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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IGM에 기고한 글입니다.

최근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IT 기업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뛰어들면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각광받는 시장이 있다. 바로 인터넷으로 각종 전자서적들을 다운로드 받는 서비스인 북 스토어이다. 

아마존의 킨들(Kindle)이 주도하는 전자책 시장
북스토어가 주목 받는 이유는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이 내놓은 전자 단말기 킨들(Kindle)의 활약덕분이다. 2007년 출시된 킨들은 흑백에 동영상도 지원하지 않는 전자책 전용 단말기로 등장했다. 멀티미디어를 강조한 휴대용 기기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던 상황에서 오직 책 읽기에 특화된 킨들의 등장은 의외였다. 하지만 초기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킨들은 300만대 이상이 판매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10월 23일 발표한 아마존의 3분기 매출이 54억 5000만 달러, 순이익 1억 9900만 달러로 전년대비 각각 28%와 69% 증가하였다는 소식에 아마존의 주가는 27%나 급등하여 기업 역사상 가장 높은 주식가격을 기록하면서 장을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아마존이 놀라운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킨들의 활약덕분이라면서 향후 미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예측을 하고 있다. 전자책 단말기 시장도 함께 성장하여 전자책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09년 25억 달러에서 2010년에 80억 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며 2013년이면 3000만 대가 넘는 전자북이 보급될 것이라고 한다.

애플, 닌텐도, 구글의 열띤 반격
이러한 전자북의 인기는 고스란히 북스토어 시장을 뜨겁게 달구면서 뮤직 스토어와 앱스토어에 이은 새로운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북스토어 시장의 성공을 애플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가 없다. 사실 오늘의 애플을 만든 것은 뮤직스토어와 앱스토어의 성공에 힘입은 바가 크다. 최근 애플의 새로운 수익 사업으로 북스토어 부분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 애플은 지난해 앱스토어를 열기 전만 해도 아이폰과 아이팟터치를 게임기로 포지셔닝하지 않았다. 하지만 앱스토어에서 게임이 큰 인기를 끌게 되자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디바이스’라는 광고 카피를 통해 휴대용 게임기로서 아이폰과 아이팟터치의 판매를 촉진했다. 그 동안 앱스토어에서 게임은 가장 많이 올라오고 가장 많이 팔리는 최고의 킬러 컨텐츠였다. 그런데 이러한 독보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게임의 인기를 맹추격중인 컨텐츠가 바로 전자북이다. 최근 플러리(Flurry)의 조사에 의하면 전자북은 게임을 제치고 앱스토어에 올라오는 애플리케이션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앱스토어에 올라오는 컨텐츠 중에 게임은 13%인데 비해서 전자책은 20%에 이른다.  아직 다운로드 횟수에서는 게임에 비해 전자책이 뒤쳐지고 있지만 전체 카테고리 중에서는 당당히 2위를 기록하는 인기 컨텐츠다.

어느덧 아이폰은 이제 휴대용 게임기에서 전자북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현재 킨들의 강력한 라이벌로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가 첫손에 꼽히고 있다. 아이폰이 휴대용 게임기로서 각광을 받으면서 닌텐도의 이익을 잠식했듯이 이제는 아마존의 킨들을 위협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최근 닌텐도 역시 전자북에 최적화된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i LL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닌텐도 DSi LL은 아마존의 킨들에서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이와타 사토루의 인터뷰 직후에 등장한 제품이다. 닌텐도 DSi LL은 기존 모델에 비해서 화면이 두 배나 커져서 전자책 단말기로서 손색이 없는 기능을 갖춘 만큼 전자책이 아마존의 킨들처럼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의 강자 구글 역시 의욕을 가지고 내년 상반기에 북스토어를 시작한다. 구글 에디션스라는 이름으로 오픈하는 구글의 북스토어는 이미 50만 권의 전자책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마존이 서비스하고 있는 책이 33만 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숫자다. 

한국 기업들의 현황 및 나아갈 방향
한국의 기업 역시 북스토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은 전자책 단말기 파피루스를 내놓았으며 아이리버는 스토리를 출시했다. 또한 이동통신 업체들은 인터파크와 교보문고 같은 인터넷 서점과 손잡고 북스토어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이러한 최근 흐름과 관련, 어려움에 빠진 출판업계는 북스토어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이 해외의 경우처럼 장밋빛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아마존 킨들의 성공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한가지가 있다. 통합 수직화된 서비스를 확실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킨들의 성공은 단순히 전자책 단말기의 성공이 아니다.  킨들의 성공은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33만권에 이르는 서적을 이동통신사의 인터넷 망을 통해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수직 통합된 서비스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애플의 뮤직스토어와 앱스토어의 성공은 누구나 쉽게 컨텐츠를 구입하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여기에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 바로 아마존의 킨들이다.

결국 디지털 컨텐츠 전쟁은 고객에게 얼마만큼의 편리함을 제공하느냐에 달려있다. 사람들이 CD보다 훨씬 음질이 떨어지는 MP3를 구입하는 것은 음질을 포기해도 좋을 정도의 편리함이 있기 때문이다. CD로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직접 음반가게를 방문해서 구입을 해야 했지만 애플은 아이팟을 이용해서 인터넷으로 음악을 쉽게 구입하고 이용할 수 있는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했다.  뮤직스토어의 편리함을 경험한 사람들은 음악을 듣기 위한 기존의 라이프 스타일 자체를 바꾸었다. 북스토어 역시 기존에 사람들이 책을 읽는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기존에 계속된 습관을 바꾸는 것은 결국 애플의 뮤직스토어처럼 기존의 관습을 귀찮은 행위라고 생각할 정도의 편리함을 제공해야 한다.  그런 만큼 북스토어 시장 역시 결국은 누구나 쉽게 컨텐츠를 접근하고 이를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직통합화된 서비스를 내놓는 업체에 의해서 판가름 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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