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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즐겁게 하고 싶다는 소망 하나로 게임기획자가 되지만 막상 게임 기획자가 되고 나면 여러 가지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출근 첫날부터 봉착하게 되는 딜레마는 회사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업무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문제는 초보 게임 기획자에게만 해당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게임 기획자에게 공통되는 난관이기도 하다. 다만 초보 게임 기획자와 다르게 경력 게임 기획자는 게임 기획이 일정한 시스템에 의해서 업무가 나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차이다. 


사실 게임기획자는 그 뜻 자체가 두리뭉실한 만큼 그 역할과 포지션 또한 게임 개발팀 내에서 가장 애매모호한 존재이다. 무슨 일인가를 도모하고 추진하고 계획한다는 말은 멋있는데 막상 해야 할 일을 따져보면 명확한 선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순간 이게 프로그래머가 해야할 일(대표적으로 인공지능의 경우)인지 아니면 그래픽 디자이너(대표적으로 맵작업의 경우) 가 해야 할 일인지 게임마스터가 해야 하는지 헷갈리기 시작하고 갈피를 잡을 수가 없을 때가 많다. 


 분명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은 것 같은데 역할과 포지션이 명확하지 않아서 개발팀에서 자신의 존재감에 회의를 품게 되고 방황하게 되는 혼돈상태에 빠져서 좌절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급기야 누군가 위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서 회사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으로 전락하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특히 한번 수동적인 사람이 되면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게 된다. 또한 팀원에게는 이기적이라는 말까지 듣기 십상이다. 


자신감이 없는 기획자는 절대 좋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없다. 게임 기획자는 항상 몸과 마음속에 창조적인 에너지가 흐르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한 에너지의 원천은 내가 세상을 움직이는 주인공이라는 자신감이 충만해야만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모든 창조력의 근원이다. 게임 회사 내에서 게임 기획자로써 역할과 포지션을 분명하게 하여서 개발팀 내에서 자신의 존재를 개발팀 모두에게 인식시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팀 내에서 인정받는 기획자로 인정받고 탄탄한 지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  어차피 게임기획이라는 작업은 무 썰듯이 그냥 썰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결국 게임기획자는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이게 무슨 또 무슨 소리 인지 하면서 코웃음을 칠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기획자도 컨셉 디자이너, 레벨디자이너, 퀘스트 디자이너, 수치 밸런싱 디자이너, 품질관리 디자이너 등으로 나뉘고 있는데 무슨 소리를 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게임 개발 패러다임은 중대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한때는 철저한 분업위주로 업무를 나누어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세가 같은 경우는 프로그래밍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게임을 만들고 있는지 조차도 모르는 상황에서 철저히 명세서에 의해서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래픽 역시 원화, 맵핑, 모델링, 에니메이션으로 나뉘어서 작업을 했는데 특정 게임 개발팀에 소속된 것이 아니라 지시한 그래픽 리소스들을 작업해주는 그래픽팀에 소속되어서 일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철저한 분업화를 통해서 업무의 극대화를 이루겠다는 생각과 함께 결원이 생길 경우를 대비하고 게임의 기밀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처방전이었다고 한다. 


세가는 한때 1년에 게임을 50개이상 발매하며 게임 개발의 효율성 극치를 보여주고 많은 회사들에게 모범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은 결국 개발자들에게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능력을 향상시키지 못하게 하여 세가의 발목을 잡게 하였다. 개발자들간에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지 못하면서 게임의 질이 갈수록 떨어졌던 것이다.  물론 경영상의 이유도 있었지만 차후에 세가는 와우, 세가 AM2, 히트 메이커, 어뮤즈멘트 비젼, 소닉 팀, 스마일 비트, 디지탈 렉스로 개발팀을 분사하게 된다. 이때를 중심으로 하여 일본 게임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세가의 분사 이후 파이널 판타지의 사카구치, 바이오하자드의 오카모토, 스트리트파이터2의 후나미즈등 유명 게임 기획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독립을 하여 개발사를 직접 차리게 되었다. 이러한 지각변동은 게임 기획자에게 중대한 변화를 몰고 오는 획기적인 사건임을 자각해야 한다. 이는 앞으로 컴퓨터 게임의 제작방식은 대규모 팀에 의한 철저한 분업보다는 소규모 팀에 의한 협력위주의 민첩한 게임 개발의 형태로 바뀌게 되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닌텐도에서는 별의 카비와 스매쉬 브라더스의 기획자인 사쿠라이 마사히로를 프리랜서식으로 고용한 후 그가 독립적으로 팀을 운영해서 게임을 제작하도록 하였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과거 영화계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영화제작사가 배우와 작가 그리고 영화 감독과 같은 스탭들을 모두 독점적인 정직원의 형태로 고용해서 영화를 제작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가? 기획사가 우선 시나리오를 검토해서 투자자를 모집하고 영화제작사는 기획사가 요구한 영화를 제작만 해준다. 또한 배급과 영업은 다른 전문회사에서 담당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 컴퓨터 게임도 영화제작 방식처럼 작품에 따라서 사람들이 수시로 모이고 해체되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똑바로 인식하도록 하자. 실제 이러한 게임 제작 환경의 변화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러한 제작 환경의 변화 때문에 최근에는 게임 회사에서는 하나만의 기술만을 가진 사람보다는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결국 히딩크가 축구에서 그토록 강조하던 멀티플레이어 개념이 이제는 게임계에서도 가장 강조되는 덕목이 된 것이다. 이제 축구계에서도 나는 공격수니깐 수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가는 팀에서 필요없는 존재가 되는 세상이다. 


