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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의 전 사장인야마우치 히로시는 상대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협상에 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중에 일부러 자리를 비워서 마치 다른 곳에서 더 좋은 제의가 온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외국인들에게 일본어로 고함과 욕설을 퍼부으면서 상대를 제압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닌텐도의 성공을 뒤돌아 보면 그들이 훌륭한 전략에 위대한 제품을 만든 덕분이었지만 회사의 이익을 공고히 하는 장면을 보면 법적인 협상전술도 한 몫했다.

닌텐도는 돈키콩이 세계적으로 히트한 직 후 유니버셜 영화사로부터 항의 문서를 받는다. 게임 돈키콩에 등장하는 고릴라가 영화 킹콩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적절한 보상금을 주지 않으면 법적으로 고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때 나선 인물이 미국 닌텐도의 법적 고문을 맡았던 변호사 하워드 링컨이었다. 닌텐도 보다 규모가 훨씬 컸던 유니버셜 영화사는 일류 변호사들을 고용해서 수많은 소송으로 돈을 버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유니버셜 영화사측에서 소송을 걸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법원으로 가기전에 먼저 돈으로 합의를 볼 정도였다. 나중에는 유니버셜 영화사는 이점을 적극 활용하게 된다..

돈키콩은 닌텐도가 만들었지만 나중에 판권을 구입한 아타리와 콜레코등이 가정용 게임기로 제작하였다.  그래서 유니버셜 영화사는 닌텐도뿐만 아니라 아타리와 콜레코에게도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소송을 하겠다고 경고하였다. 유니버셜 영화사와 법적소송을 하면 변호사 비용도 만만치 않고 승소한다는 확신도 없던 아타리와 콜레코는 즉시 유니버셜 영화사에게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합의금을 내어준다.  그런데 아타리나 콜레코보다도 더 작은 규모였던 닌텐도는 유니버셜 영화사와 법정으로 가는 배수진을 친다. 이는 유니버셜 영화사의 태도가 미심쩍음을 발견한 닌텐도의 변호사 하워드 링컨 덕분이었다.  법적 소송으로 가기전에 무조건적으로 합의를 종용하는 유니버셜의 행동이 수상하다고 여긴 하워드 링컨은 과연 그들의 말대로 유니버셜 영화사가 킹콩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지 근본적인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유니버셜 영화사에게 킹콩의 소유권을 정말로 가지고 있다면 그걸 증명할 만한 문서를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러자 유니버셜 영화사는 오히려 화를 내면서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었다. 그러자 하워드 링컨은 여러조사를 통해서 유니버셜 영화사가 킹콩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지 않고 있음을 알게되었다.

킹콩은 1933년 RKO픽쳐스에서 제작되었는데 유니버셜 영화사는 1976년 RKO픽쳐스와 합의 없이킹콩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 이에 RKO 픽쳐스가 고소를 하자 유니버셜 영화사측은 킹콩이 처음 영화로 제작된 이후 40년동안 새롭게 나온영화가 없기 때문에 소유권도 자동소멸했다고 주장하였고 이는 법정에서 받아들였다. 유니버셜 영화사는 자신들이 킹콩에 대한 소유권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여러 회사에게 합의금을 받는 수완을 발휘했던 것이다.  닌텐도와 유니버셜 영화사의 다툼은  법정으로까지 가는데 법원은 닌텐도의 손을 들어준다. 또한 닌텐도는 나중에 법적 소송에 들어간 비용으로 180만달러를 유니버셜 영화사로부터 받아낸다. 이 사건 이후 닌텐도는 법적인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 사내에 법률 시스템을 강화한다. 그리고 사건을 담당해준  하워드 링컨은 정식으로 미국 닌텐도에 입사해서 부사장이 된다. 그는 사장인 아라카와 미노루에 이어서 명실공히 회사의 2인자가 되는데 이를 보면 확실히 닌텐도가 얼마나 법적인 문제를 중요시 여기는지 알 수가 있다.

