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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PLAY THE PC에 기고한 글입니다.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

망해가는 IBM에 전격적으로 부임한 루 거스너가 고객 중심이라는 대전제 아래서 실행한 전략은 먼저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 기업의 문화를 바꾸고 고비용 저효율의 시스템을 뜯어 고치기 위해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었다. 한편으로 그는 조직의 구성원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팀워크를 강조했다.

과거 IBM은 그야말로 미국 최고의 인재들이 모이는 회사였다. 그리고 IBM은 그 사실에 대해서 뿌듯함을 느끼고 회사 안에서 끊임없이 일등주의와 엘리트 의식을 세뇌의 수준으로 교육시켰다. 이로 인해 생긴 저마다 자신감의 수준을 뛰어 넘어서 자만심이 팽배해지고 결국 회사보다 개인을 생각하는 스타의식에 젖어 버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는 세계 최고의 선수를 모아서 지구 방위대라는 별명까지 들었던 레알마드리드와 비슷하다. 레알마드리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한팀으로 불러들인다는 갈락티코 정책을 표방하면서 엄청난 돈을 쏟아 세계 최고의 선수들 지단,호나우두, 베컴 등을 불러 들였으나 우승은 커녕 성적이 과거보다 훨씬 뒤떨어졌다. 이는 포지션에 상관없이 무조건 최고의 선수들을 불러들였다는 점과 선수간의 팀워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와 대비되는 팀이 바로 첼시이다. 첼시도 레알마드리드 처럼 최고의 선수들을 불러들였지만 팀의 작전과 맞아 떨어지는 선수들을 스카우트 해왔다.

루 거스너 역시 사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최고의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를 위해서 그가 첫 번째로 움직인 것은 회사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IBM 순혈주의를 깨는 것이었다. 최고의 팀이 되려면  적당한 포지션에 적당한 사람을 채용하여서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 분야마다 최고의 전문가를 투입시켜야 하는데 IBM은 정과 구습에 얽매여서 몇몇 자리는 논공행상식으로 사람들을 승진시켰다. 특히 홍보라던가 재정을 책임지는 중요한 자리 마저도 내부 승진을 위하여 비전문가들로 채워넣을 정도였다. 그래서 그는 IBM이 부족했던 전문분야에 대해서는 내부가 아니라 외부의 전문가를 초빙했다. 그는 마케팅  담당자로는 아메리칸 익스 프레스에서 이사였던 애비 컨스탬(Abby Kohnstamm)을 데려왔고 재정책임자로는 크라이슬러에서 14년간 일하면서 도산위기의 회사를 정상으로 돌려놓은 제롬 요크를 고용했다.

그가 IBM이라는 깃발아래 직원들의 단결된 힘을 모으기 위해 노력한 것 가운데 하나가 직원들과 대화였다. 당시 IBM 직원들 사이에는  패배주의가 팽배해 있었다. 이미 루 거스너가 오기전에 10만명이 해고 되었고 그 역시 강력한 구조조정이 예고되어 있었다. 그래서 직원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갖고 있었다. 성공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 그는 직원들을 직접만나서 대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직원들을 직접 만나서 IBM의 부활시나리오들을 들려주었다. 처음 루 거스너의 말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는 직원들이 10명만 모여도 진지하게 토론을 하면서 과거의 경영자하고는 다르다는 인상을 심어 주었다.

과거의 임원들은 직원들을 강당에 모아놓고서 연설하기를 좋아했다. 연단위에서 연설을 시작하면 부동자세로 경영자의 말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루 거스너는 강당에 걸터앉아서 사람들을 모아놓고서 대화를 나누었다. 소수의 직원들을 모아놓고서 기존의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의견을 직접 경청하기 까지 하였다. 루 거스너가 열정적으로 IBM의 부활을 외치는 모습이 마치 과거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복음을 전파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사람들은 이를 회당모임이라고 말하였다. 직접 직원들의 눈을 보고 그들의 의견을 듣는 회당 모임은  직원들이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힘을 합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는 직원들과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기 위해서 e-메일도 적극 활용했다. 그는 회사에서 중요한 정책을 시행하기전이나 의미있는 경험을 겪은 후에는 전세계의 직원들을 향해서 이메일을 보냈다. 그동안 IBM 직원은 거대한 조직인 덕분에 회사에서 중요한 정책이나 변화가 있을 때 그 소식을 회사로부터 직접 듣기보다는 언론을 통해서 먼저 듣는경우가 많았다. 루거스너는 회사에 대한 정보는 직원이 가장 먼저 알아야 한다면서 e-메일을 자주 이용했다.

