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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우리나라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여러가지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IT 분야에서 활약은 정말 대단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걱정되는게 우리가 한단계 도약하지 않으면 지금 일본이 겪는 문제를 똑같이 반복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가격 경쟁력 역시 한 몫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격 경쟁력이라는 문제에서 보면 나중에 우리는 중국이라는 경쟁자를 만나게 될것입니다. 일본이 한국기업때문에 요즘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는데 한국은 나중에 중국때문에 더 크게 고통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제조업의 숙명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제조업의 생산기지가 미국에서 일본으로 그리고 지금은 한국과 대만으로 넘어오는데 결국지금 한국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제조업 산업의 우위는 중국으로 넘어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선업을 보면 그런 전조가 보입니다. 불과 몇년전만해도 세계 제1위의 조선강국이라면서 그 신화를 찬양하는 글들을 수없이 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조선업으로 검색하면 중국에 의해서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조선업계를 진단하는 기사가 수두룩합니다. 조선업 신화가 이렇게 금방 위기론으로 퍼지는 것을 보면서 과연 우리나라의 다른 산업 역시 중국이라는경쟁자에 의해서 어려움을 겪게 될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을겁니다. 다행히 지금은 시간이 있기 때문에 너무 조급해 하지말고 대책을 세우면 될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선발주자가 후발주자에게 역전당하는 것을 보면 일등보다 성능이 좋은데 가격이 비슷하면 일등을 이길 수 있습니다. 사실 이래서 2등이 편한겁니다. 1등이 만든제품에다가 기능을 몇가지 추가하고 가격은 싸게 만들면 되니 고민할것도 없죠.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는 중국을 두려워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들을 잘 분석하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즉 후발주자보다 성능도 부족하고 가격도 비싼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업체들이 있기 때문이죠.
제가 그 토록 강조하면서 한국이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기업으로 손 꼽는 애플과 닌텐도가 있습니다.
애플과 닌텐도는 짝퉁을 겁낼 필요가 없습니다. 누군가 짝퉁을 만들었다고 해봐야 별 타격이 없지요. 또한 경쟁 회사가 더 좋은 스펙과 싼 가격을 무기로 공격한다고 해도 그리 치명적인 타격을 받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그들에게 소프트웨어 파워가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소프트웨어를 팔기위해서 하드웨어를 만드는 느낌까지 드는 회사들입니다. 애플과 닌텐도는 소프트웨어의 힘을 보여줍니다. 특히 하드웨어 중심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교훈이 되지요. 사실 애플과 닌텐도에 대한 논쟁을 벌이다 보면 항상 그럽니다.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하드웨어 가지고 왜 그렇게 찬양을 하냐고? 애플과 닌텐도의 힘은 하드웨어 스펙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힘에서 나온다고 해도 스펙중심으로 하드웨어를 평가하는 그들에게는 그 어떤 논리도 통하지 않습니다.
애플의 아이팟을 보십시오. 아이팟 보다 가격이 싸고 좋은 MP3 세상에 수도 없이 넘쳐납니다. 짝퉁 역시 너무나 많구요. 하지만 아이팟은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팟의 힘은 무엇일까요?
하드웨어의 성능이 아니라 아이튠스와 같은 소프트웨어 덕분이지요.
지금의 아이폰도 보십시오. 아이폰보다 좋은 하드웨어 스펙을 자랑하는 스마트폰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이 자사의 하드웨어 스펙보다 뛰어난 스마트폰 때문에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하던가요? 아이폰 현상을 보면서도 스펙중심주의 사고 방식을 가지고 소프트웨어의 힘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앞으로도 애플이라는 회사를 계속 무시하게 될겁니다.
이는 닌텐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일 당장 누군가 닌텐도 DS보다 훨씬 뛰어난 휴대용 게임기를 내놓은다고 칩시다. 그런데 닌텐독스나 포켓몬스터같은 소프트웨어 없이 닌텐도와 경쟁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닌텐도 Wii같은 모션 센스 컨트롤러를 넣고 훨씬 뛰어난 그래픽 기능으로 무장한 게임기를 내놓았다고 쳐봅시다. 젤다의 전설과 슈퍼마리오 같은 소프트웨어 없이 닌텐도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겠습니까? 닌텐도를 이기려면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경쟁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팝니다. 닌텐도의 하드웨어 사업부는 자신들은 소프트웨어 사업부를 빛나게 해주는 조연이라고 까지 합니다. 닌텐도는 게임기 경쟁을 펼칠때마다 결국 승부는 소프트웨어에서 결정난다고 합니다.
애플의 흥망성쇠를 봐도 소프트웨어의 힘을 새삼 절감하게 됩니다. 1970년대 후반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놓고 애플 2, 코모도어, TSR-80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1979년 오늘날의 엑셀과 같은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의 원조가 되는 비지캘크(VisiCalc)가 애플 2로 등장하면서 사실상 개인용 컴퓨터 전쟁의 승자가 됩니다. 비지캘크가 등장하기 전만 해도 개인용 컴퓨터는 실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않아서 그저 고급스런 사치품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재무관리를 쉽게 하도록 도와주는 비지캘크가 등장하자 개인용 컴퓨터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비지캘크가 애플2로 나온건 하드웨어가 좋아서가 아닙니다. 오죽하면 컴퓨터 업체의 성공을 추적한 로버트 크린즐리는 우연의 왕국이라는 책을 통해서 결국 회사의 성공이라는 것은 결국 노력보다는 행운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할까요? 비지캘크를 제작한 댄 브리클리는 유일하게 빌릴 수 있었던 컴퓨터가 애플2I였을뿐 그가 특별히 애플 2를 선호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로버트 크린즐리는 애플 2가 컴퓨터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댄 브리클리가 우연히 애플 2를 입수했기 때문으로 봅니다.
그리고 매킨토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1984라는 환상적인 광고와 충성도 높은 마니아들 덕분에 매킨토시는 출시 며칠간은 인기를 끌었습니다만 금방 판매량이 떨어집니다. 정작 매킨토시를 구입했지만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그래픽 기반의 운영체제에 맞는 그래픽 소프트웨어등이 나오면서 디자이너와 같은 전문직들에게 사랑 받는 컴퓨터가 되면서 애플도 겨우 위기를 벗어나게 됩니다.
게임의 역사를 되돌아보아도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팔리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타리가 만든 가정용 게임기 VCS 2600은 출시 초기만 해도 판매량이 부진했습니다. 그래서 회사의 창업자인 놀런 부시넬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해고당하는 수모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해 일본 타이토 사에서 발매된 소프트웨어인 스페이스 인베이더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아타리의 VCS 2600의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기사회생했습니다. 닌텐도가 패미컴의 시대를 열 수 있었던 것도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라는 소프트웨어 덕분이었습니다.
컴퓨터와 게임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결국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판다는 기본적인 명제를 만나게 됩니다 . 애플과 닌텐도가 아니라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소프트웨어만으로 전세계 컴퓨터 하드웨어 업체를 지배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역시 소프트웨어 힘을 가질때 미래도 보장 받을 수 있습니다. 요즘 국가의 격을 높인다면서 이런 저런 정책들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정말 우리나라가 한단계 올라가고 싶다면 우선 소프트웨어 강국이 되어야 합니다. 하드웨어힘만으로 후발주자와 경쟁한다면 후발주자들의 매서운 추격을 벗어나기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