이후 닌텐도는 법적인 문제에서는 확실히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닌텐도는 패미컴으로 발매되는 모든 게임은 무조건 자사에게 허락을 받고 일정 금액의 로열티를 내야 했다. 또한 닌텐도는 다른회사에서 무단으로 패미컴게임을 만들수 없도록 보안칩을 심어두었다. 그런데 아타리에서 게임 소프트웨어 부문이 독립한 텐젠이라는 회사에서 해킹을 통해 보안칩을 무력화 시킨다. 그후 닌텐도에게 로열티를 주지 않고 패미컴용으로 게임을 발매하겠다고 발표한다. 법정으로까지 간 이 사건은 닌텐도의 일방적인 승소로 이어진다. 이후 텐젠은 닌텐도가 독점적인 지위를 통해서 자사를 게임시장에서 몰아내고 있다고 고발한다.  미국의 경우 반 독점법의 위력은 어마어마하다. 미국에서 사상 최대 흑자기업이었던 IBM이 한순간 나락에 빠졌던 것이 바로 이 반 독점법 재판때문이었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예전 같은 압도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것도 반 독점법 재판 이후이다. 반독점법에 걸리면 회사는 당국의 각종 규제로 인해서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회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법안이다. 그런데 닌텐도의 경우 반독점법 재판이 싱겁게 끝난다. 법원은 닌텐도가 가격에 대한 통제권을 발휘해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이유로 패미컴을 구매한 모든 고객에게 5달러짜리 쿠폰을 나눠줘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는 사실 닌텐도 입장에서 보면 게임의 재고관리에 도움도 되었고 고객들이 상점을 방문함으로써 다른 닌텐도의 게임들을 판매할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테트리스의 사용권이 닌텐도로 넘어오는 과정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법적으로 엄격한 집단인지를 알수 있다. 모스크바 과학 아카데미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알렉세이 파지노프는 여가 시간을 이용해서 러시아 전통 퍼즐 ‘펜토미노’를 기반으로 테트리스를 개발한다.  그는 자신의 게임을 소련과 동유럽의 컴퓨터에 일부러 퍼뜨린다.  그 후 이 게임이 서방국가에도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기시작 한다.  그러자 게임회사들이 테트리스 판권을 구입하기 위해서 혈안이 되었다. 영국의 게임회사인 안드로메다의 로버트 스테인 사장은 러시아 모스크바로 가서 알렉세이 파지노프와 소련정부로부터 판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로버트 스테인 사장은 계약이 완료되기 전에 미국의 판권을 스펙트럼 홀로바이트에 유럽은 미러 소프트에 넘긴다.  하지만 로버트 스테인 사장은 나중에 오직 컴퓨터에서 작동하는 테트리스에 대한 권리만 계약하게 된다.  하지만 이 사실은 다른 회사에 알려지지 않고 스펙트럼 홀로바이트와 미러소프트는 자신들이 컴퓨터와 가정용 게임기에서 작동하는 테트리스의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한편 휴대용 게임기에 대한 사업권은 그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된 행크 로저스는 직접 모스크바를 방문한다. 닌텐도로부터 새로운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가 나온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판권을 확보 후 이를 닌텐도에 팔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행크 로저스는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소련정부에서 행크로저스에게 가정용 게임기에 대한 테트리스의 판권을 구입하라고 권하는 것이었다. 키보드와 모니터가 달린 컴퓨터에서만 돌아가는 테트리스에 대한 권한만을 로버트 스테인에게 넘긴 사실을 파악하게 된 행크 로저스는 즉시 일본으로 가서 닌텐도 사장인 야마우치 히로시를 만난다. 

테트리스에 대해서 설명을 하자 야마우치 히로시는 게임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 미야모토 시게루를 부른다. 사장실로 들어온 미야모토 시게루는 직원들이 쉬는 시간마다 테트리스를 즐기고 있는데 가끔은 일을 해야할 업무시간에도 그게임을 즐긴다고 하였다. 이에 깊은 인상을 받은 야마우치 히로시는 휴대용 게임에 대한 테트리스 판권을 구입하였다. 그리고 행크 로저스는 미국 닌텐도 사장인 아라카와 미노루에게 가정용 게임기에 대한 판권이 남아있다고 말해준다. 그말을 들은 아라카와 미노루는 즉시 소련측 관계자와 접촉해서 테트리스 판권을 구입한다. 문제는 스펙트럼 홀로바이트와 미러소프트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은 업체들이 제각기 테트리스를 제작하고 판매중이었다는 것이다. 그중에 하나가 아타리 소프트였다.  닌텐도의 소송으로 아타리의 제품은 판매중지를 당하는데 이때 폐기된 게임팩만 무려 25만개였다.

 테트리스의 판권문제를 되살펴 보면 회사의 역량차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아타리는 닌텐도에게 독점법이나 판권문제에서 법적으로 완패했다. 그런데  아타리는 변호사의 잘못된 판단 착오로 인해서 닌텐도와의 게임기전쟁에서 패배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 아타리의 사장이었던 놀란 부쉬넬은  가정용 게임기 VCS 2600을 개발한 후 변호사에게 다른 회사가 VCS 2600용으로 소프트웨어를 발매할 경우 아타리에 허락을 받아야 하고 거기에 추가해서 로열티를 받고 싶다고 했다. 원래 놀란 부쉬넬도 닌텐도와 같은 수익모델을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변호사는 소프트웨어회사에게 로열티를 받게 되면 독점법에 걸린다면서 절대로 그런 수익모델은 불가하다고 통보한다. 만약에 아타리가 닌텐도처럼 소프트웨어 회사의 제품을 엄격하게 품질관리하고 로열티까지 받을 수 있었다면 저질 소프트웨어의 범람으로 인해 그렇게 허망하게 몰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듯 회사가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법적인 문제도 회사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아타리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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