e-메일은 직원들이 참여의식을 가지고 회사에 대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의사소통 기구가 되었다. 이는 직원과 사장 사이에 쌍방향의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그전의 사장으로부터 e-메일을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던 직원들은 루 거스너의 메일을 받고 무척 감동했다.

한때 아마존에서는 유명 기업들의 직원들이 사가는 책을 분석해서 홈페이지에 공개했던 적이 있었다. 인텔에서는 리눅스 관련책이 많이 팔렸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빌게이츠에 관한 책들이 많이 팔렸는데 아마존에서는 이런 사실들을 조사해 인터넷에 공개했다. IBM도 포함대상이었다. 루 거스너는 이에 대해서 IBM 직원들의 프라이버시가 공개된다는 사실이 우려스러웠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 e-메일을 통해 직원들의 의견을 물어봤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아마존에서 IBM 직원들 상대로 무슨 책을 구입했는지 조사하는 것은 엄연히 사생활 침해이고 회사는 이에 대해서 항의해야한다고 e-메일을 보냈다. 이렇게 의견을 통합한 루 거스너는 아마존에 연락해 IBM 직원들이 구입하는 책을 조사하지도 말고 공개하지도 말라고 했다. 이렇듯 e-메일을 이용하여 직원들과 상호교류하고 그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의견을 내놓도록 하는 것은 팀워크를 강화하는데 역시 큰 도움을 주었다.

루 거스너가 팀워크를 강화하기 위해서 구사한 전술중에 하나가 바로 정치꾼들을 제거하는 일이었다. IBM은 군대처럼 잘 정비된 조직이었다. 상명하복의 엄격한 명령체계 덕분에 직장상사의 권위라는 것은 무시무시 했다. 그리고 임원정도가 되면 독자적인 예산을 편성할 수 있고 사람들을 움직일 수가 있었다. 임원이라는 이름아래 자율권을 주면서 팀단위로 자유롭게 운영하도록한 제도들이 결국 최고위층과 직원들 사이를 너무 멀어지게 했다. 직원은 CEO인 루 거스너보다도 자신이 소속된 부서팀장을 더 두려워하는 지경이었다. 그래서 루 거스너는 먼저 임원들의 보좌관수를 줄였다. 회사에서 유능하다 싶은 사람들이 실무에서 일하기 보다는 임원들의 보좌관으로 들어가서 파워싸움에 동원되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부사장처럼 직무나 직책은 없고 직위만 있는 자리들을 대폭적으로 줄였다. 프로젝트의 리더들도 임원들중에서 뽑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일을 직접적으로 진행하는 실무진을 위주로 선발했다. 그리고 또한 루 거스너의 이름을 팔아서 이야기를 꾸미는 사람에게 엄벌을 내렸다. 또한 루 거스너와 직원간에 이간질을 하는 임원들도 제거 대상이 되었는데 IBM의 유럽 지사장이 루거스너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중간에서서 차단한 사실이 알려지자 그는 유럽지사장을 본사로 불러들여서 바로 불호령을 내리고 해고시켰다.

팀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 그가 자주 써먹은 수법은 외부의 적을 강조해서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것이었다. 그는 회의 중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썬 마이크로 시스템즈의 맥닐리,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의 실제 사진을 보여주면서 저들은 우리를 깔아 뭉개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우리는 가만히 있어서 안된다고 말했다. 이는 팀원들에게 공공의 적을 각인시킴으로써 증오심을 키우고 열정을 자극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는 적은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고 외부에 있으면 적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내부의 단합된 힘이 필요하다고 끊임없이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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