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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로 우리에게 친숙한 손정의 역시 부모의 애정과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손정의는 재일교포 3세로 그의 할아버지 손종경은 일본에서 탄광노동자로 일하였다. 강원도가 고향인 손정의 할머니 이원조는 그녀 나이 14세에 일본어도 제대로 할줄 모르는 상태에서 당시 37세였던 손종경과 결혼을 한다. 부부는 일곱명의 자식을 낳는데 손정의 아버지 손삼헌은 장남으로 태어난다.
집안 사정상 손삼헌은 중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생업전선에 뛰어들어서 일을 해야만 했다. 손정의가 태어나자 손삼헌은 정의롭게 살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손정의로 지었다. 손정의가 태어났을 때도 돼지를 길러서 생계를 유지해야할 정도로 집안은 어려웠다. 손정의는 80 가구 정도가 무리 지어서 사는 무허가 판자촌에서 어렵게 살았다. 재일교포 3세로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자란 손정의는 마음속 깊은 곳에 콤플렉스를 받고 자라야만 했지만 아버지 손삼헌의 독특한 교육법 덕분에 매사에 긍정적이고 자신감넘치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이른바 천재 교육법인데 손삼헌은 손정의에게 너는 타고난 천재이니 무엇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다할 수 있다고 가르쳤다. 손정의가 조금만 잘하는 행동을 하면 바로 너는 천재라고 칭찬했다.
어른이되면 일본에서 제일가는 남자가 될 것이라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귀가 따갑게 들은 그는 어느덧 아버지의 말에 최면이 걸려서 매사에 무슨 일이든지 자신감이 넘칠 수 있었다고 한다. 한번은 학교 선생님이 노트에 어느 과목이라도 1장이상 공부한 것을 적어오면 스탬프를 찍어준다고 하였다. 평소 노는 것을 좋아하고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던 손정의였지만 일본의 일인자가 될 것이라는 아버지의 말에 세뇌받은 덕분에 선생님이 내준 과제에서도 일등을 해봐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그날부터 밖에 나가지도 않고 공부에 매진해서 선생님으로부터 스탬프를 받기 시작했고 반에서 가장 많은 스탬프를 받은 학생이 된다. 자신이 한만큼 칭찬을 받는 것을 즐겼던 손정의는 아버지가 걱정할 정도로 공부중독에 빠진다. 손정의 아버지의 칭찬 교육법은 손정의 스스로 무슨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하였고 남들이 무모하다는 일에 대범하게 뛰어들어서는 꼭 성공을 완수해내는 불굴의 사나이로 성장하게 만들어주었다.
자신의 아들이 창의적이기를 바랬던 손삼헌은 손정의에게 사업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물었다. 레스토랑을 새로 차리면 가게 이름을 물어봤고 가게에서 파는 물건의 가격에 대해서도 상의했다. 가게 전단지의 그림도 손정의가 그렸고 점포의 인테리어도 함께 했다. 손정의가 좋은 아이디어를 낼 때 마다 손삼헌은 크게 칭찬했다. 이에 신이 난 손정의는 더욱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말하였다. 손정의는 망할 뻔 하던 아버지의 사업을 기사 회생시키기도 하였다. 부모님이 작은 까페를 열었는데 문제는 번화가와 너무 떨어져 있는게 문제였다. 거기에 역까지 멀었으니 장사가 전혀 잘 될 것 같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까페에 원료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거래를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게가 망하면 잔금을 제대로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업체들이 거래자체를 꺼린 것이었다. 이때 손정의는 역앞에서 커피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공짜 쿠폰을 역에서 뿌리자고 아이디어를 낸다. 처음 이말을 들은 손삼헌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손정의가 계속 고집을 부리자 결국 손정의 뜻대로 천장의 공짜 쿠폰을 배포한다. 공짜 쿠폰이 뿌려지자 까페에는 사람들로 미어터지게 된다. 마침 이를 목격한 커피 공급업자는 손삼헌의 가게가 장사가 아주 잘되는 것으로 생각해서 거래를 하기로 결심할 정도였다. 손정의의 아이디어 이후 까페 역시 손님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순식간에 투자원금을 회수하게 된다.
손삼헌은 아들인 손정의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랬기에 학교성적이 좋은 것으로 칭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손삼헌이 학교교육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손정의가 중학교에 입학하자 온가족이 대도시인 후쿠오카로 이사하는데 이는 명문고 진학률이 높은 조난 중학교에 전학하기 위함이었다.
손정의의 인생 중 가장 큰 전환점은 미국 유학이었다. 다섯살 때 조센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길거리에서 돌을 맞아 피까지 났던 손정의는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최대한 알리지 않고 살았는데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가기 위해 출국심사를 받다가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친구들은 모두 내국인 통로를 통해서 출국심사를 받았지만 손정의는 외국인 대우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손정의는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아무리 감추고 싶어도 감출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절감한다. 그런데 막상 미국에 입국하자 그는 신천지를 발견한듯 너무나 기뻤다. 왜냐하면 다양한 인종과 민족들이 아무런 차별과 편견없이 서로를 존중하며 사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손정의는 미국이야 말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임을 절감하게 된다. 특히 서부의 최고 명문 대학으로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UC 버클리를 방문한 후 개성 넘치는 학생들이 자유분방하게 캠퍼스를 활보하는 모습에 완전히 반해 버리게 된다. 일본에 돌아온 손정의는 반드시 미국으로 유학을 가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당시 그의 아버지 손삼헌은 십이지장에 문제가 생겨서 피를 토할 정도로 몸이 아팠다. 그래서 손정의는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제외한 가족들에게 미국으로 유학을 가겠다는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그러자 온 가족은 아버지가 언제 돌아가실지 모를 정도로 편찮으신 마당에 혼자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겠다는 손정의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하지만 손정의는 그가 그토록 존경하는 사카모토 료마를 생각하며 더욱 강경하게 밀어 부친다.
사카모토 료마는 막부를 종식시키고 통치권을 메이지 천황에게 넘기는 대정봉환을 성사시킨 핵심적인 인물이었다. 일본 근대화에 공헌한 인물이지만 사실 그는 하급무사 출신으로 개화파의 핵심인물인 가쓰 가이슈를 암살하러 갔다가 오히려 그에게 탄복해서 그의 제자가 된다. 손정의는 자신의 유학이 사카모토 료마의 탈번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탈번은 자신이 모시던 주군과 소속된 무사집단을 떠나는 것으로 당시만 해도 본인과 가족이 모두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위험한 행위였다. 하지만 누나의 격려에 힘입어 사카모토 료마는 탈번을 결심하게 된다.
그런데 손정의 역시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아비저의 병 때문에 온 가족이 유학을 반대하던 그때에 가장 먼저 찬성을 한 사람은 바로 그의 아버지였다. 손정의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버지를 찾아가서 유학을 가겠다고 밝힌다. 그러자 아버지는 손정의 뜻이 굳건함을 알고는 손정의에게 1년에 한번 일본에 와야 한다는 조건으로 유학을 허락한다. 손정의 유학은 나중에 그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그는 미국 유학중에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탄생하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IT 세계에 매료되었고 나중에 소프트뱅크를 창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하였다. 그리고 명문 UC 버클리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것은 그가 사업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그가 미국에서 배운 영어실력은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세계적인 인사들과 교류하는 데 밑거름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