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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레이어의 시대가 왔다

멀티라이터 2010. 10. 31. 21:50


<전자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최근 기업 간의 고유영역이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회사이름에 소프트웨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용 게임기 X박스360과 같은 하드웨어를 만들고있다. 과거 기준으로 보면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이라면서 비난을 받았을 테지만 이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거실을 점령한 후 책상의 컴퓨터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를 눈치챈 마이크로소프트가 X박스를 내놓음으로써 소니를 견제한 것이었다. 준 역시 애플이 손안의 컴퓨터 전략으로 아이팟을 발전시킴으로써 가만히 앉아 있으면 고스란히 모바일 분야를 내놓을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준으로 애플과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닌텐도 역시 애플이 아이팟 터치를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기계라는 이름으로 게임시장에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시점에서 그동안 오직 게임에 충실하겠다는 기존의 전략을 바꾸고 인터넷과 멀티미디어 기능이 강화된 닌텐도 DSi를 내놨다.

사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애플이 노키아와 삼성을 위협하는 회사가 되고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휴대폰의 주인공이 될지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단순한 영역 확장이 아니라 하나의 기계에 여러 기능을 담아내는 컨버전스(통합)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즉 MP3 플레이어였던 아이팟이 휴대폰 기능을 더한 아이폰으로 발전하고 게임만을 고집하던 닌텐도가 인터넷과 멀티미디어 기능을 더한 닌텐도 DSi를 발매하듯이 말이다.

이는 컨버전스 시대에 맞춰 인재의 기준도 바뀌어야 함을 뜻한다. 마치 히딩크 감독이 토털축구를 외친 이후 공격수에게도 수비능력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거에 공격수는 골만 잘 넣으면 된다는 인식 아래 공을 빼앗겨도 최전방을 지켰다. 하지만 최근의 축구에서는 공격수에게도 적극적인 수비가 요구되고 있으며 작전에 따라서 수시로 포지션을 바꿀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중요해졌다. 컨버전스 시대가 되면서 이제는 축구처럼 멀티플레이어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가정용 게임기 회사인 닌텐도나 토이 스토리로 유명한 픽사는 자사의 직원들을 멀티플레이어로 만들기 위해서 일부러 다양한 교육을 행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 창의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은 연금술사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즉 여러 능력을 섞어서 하나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 스티브 잡스가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으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건 그가 음악에 남다른 조예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매킨토시 역시 서체디자인을 공부한 덕분이었고 애플이 다른 회사와 절대적인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디자인 역시 스티브 잡스의 뛰어난 감각이 한몫하고 있다. 결국 오늘의 스티브 잡스를 만든 건 그가 단순한 경영자가 아니라 직접 컴퓨터를 조립하고 작동원리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이과적 지식을 가지고 여기에 예술적인 감성을 더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컨버전스 시대의 창의적 인재는 스티브 잡스처럼 복합적인 능력을 갖춘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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