나는 레벨디자인 전문이니깐 밸런싱 작업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겠지 했다가는 개발팀에서 그대로 방출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으로 블리자드에서 디아블로2의 제작에 참여한 이장욱씨의 말에 의하면 이미 미국의 유명제작사에서는 한 사람이 하나의 전문 분야의 일만 하는 분담체제가 아니라 한 사람이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일을 참여하는 협력체제로 운영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게임 개발의 과정을 보면 3D 그래픽 모델링팀에서는 작업이 집중되어서 철야를 하고 있을 때 에니메이션팀은 놀고 있는 경우가 있다. 


 원화를 담당한다면 원화를 끝내고 나면 할 일이 없어진다. 그래서 미국뿐만 아니라 실제 한국 게임 개발사도 개발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게임 제작 전체 분야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분업화가 아닌 협력체제에 의한 게임 제작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이는 미국과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일본 역시 독립제작자들이 늘어 나면서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사람들을 채용하고 있다. 이제는 하나의 업무에 기술을 가진 사람보다는 멀티플레이어가 선호되는 시대이다. 아직


까지 한국에서는 철저한 분업화를 기반으로 하고있는 것이 현실 이지만 결국 한국도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결국 이 책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이러한 추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게임 회사에 출근해서 일을 할 때 게임 기획자는 단순하게 회사의 지시만을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 게임 기획은 절대 수동적인 자세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하면 해고 당하는 일은 없겠지만 그런 자세로는 개발팀 내에서 신뢰를 절대 얻지 못한다. 존재감 없는 기획자의 말로는 결국 비참해질 뿐이다. 


우선 내가 게임 기획자로써 팀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여 보자. 물론 회사에서는 레벨디자인, 밸런싱 작업, 프로젝트 관리, 컨셉디자인, 시나리오 작성등의 고유 업무를 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무자르 듯이 업무가 딱 영역을 정할 수 있는 것인가? 레벨디자인에는 반드시 밸런싱,컨셉,시나리오와 일이 겹친다. 밸런싱 작업 역시 컨셉, 레벨디자인, 시나리오와 겹친다. 사실 엄밀하게 말한다면 한국에서는 아직 그런 분업 역시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은 것이 명백한 현실이다. 실제로는 메인 기획자와 서브 기획자와 같은 계급만 나뉘어 졌을 뿐이다.


 명목상으로는 업무분담을 하였다고 말들을 하지만 실상 안을 들여다 보면 기획자 각 개인의 일이 정확하게 딱 정해진 것이 아니다. 이때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지 말자. 그리고 자신의 업무에 한정해서 일을 해서는 안된 다는 것을 명심 하도록 하자. 그렇게 되면 개발팀 내에서 고립무원 상태가 되어 도태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모든 분야에 참가하라는 얘기도 아니다. 게임 개발전체의 업무 흐름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개발팀의 누군가가 지금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언제든지 자신이 게임기획의 다른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자신의 전문 분야가 밸런싱이지만 언제라도 시나리오 작성에도 참가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무분담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한쪽업무에 과부하가 생기면 도와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이때 게임 개발의 성공을 바라는 팀원으로써 도움을 준다면 개발팀 내에서 인정을 받을 것이다. 도와주고 싶어도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라고 항변한다면 그의 입지는 당연히 축소된다. 나는 밸런싱 전문이니깐 시나리오 스크립트는 할 줄 몰라도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게임 기획에 필요한 모든 스킬들을 가지고 작업에 참여 해야 한다. 어느 한 파트가 바쁘면 언제든지 옆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되도록 하자.  결국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게임 기획자를 채용할 때도 다양한 경험을 가진 경험을 가진 사람을 선호한다. 이는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를 원한다는 것이다.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자 그것이 바로 시대가 원하는 기획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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