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리차드 게리엇은 우주 연구소에서 우주 비행사로 일하는 아버지 오웬 개리엇(Owen Garriot)의 아들로 영국 캠브리지에서 태어난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태어난 후 두 달 만에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의 교수로 임명되는데 이때 리차드 게리엇은 미국 텍사스 오스틴으로 이사 오게 된다. 그의 집안은 정말 학구적인 집안의 전형과도 같다.
아버지는 대학교수이고 어머니는 예술학 석사를 받았다. 큰형은 나중에 의사가 되고 다른 형도 석사학위를 받게 된다. 그의 여동생 또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명문대학으로 일컬어지는 텍사스대학을 나온 그가 어린 시절 공부 때문에 기가 죽을 정도였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집안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는 휴스턴에 있는 클리어 클릭 고등학교 시절을 잊지 못한다. 고등학교 시절의 여러 경험들이 현재의 세계적인 게임 크리에이터가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선 그에게 평생을 따라다니는 닉네임인 로드 브리티시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영국식 억양을 사용하였는데 학교 선배들이 그의 그런 말하는 모습에 로드 브리티시라면서 별명을 붙여주었던 것이다. 평소부터 자신은 영국의 귀족출신이라고 생각했던 그였기에 로드 브리티시라는 별명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마음에 쏙 들어 했다.
형수로부터 받은 환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도 그에게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는 반지의 제왕을 읽으면서 자신이 완전히 딴 세상으로 간듯한 착각에 빠졌다고 할 정도로 책에 매료된다.
그는 이후 각종 환타지 소설을 독파하였다.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환타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때의 자작소설들이 현재의 위대한 게임 스토리 텔러가 되는데 큰 자양분이 된다.
고등학교 시절의 그는 완벽한 환타지 매니아가 되었다. 그래서 환타지와 관련된 모든 것을 수집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였다. 그가 환타지를 소재로 한 보드게임의 일종인 TRPG(Table Role Playing Game) 게임 던전앤 드래곤스에 빠져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1974년에 등장한 TRPG인 던전 앤 드래곤스는 반지의 제왕을 그대로 게임속에 구현하여 많은 사람들을 열광의 도가니 속으로 몰고 간 게임이었다. 당시에는 던전앤 드래곤스에 빠져든 청소년들이 학업에 소홀해지자 사회문제가 될 정도였다. 이 때문에 학부모 단체에서는 비교육적인 게임이라면서 판매금지운동을 펼치기 까지 하였다.
던전앤 드래곤스에서 게임의 마스터는 어떤 목표가 되는 이야기를 만든 후에 규칙에 따라서 게임을 진행한다. 그러면 참여자는 각자의 역할을 맡아서 실제 연기도 하면서 주어진 상황을 잘 헤쳐나가면서 적들을 물리쳐야 한다. 매일 친구들과 모여서 던전앤 드래곤스를 즐기던 그는 어느 날 컴퓨터를 처음 본 순간 왠지 모르는 흥분을 느끼게 된다.
그는 컴퓨터를 통해서 자신이 무엇인가를 이룩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던 것이다. 과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는 이미 유치원 때부터 과학과 수학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실제로 두 과목의 성적은 항상 A학점 이였고 선생님이 없는 가운데 학습토론을 하면 리차드 게리엇이 항상 앞장서서 주도하였다. 그는 특히 시간이 날 때마다 과학적인 지식을 이용하여 뭔가를 만들어내는 과학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주로 과학현상을 설명하는 실습자료였다. 그러던 차에 컴퓨터의 등장은 그에게 과학적 호기심을 다시 한번 발동시킨다. 그리고 그의 천재성을 발휘하는 계기가 된다.
어느 날 그의 고등학교에서는 정부의 지원으로 컴퓨터를 얻게 되었다. 문제는 정작 아무도 그 컴퓨터를 사용하는 법을 몰랐다. 물론 학교에는 컴퓨터관련 교육 과정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교장선생님에게 컴퓨터 프로그래밍 과목을 만들어 달라고 간청하였다. 그러나 교장은 교육을 시켜줄 선생도 없고 참고할만한 교과서도 없다면서 그의 제안을 거절하였다. 하지만 희망하는 학생들을 모아서 자체적으로 공부하면서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리차드 게리엇이 포부를 밝히자 결국 교장은 그의 의지를 믿고서 그의 소원대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교과 과목으로 인정하기로 결정한다. 이렇게 컴퓨터 프로그래밍반을 만든 그는 친구들을 규합해서 컴퓨터 게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는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던전앤 드래곤스를 컴퓨터 게임으로 구현하고자 하였다. 사실 그가 컴퓨터를 보자마자 게임을 만들겠다고 생각한 것은 사실 그 자체로도 엄청난 발상이었다. 당시만 해도 게임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다른 세상의 얘기였을 뿐이다. 게다가 퐁처럼 간단한 테니스게임이나 존재했던 세상에 이미 롤플레잉 게임을 구현하려고 했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가 컴퓨터를 처음 접했던 그 시기만 해도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던 학교도 학원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결국 그는 독학으로 컴퓨터 게임을 개발하려고 마음먹었다. 게다가 당시만해도 컴퓨터에 프로그래밍을 한다는 것은 지금처럼 키보드로 코딩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때는 테이프타입의 용지에다가 점을 찍어서 코딩을 하던 시대이다. 프로그래밍 언어의 형식대로 코딩을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수 용지에 점을 찍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인내력을 요구하는 노가다였다.
하지만 그는 아무도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오직 학교친구들과 함께 자체적인 프로젝트로 컴퓨터를 연구해서 게임을 개발한 것이었다. 그는 이때 던전앤 드래곤스를 게임으로 만든다는 의미에서 게임의 이름에 D&D라는 프로젝트명을 사용하였다. 그는 고등학교 내내 만든 게임이 무려 28개인데 이들 게임의 명칭은 모두 D&D1~ D&D28 과 같은 형식으로 지었다.
그가 이렇게 결과물을 내놓자 학교 선생님은 그에게 과학점수 A학점을 주며 그의 공로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그의 호기심과 과학적 탐구심 그리고 시대를 앞서가는 아이디어와 인내심이 만들어낸 성공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그리고 학창시절 때의 이런 소중한 경험이 오늘날의 리차드 게리엇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