때문이다. 그 밸런싱 덕분에 사람들이 게임의 결과에 수긍할 수 있는 것이고 E-SPORTS로 꾸준히 생명력을 유지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게임 완성도를 위해서 빌 로퍼는 자신이 이끄는 팀인 스트라이크팀을 운영하였다. 스트라이크팀은 일종의 품질관리 팀으로 대규모 베타테스터 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스트라이크 팀을 통해서 게임 마니아와 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어쩌면 현재 근는 가장 앞서가는 게임 크리에이터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제는 획기적인 게임장르가 나오기는 힘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기존의 장르에서 얼마나 게임이 완성도를 가지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완성도는 대규모 테스트를 통해서 고객들의 반응을 듣고 그것을 게임에 접목하고 수정하면서 만들어 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큰 강점이 있다. 그는 게임을 테스트 하는 집단의 소중함을 이미 그가 세계 최초로 제안하고 구현한 배틀넷의 성공을 통해서 깨달았다. 이 덕분에 그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품질관리 집단인 스트라이크 팀을 운영할 수 있었고 실제 수 많은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었다.

 어쩌면 21세기의 게임 크리에이터는 완전한 천재형으로 새로운 장르를 창조하는 것보다 빌 로퍼처럼 기존 장르에 고객의 요구를 최대한 받아들여서 완성도를 높일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고객의 의견을 듣다 보면 획기적인 게임아이디어도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좋은 게임 아이디어를 얻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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