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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은 기업의 흥망성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현재 파산 절차중인 코닥의 몰락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 하나가 바로 폴라로이드와의 소송이었다. 즉석 카메라와 관련된 특허를 침해당했다며 폴라로이드가 코닥을 상대로 소송이 제기하면서 시작된 이 전쟁은 무려 15년간의 질긴 싸움끝에 폴라로이드가 승소를 한다. 코닥은 8억 7300만 달러를 손해배상액으로 지급해야 했고 기타 비용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손해를 봐야 했다. 하지만 두 회사는 이 소송으로 너무 많은 힘을 쏟아부었고 결국 회사의 경쟁력까지 갉아먹으며 두회사 모두 파산 하는 계기가 되었다.


IT 기업에서도 법에 의해서 기업이 공중분해가 되거나 과거의 화려했던 위용을 잃었던 사례가 많다. 과거 IT 분야에서 최고에 오른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반독점법이었다. 미국의 통신시장을 장악했던 벨은 한때 세계 최대의 IT 기업으로 군림했지만 1974년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패배, 1984년 8개 회사로 분리되었다.


미국의 최대 흑자기업으로 세계 컴퓨터 업계를 좌지우지 했던 IBM이 암흑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반독점법의 영향이 컸다. 미국정부는 1969년 반독점법 위반으로 IBM을 고소했는데 이러한 공방은 친기업 성향의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할 때까지 무려 13년간이나 끌다가 1982년이 되어서야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이미 IBM은 정부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으면서 회사의 조직문화 자체가 흔들렸고 급기야 컴퓨터 업계에서 누리고 있던 왕좌는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그런데 IBM 이후 IT 업계를 주물럭거렸던 마이크로소프트마저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1998년 미국 법무부와 19개 주정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 의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분할명령을 받게 된 것이다. 이때 항소를 진행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원치 않게 경쟁사들을 물리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덕회사라는 이미지가 부각되었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지 재고를 위해 CEO자리를 빌 게이츠에서 스티브 발머로 교체하였고 빌 게이츠는 자선사업에 본격적으로 몰두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 소송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배상금으로 IBM에 7억 7500만 달러를,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 16억 달러를 지불하는 등 천문학적인 금액을 합의금으로 쏟아부어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분할 명령은 취소되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화려했던 과거의 위용을 잃고 애플에게 시가총액 1위라는 영예를 넘겨주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운명을 결정한 것도 소송이었다. 애플은 지금의 삼성을 고소하듯이 1987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운영체계가 자사의 매킨토시의 그것을 베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당시 애플의 CEO였던 존 스컬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매킨토시의 운영체제를 베낀 윈도우즈를 내놓자 이를 따지기 위해서 빌 게이츠를 만났다. 이때 빌 게이츠는 자사의 엑셀 프로그램을 2년간 매킨토시 용으로 독점 공급해주겠다면서 대신 매킨토시 고유의 인터페이스를 윈도우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를 요구했고 존 스컬리는 이를 받아들이며 마무리가 된듯 했다. 하지만 이후 애플의 위기상황에서 스티브 잡스가 CEO로 복귀하였을 때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다시 지적재산권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특허문제로 골치가 아팠던 마이크로소프트는 두 회사간의 오랜 갈등과 분쟁을 종식하고 싶어했다. 1997년에 이르러 마이크로소프트는 매킨토시로 자사의 킬러 소프트웨어인 MS오피스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것을 약속하고 애플에 1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함으로써 지적 재산권 문제를 완전 타결하게 된다. 애플은 합의명목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금과 소프트웨어 지원을 이끌어 냄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 법에 의해서 큰 위기를 겪게 된 사례만큼이나 법에 의해서 큰 기회를 얻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인텔이다. 인텔은 자사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다른 업체들이 쉽게 흉내 낼 수 있게 되자 묘책을 낸다. 마이크로프로세서에는 제어를 위해 각종 명령어들이 들어가는데 이를 마이크로 코드라고 한다. 인텔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들어가는 명령어들을 소설이나 희곡 같은 예술작품처럼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판결을 받아냄으로써 경쟁자들이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그대로 복제하지 못하도록 했다.


닌텐도 역시 법 덕분에 큰 이익을 얻은 기업이다. 돈키콩이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자 킹콩의 제작사인 유니버셜 영화사는 킹콩의 캐릭터와 돈키콩이 닮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걸었다. 당시 닌텐도는 작은 기업이었기 때문에 거대기업이었던 유니버셜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닌텐도는 유니버셜 영화사가 킹콩에 대한 법적 소유권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법정다툼 끝에 소송에 들어간 비용과 180만 달러의 합의금을 유니버셜 영화사로부터 받아낸 적이 있다.


사실 닌텐도 이전에 게임계를 지배했던 아타리의 운명을 결정한 것도 법이었다. 아타리의 사장이었던 놀란 부시넬은 가정용 게임기 VCS2600을 만든 후에 이 게임기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발매하는 회사는 아타리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며 로열티도 내도록 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아타리의 변호사는 로열티를 받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놀란 부쉬넬의 생각을 바꾸도록 한다. 만약에 아타리가 닌텐도처럼 소프트웨어 회사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로열티를 받았다면 저질 소프트웨어의 범람으로 인해 허망하게 몰락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법적인 소송문제이다. 안드로이드 진영은 이미 특허문제로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그 상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HTC가 제조한 안드로이드폰을 상대로 한 대당 5달러의 특허료를 거둬들이고 있다. HTC는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의 23%를 마이크로소프트에게 고스란히 바쳐야 했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앞으로 안드로이드폰을 만드는 삼성전자, 모토로라, LG전자 등에도 로열티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마이크로소프트가 HTC의 경우처럼 다른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로부터도 특허료를 받게 된다면 안드로이드폰 진영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애플 역시 각종 특허공세를 펼치며 미국 법원으로부터 삼성의 갤럭시 탭과 구글의 갤럭시 넥서스의 판매금지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구글이 계속 당할 것 같지는 않다. 구글 역시 거액에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특허 포트 폴리오를 확대하였고 최근 구글은 자바와 관련된 오라클과의 소송에서 승리하면서 그들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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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예전에 스타일조선과 글로벌 비즈니스에 기고했던 글들을 수정해서 적은 글입니다.  오해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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